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루츠캔디 Sep 26. 2024

첫 면접에서 쉣을 뱉고, 역으로 빛을 본 이야기

캐나다에서 공립학교에 면접갔던 이야기

첫 면접의 순간은 나의 캐나다에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강한 영향을 주었다.

교육관련분야에 경력이 있고, 이 곳에서도 메니저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내가 나의 적성과 스킬을 이용해 도전가능한 분야를 찾아본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한 결과, 학교 substitute teacher 자리에 이력서를 내는 것이 적합하다 여겨 나는 교육청에 이력서를 냈고, 당시 캐나다 학력이 없는, 이민 10년 미만의 초기 이민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면접날짜와 시간이 잡혔다.


무슨 옷을 입고 가야하나?

10분정도 일찍 가는 것이 좋겠지?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인데 그래도 직접 가보고 거리와 교통양을 분석해 보는 것이 낫겠지


쳇 지피티도 없던 시절이지만, 면접이라는 게 각 나라마다의 룰이라는게 있기에 시츄에이셔널 퀘스천들을 대비하고 자기소개, 장단점,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 앞으로 십년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등의 판에 박힌 질문을 생각하고 모범답안을 나름대로 작성하여 달달달 외워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은 내 머리라도 훔쳐본 양, 내가 예상했던 질문을 그저 그대로 뱉었고, 나는 내 나름대로 답변을 해 나가던 도중, 면접관은 나에게 날씨 관련한 부정적인 말을 만난지 5분도 채 되지 않는 순간에 나의 면전에서 내 뱉었다. 비가 와서 디스커스팅하다는 말이었는데, 면접이라는 걸 보러 간 내 입장에서는, 마주하고 있는 나와의 시간이 디스거스팅하다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되니, 그 순간부터 나의 표정과 머릿속이 얼어, 면접을 잘 보고자 했던 마음도, 사전에 연습한 표정과 대본도 아무것도 출력되지 않았다.


내가 맘에 들었으면, 좋은 말로 분위기를 이끌었겠지

밖에 비가 내린다고하며 디스거스팅이라는 말을 내게 하겠냐

캔디야 눈치챙겨, 저사람이 너 싫데,,,


원래 사람이란 정성을 다해 상대를 모시다가도 상대가 나를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고, 맘을 열지 않은 모습이 보이면, 내면의 문을 닫고, 원래의 나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과장을 섞으며 말이다.


나를 티피컬한 아시아 여성으로 보고 싫어하나?  백인만 좋아하나? 인종차별자와 비치들이 널린 교육계에서 지금 나 노랑이라고 무시하나?


휴... 전형적인 아시안의 모습이 무언데?


지금같으면 사실 교육계에서 아시안 여성을 마다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유치원을 비롯한, 초등 중등 고등 그리고 대학교 교육에서 성적의 일인자는 모두 아시안 여성과 남성들이 잡고 있으며, 그 뒤에는 호랑이 엄마가 있다는 것을 유럽인, 아프리칸 , 아시안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뒤로는 마마스 펫이니 타이거맘이니 하며 우리를 조롱하고 비아냥 대지만, 사실은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벤치마킹 하고 싶어하는 그 이중적인 마음을. 벤토, 토벤등 대도시라면 지금 나의 말과 관련된 상황을 겪을 확률이 적을지 많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중부 도시의 경우에는 내가 첫 면접을 보러간 약 10년전만해도 사회에 특히 학교라는 교육계에 행정직원이든 선생님이든 교감교장이든 유럽인외의 인종은 필리핀 또는 베트남계 학교 제니터 선생님 딱 한분뿐이었던 시기이다.



 물론 그 사람은 내가 긴장된 상황에서 어떻게 상황을 대처하는지를 보기위해, 어떻게 분위기를 풀어가는가에 대해 궁금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새 삐쳐버린 나는 면접관인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모범 답안이 아닌 진짜 솔직한 답을 했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문화차이때문에요. 나는 이민자고 학교는 캐나다애들일텐데 문화 차이가 가장 짜증나요. 내가 맞다 생각하는것이 캐나다에서는 틀린것이고, 캐나다에서 맞는 것이 한국에서는 정답일 때가 많거든요. 아무래도 나는 사회에 부적합한 사람같고, 외국에서 낳고 길러진 나는 이 곳에서 핏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라이 또라이 상또라이. 아무리 나를 상대에게 알리는 면접자리라지만 진짜 나를 알리는 상꼴통은 없다.

진짜 단점을 말하면 안된다. 뭐 완벽주의정도의 단점을 말해야 가장 완벽한 대답아니냐.


원래 이건 나의 대본상 원래 나의 장점부분에서 어필할 내용이었다.


"나는 외국에서 낳고 자랐고, 교육받았기에 보다 넓은 스콥으로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다원화된 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고, 정답만을 추구하지 않는 나의 새로운 시각은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긍지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였다.



당연히 면접에서 마지막 악수를 통해 탈락을 직감할 수 있었다.


좋은 연습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때 나는 내가 입으로 뱉어낸 쉣 안의 빛을 발견했다.

널린 면접기회에서, 돈이 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붙고 떨어짐보다 내 삶의 향방을,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래, 그거야

사회적으로 정해진 정답을 외우지 말고

원체 내가 생겨먹은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살자

그래도 명예직이라고 그래도 쳐주는 직업이라고 상대를 속이고 나 자신을 속여 면접에 붙은 들, 그 후의 삶이 행복할 수있나?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캐나다 온거 잖아?


면접은 나와 상대방의 핏을 보기 위한 것이므로, 나도 상대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파악하기 좋은 기회이다.

정말정말 원한다면 내가 그 쪽에 맞추는 것이 옳지만, 진짜로 내가 열정을 갖고 온맘다해 일 할 곳을 찾고 있다면, 내 생김새 그대로를 내 스스로 지각한 상태에서 진심으로 나와 핏이 맞는 근무지와 직업을 찾는 것이 맞다.


남에게 맞출 필요가 있나?

그렇다고 상대가 내 포텐셜을 다 알아봐주고, 내 맘대로 존중해주는 것도 아닌데.


다음부터 다시는 맘에 없는 짓을 하려 시간과 공을 들이는 짓 따위는 하지 말자

사회적 요구사항에 부합하려 내 스스로를 꾸겨넣는 쓰레기같은 행위따위에 나를 소모하지 말자

내가 한국에서 다른 시각으로 살았던 25년간의 시간이 아까웠다.

사회가 나를 앙꼬없는 찐빵으로 빚은 것이 아니라, 정작 내 안의 공갈빵은 내 스스로 만들었던 것을 깨달았다.



남이 알아줄거라는, 허튼 기대말고,

내 색깔 그대로 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가서 농구 한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