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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met Jan 08. 2021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있을 W에게

W야.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만큼, 네가 나를 떠올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단다. 그리고 네가 나를 그리워하는 만큼, 내가 너를 그리워할 순 없겠지.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람의 마음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할 수는 없으니. 그러나 W야. 우리 이것만은 잊지 말자.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 있어도, 내가 너를 기억하고 네가 나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우리 서로 어디에 있더라도, 각자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여느 날처럼 네가 먼저 내게 인사 건네던 것이 생각난다. 너는 항상 먼저 나의 안부를 물어왔지. 나는 너의 그런 친근한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애정 어린 표현이 낯설었던 나는 그저 틱틱거릴 뿐이었지. 그런 나의 대화 습관도 이해해주는 너의 사려 깊음이 나는 좋았다. 틱틱거리는 말속에 묻어 있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너의 세심함이 나는 좋았다.


우리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인천으로, 춘천으로 갔던 날이 기억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날에도 서로를 그늘 삼아 열심히 페달을 밟았었지.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던 네가 빨갛게 익고, 나의 팔에 피부가 일어나는 걸 보며 어이없어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태풍 오던 날 떠났던 춘천 여행은 9시간의 라이딩에도 종착지까지 도달하지 못해 아쉬워했었지. 하지만 곧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할 수 있다며 나란히 달려주던 네가 있어 그나마도 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에 잠긴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그 수심이 너무 깊어 국도 위로 올라갔던 순간이 아직도 새록새록 떠올라. 함께해서 즐거웠던 우리의 순간들.


W야, 이 글을 빌미 삼아 평소와 달리 오늘은 내가 먼저 안부를 물어보려 한다. 잘 지내니, 아픈 데는 없고? 지구 반대편에 있을 네가, 어려운 시기에도 잘 해내고 있을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난 네가, 벌써 스물세 살이 되는구나. 스물한 살의 너는 사랑에 울고 웃었고, 스물두 살의 너는 미래 진로에 고민이 깊었지. 스물셋의 네 모습은 어떨지 조금은 기대가  되는구나. W야, 지금까지의 삶처럼 앞으로의 삶도 언제나처럼 치열하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네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늘 네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좋은 어른으로 커가기를 바래. 


그리고 나는 언제나 너의 연애 고민도, 진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형으로 남아 있을게.

그리고 다음 여름엔 제주도로 자전거 타러 가자.


너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빛나길.

2020 겨울의 초입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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