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 - 상반의 미학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by 당신의데미안

영화 곡성(哭聲)..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봐야할 영화리스트에 포함된 작품

먼저 한 줄평을 하자면,

"추격자만큼 Tensional 하고, 황해만큼 Raw 하면서, 여운이 진한 영화"


3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을 가쁜 호흡으로 쉼없이 달려오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가슴 답답함과 머릿속 복잡함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게 증폭된다.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 라는 마음으로 크레딧을 붙잡으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시원하게 해소가 되지 않은 탓인데,

이미 미끼를 물고 현혹된 관객이 감독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화 관람 후에도 놓을 수 없는 영화에 대한 복기뿐이다. 많은 분들의 리뷰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내 나름의 인상적이었던 부분 몇가지를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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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강한 빗소리와 함께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으로 시작되어 시종일관 이러한 장면은 반복된다.

보통 사건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는 특별한 동기가 있기 마련이며, 그 동기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면서 극의 해소가 일어난다. 그리고,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원인과 동기는 점점 뚜렷해지기 마련이지만, 영화 <곡성>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지며 어떻게든 익숙한 형태로의 범인을 지목하고 범행의 동기를 찾으려 애를 쓰려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홍진감독도 인터뷰(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513000225)에서 밝혔듯이 많은 부분을 관객의 영역으로 남겨놓았다.


1. 선과 악 (흑과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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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악을 행하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와의 끊임없는 갈들이 스토리의 중심을 이끌어 간다. 피해자는 명확하다. 피해자가 극도의 분노감으로 가해자를 찾아 응징하려는 의도 또한 상당히 명확하다. 하지만 문제는 가해자다. 처음에 가해자는 명확해보이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과 감독의 여러 장치들로 인해 관객이 찾고 싶은 '악의 축'은 쉽게 지목되지 못한다.

물론 영화의 끝에서는 이 모든 악의 근원이 밝혀지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그 과정에서 보았던 인물들의 행위가 친절히 설명되지 않고, 오히려 '결말은 이런데 그때 왜그랬지?' 하며 계속해서 영화 속에 머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가해자가 악이라면, 피해자는 선일까? 선과 악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속에 '선과 악'을 구별하는 나름의 고민거리를 관객에게 던져준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 의심과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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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아젠다는 '의심'과 '믿음'이다. 문제의 시작은 작은 '의심'으로 시작되지만, 사건의 결말을 결정짓는 행위의 근원은 '믿음'에서 판가름이 나버린다. 의심과 믿음.. 의심이 없으면 믿음이고, 믿음이 없으면 의심인가? 모든 것을 의심하면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모든 것을 믿으면 의심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믿음은 좋은 것이고, 의심은 나쁜 것일까?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믿어야 할까? 보이는 것을 믿어야 할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 할까? 믿기 전에 의심을 해보아야 할까? 의심하지 말고 믿어야 할까?

의심과 믿음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3. 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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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느끼는 고통과 생생한 공포가 현실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는 순간 현실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고, 무엇이 진실인지 혼동에 빠지고 만다. 또, 꿈은 비현실적인 존재가 현실의 존재에게 다가오는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이성을 흐트러트린다. 흔히 꿈은 반대라고 말하지만, 극중 누군가는 꿈이 허상이 아닌 사실이라 말한다. 가상과 현실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4. 토속신앙과 현대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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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을 다루는 인물로 무당(토속신앙)과 천주교의 신부(현대신앙)가 등장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두개의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토속신앙보다는 현대신앙이 더욱 믿을만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알수 없는 고통에 빠진 효진이를 보고는 '교회에서 할 수 있는건 없어요. 병원에서 의사의 말을 따르세요'라고 말하는 노신부를 통해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통렬한 배신감을 선사하는 것 같다. 특정 종교를 활용하여 민감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One More Thing.

영화적인 내용을 떠나 '곡성'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곽도원(종구)과 김환희(효진)이다.

이제 주조연이 아닌 당당한 원톱주연으로 입지를 보인 '곽도원' (황정민은 예상과는 달리 역할상 조연)과 2시간 30분 동안 가장 열연을 펼친 '효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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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곡성>은 매우 불친절하고 불편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영화를 안주삼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만났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Thanks <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