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가 말했다.
"모든 것은 그저 주어지는 거야. 내가 이루고 성취한 게 아니라 그저 주어지는 거라고"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이렇게 이야기하다니, 퍽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20대 중반 사업을 시작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이 건재한데. 그의 사업에는 ‘업계 최초’, ‘역대 최다’와 같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데 말이다. 그런 그는 자신의 사업이 남들보다 똑똑해서 혹은 뛰어나서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는 뒤이어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그러니, 언제 가져가셔도 우리는 할 말이 없어. 주시는 것도 마음대로였으니 가져가시는 것도 그러하겠지"
그의 말은 종교적이고 추상적이었지만, 간단명료했다.
‘Will of God’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기회는 주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기회를 만든다'라고 표현하기보다, '기회를 잡는다'라고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서 이루어 내는 모든 것들이 한 개인의 노력을 뛰어넘은 그 무언가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도 있겠지. 내가 지금 살아 숨 쉬는 것부터 내일 아침 눈을 뜨는 것까지 우리가 삶에서 갖고, 행하는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는 내게 종교가 있는지 물었다. 더불어 술자리에 함께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 중 몇몇은 무교라 답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너는 모르지만 네 마음속에는 분명히 신이 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마 그들은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30여분의 계속된 대화의 끝에 내가 덧붙였다.
“그런데 모두들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면 마음속으로 기도하지 않나요? 도와달라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모두 누구에게 기도하세요?”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