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3일
연말과 연초에 제대로 누리지 못한 '쉼'을 며칠하고 나니 '일'이 다시 턱 밑까지 차오르기 시작한다. 오전에 짧은 원고를 쓰고, 오후에 두 시간 남짓한 회의를 마친 다음 이제는 해가 조금은 길어진 새해 첫 달, 평일 저녁이다. 다짐처럼 작년에 써둔 표어가 사무실 자리 왼쪽 위 폴리카보네이트 판에 붙어 있다. 종종 그 문구를 읽으면서 아직 100% 돌아오지 않은 '일머리'를 다시 루틴으로 당긴다. 마치 달처럼.
종종 불안감이 엄습한다. 차곡차곡 쌓인 일은 차근차근하면 되는 것인데, 누가 성을 내며 재촉하거나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 흐릿하고 불쾌한 두근거림은 실체가 없으면서도 어느 정도 확연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쉰다'는 것도 어찌 보면 계획적인 재능이어야 한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 잘 쉬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세상인가.
오후 회의 때 나온 영화의 배경 음악을 틀어두고, 책상 위에 모아둔 식물 위로 생장등을 켰다. 며칠 정리하지 못한 책상 위를 매만지고 스피커로부터 울려 퍼지는 연주에 잠시나마 심취한다. 불안한 감정의 실체를 천천히, 하나둘 파고들어 간다. 전자 담배를 한 모금, 심호흡을 한 번. 다시 일하는 머리와 정신으로 몸을 되돌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중간에는 자신을 위하여 오롯이 할애하는 시간과 틈을 꼭 함께 만들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완충 지대가 매일,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야 한다. 올해의 목표는 (그간 실천은 어려웠으나) 이토록 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