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009/03/03 17:10

by Hong Sukwoo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

자문자답은 종종 한다. 만일, 누군가 정말 내게 저렇게 묻는다면 나는 딱 하나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2006년."

이제 햇수로는 3년이 지나고 있는 그 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근 몇 년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았던 아픈 -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행복이 희석되는 것처럼 아팠던 것들 또한 무뎌진 - 기억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팠던 것들과 나빴던 것들을 넘은 행복한 기억들이, 내 2006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나는 휴학생이었다. 무언가 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존재였고, 당시의 여자친구와 한 달가량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고, 어떤 문화적인 일을 해보려고 서울문화재단 세미나에 가서 발표도 해봤다. 그리고 술도 참 많이 마셨다. 2006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일본 여행이었다. 1달이나 살고 있던 그때의 기억들이, 최근 향수에 젖는 머리를 쉽사리 점령한다. 컴퓨터 자료가 날아가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을 따로 보관했다는 것. 만일 이것마저 없었다면 그 3년은 정말 없던 것 같은 슬픈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간 사람, 지나간 추억, 지나간 기억들을 한 손에 계속 잡고 있노라면 지금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슬픈 일임을, 상처를 주고 또 받았던 경험으로 인해 잘 알고 있다. 사실 평소에 그런 것들 굳이 생각하는 예민한 타입의 사람도 아니다. 그래도 가끔, 아니 문득, 혹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는지 꿈에서 나와 언젠가 비슷했거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옆을 둥둥 떠다니는 누군가를 보면, 그리고 그 현실감 넘치던 꿈에서 깨어 멍한 천창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면 아, 현실. 지금은 꽤 다행이군. 하지만 씁쓸한 어떤 아쉬움이 역시 머릿속을 떠다닌다. 몇 시간이고 둥둥.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오늘 온 한 통의 문자 때문이었다.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레 예전의 일들을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이 기분은 '술을 마시고 싶다'거나 '펑펑 울고 싶다(메마른 내게 이런 일은 거의 없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 얘기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한 것들을 이렇게 적어볼 따름이다. 바깥의, 나보다는 별 근심이 없지 않을까? 추측하는 놀이터 어린이들의 소리에 귀를 맡길 뿐이다.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나 위층 달그락거리는 소리, 가끔 물 내리고 사람 움직이는 소리에 내 마음도 스미길 바랄 뿐이다. 그런 고요가 조금 지나면 사람은 대체로 멀쩡하다는 상태로 금세 돌아온다. 이 기분 전의 나와 후의 나와 어떤 변화를 주어 돌이킬 수 없는 내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남들도 결코 눈치챌 수 없는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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