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드니에 왔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살아보려구요

알콩달콩 리얼리티 체험을 하기까지 지나온 여정을 돌이켜보며

by YouOn

보름달 휘영청 민족 고유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맞아, 나는 지금 머나먼 이국에 있다. 며칠 전 시작된 썸머타임으로 이제 서울과 두 시간의 시차가 나고, 거리로는 무려 8,400km나 떨어진 시드니에. 언제는 명절에 집에 붙어 있었으랴마는, 그래도 이번은 내게 더 특별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처럼 단순히 여행을 온 게 아니라, 그리던 우리 현지인과 살 맞대며 리얼리티 쇼를 찍고 있으므로.

3주가 흐르는 동안, 작년에 여행 왔을 때 들렀던, 흔히 여행자들의 스팟이니 랜드마크니 하는 곳들은 거의 가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부엌 가재도구 정리를 하고, 볕 좋은 뒷마당에 주섬주섬 빨래를 널고, 냉장고와 세탁기 청소를 하고, 울워스와 코스트코에서 사 온 식재료로 요리를 해 먹고, 집 주변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매일 근처 주거단지들을 하나씩 선택해서 사람 사는 구경을 가보곤 한다. 어느 볕 좋은 오후, 설거지를 하며 뒤뜰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레몬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안정감이 들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에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래도 나름 여행을 왔으니 흥을 돋우기 위해, 언젠가는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시드니 도심)도 가봤는데, 지난날 고이 접어둔 추억을 펼쳐볼 뿐, 연신 셔터를 찰칵거리며 돌아다니는 외지인들 사이에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며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온몸으로 황량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느끼며, 얼른 '어느새 안락해진 내 집'에 가서 세간살이나 만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렇게 나는 시나브로 현지인 바이브를 장착하고 있는 셈인가.


어젯밤에 오빠가 나직이 물었다. "시드니 살이 지루하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빠르고 세련된 서울과 달리,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느리고 엉성한 이곳의 생활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아드레날린이 탭댄스를 추는 서울의 생활도 어느 순간부터는 내게 한낱 지루함의 극치로 다가왔었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매일이 똑같은 그 생활 앞에서 나의 일상은 아주 평화롭다 못해 권태로워서 차라리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서울에서의 나는, 먹잇감을 찾아 킬리만자로의 산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의 표범 같았다고나 할까. 쇼펜하우어가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고 한 말은 이래서 정곡을 찌르는 명언이다. 누군가는 배가 불렀다고 할 수도 있는데, 결국 보통의 사람이란 그런 것 아닐까? 자기 생의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존재. '삶이 지겹고, 지루하다'를 연신 외쳐대던 이런 내게, 그와의 시드니 체험은 도파민과 옥시토신 호르몬을 한 번에 선사하고 있었다.


결국 그의 저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맞아 지루할 수 있는데, 오빠가 있어서 그렇지는 않아." 개구쟁이 미소로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그는 말한다, "오빠가 바빠서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미안해." 혼자 놀기의 진수인 나는 화답한다, "아니야, 저녁이랑 아침에 이렇게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걸." 이렇게 알콩달콩 리얼리티 체험을 하기까지 지나온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언제나처럼 훌훌 떠난 여행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고, 내 인생의 방향키가 180도 바뀌기까지의 그 모든 일들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