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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Sep 09. 2024

나가서 농구 한 게임

아들 키는 자신감으로 채워주면 충분해

우리집 앞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가 있다. 라이딩이 엄빠의 주임무인 캐나다에서 도보 3분 초품집, 중품집, 고품집은 눈 펄펄 내리는 겨울에는 물론, 평소에도 왓따다.




아들아!



발코니에서 아들 이름을 부르면, 아침조회중이라 운동장에 모여있는 아들들 수십, 수백명이 나를 쳐다볼 정도의 거리.푸하하하하. 감수성 민감한 아들의 쪽팔림 우려를 존중한 덕에 굳이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짜릿짜릿하다.




한국의 현재 사정을 잘 몰라서 비교할 수 없지만, 방과후 농구대 근처는 우리집 학교들에서는 아들들 차지이다. 물론 원한다고 모두 이 농구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공급속에서 나름의 눈치 경쟁이 치열하다. 농구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스웨그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릴 의지가 있는지 이 삼박자가 고루 맞는 자여야함은 이곳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우리집 두 아들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웨그와 실력 그리고 사회성에서 뒤지지 않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인 고등학교는 힘도 세고 남자냄새도 더 나는 형들이 이미 차지할거라는 어딘지모를 불안에 의해 "히" 접근할수 없고, 중학교에서는 항상 학교 내,외 클럽활동이 한창이기에 붐비므로 선택권이 없고, 굳이 말할것 같으면 아직 농구라는걸 잘 할 수 없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집합할 뿐이다.


올해 초등학교에서 대장이 된 우리 둘째아이는 유난히 키가 작다. 엉덩이가 등짝까지 치켜 올라갔으며 어느그룹에 가져다 놓아도 키가 훤칠한 큰 아들과는 전혀 다른 체형이다. 얼굴은 둘을 보면 형제이거니 하는데 3살뿐인 나이차이에 대해 오해당하는것을 나름 귀염둥이로서 즐기는 우리 둘째이다.


키가크면 농구를 잘할거라는 편견과 달리 우리 둘째는 농구왕 슛돌이이다. 농구경기중 키큰 놈이 둘째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해도 이 아이는 그딴건 개의치도 않는다. 특유의 스피드와순발력, 재치 그리고 전술로 모두를 압도할만큼 농구를 잘한다. 체스도 잘두고, 공부도 잘하고, 토론토 잘하고, 글도 잘쓰고, 인기도 많고, 농구도 잘하고... 대체 이 이아이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인지 애미인 내가 보더라도 신기하다. 거만할까봐 아직까지 신은 이 아이에게 큰 키를 허락해주지 않았나보다.


키는 그 어떤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아,
키가 작아서 할 수 없어라는 마음이 문제이지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김새를 갖고 살아, 굳이 표준에 비교할 필요가 없어
이미 넌 그 이상의 것을 갖고도 남으니까,
이것봐


남는 키는 자신감으로 채우면 돼



긍정적인 마인드 셋이 가능한 이유는 내가 긍정적이라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자체가 키에 관심이 도무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도 한국사람인지라 펨닥에게 그리고 소아과의사에게 아이키 상담을 해 보았다.'아이가 평균키보다 한참 작아요' 그래서 문제 라는 전제는,  아주 이상한 부모에 의한 이상한 요청 처럼 받아들여진다. 모두 유전자가 다르고, 민족 다르고, 그래서 비교불가능한 캐나다에서 신체, 인지, 사회성 그리고 정서상태가 멀쩡히 자라고 있는애가 단지 신체사이즈가 '평균'과 달라 문제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 논리이다. 평균은 캐나다에서만큼은 텅빈, 정말로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하는 개념이다. 몇번의 요청 끝에 키 엑스레이로 뼈나이를 본것이 다 이며(결론적으로 나이에 비해 2년정도 뼈가 어렸다 즉 2년 더 오래 키가 클 수 있었다.), 여타 조치를 팔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캐나다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키를 신경쓰지 않고 산다.


 표준키와 체중, 그리고 그것보다 큰지 작은지에 민감한 한국과 달리, 여기 캐나다 사람들은 성장주사도 맞추지 않고, 서로 다른 민족, 다른 키로도 충분히 살아간다. 애들교실에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키번호대로 줄서고, 누구키가 큰지에 대해 예민하지만 이 곳은 다른 사람의 키에 대해 나의 키에대해 예민할 때는 사춘기때 잠깐일뿐, 키로 인간을 평가하지 않는다. 심지어 항공사 승무원 면접에서도 키가 아니라, 기능 키 즉, 손을 뻗어 좌석 위 집칸에 짐을 올릴 팔 높이가 되는지를 본다. 키와 기능키가 인간 신체의 여타조건이 의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과후에 충분히 뛰어놀수있으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또 밤 9시 10시만 되면 고3학생도 모두 취침하니 휴식할 수 있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쉬고


행복에 필요한 조건은 여행이나 향락, 과시가 아니라 오히려 기본생활습관으로서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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