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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데미안 Jul 03. 2023

7월 1일 토요일

16년 만의 방학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출근을 준비하기에 늦은 시간은 아니었고, 눈을 감은채 오늘의 업무와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캔해 보았다. 다행히 특별히 중요한 일이나 어려운 일은 없는 하루였다. 그런데, 가슴이 너무나 답답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이대로 다시 잠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렇게 침대에 가만히 있어도 하루 종일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핸드폰도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만 계속 이어졌다. 이런 하루가 계속 반복되었다. 바로 2달 전의 일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검색을 통해 나와 유사한 증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혼자서 참지 말고, 시간이 약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빠르게 병원을 찾아 상담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 생애 첫 정신과 상담이 시작되었다.


오은영 박사 같은 공감력 100%에 세상 친절한 상담,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회사 근처의 정신과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나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를 더 많이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셨고, 뭔가 나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통상적인 매뉴얼 답변 같은 느낌을 받아서 상담을 더 이어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내 모습과는 다르게 마음의 어려움이 생긴 것은 확인했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숙제를 받게 되었다.


내 안에 자리한 불안감의 근원이 무엇일까를 오래도록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다. 원인과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된  것이겠지만, 한 가지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지금 이대로 그냥 현상이 지속되게 두는 것만큼은 피하자’였다.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찌 보면 이런 증상과 스트레스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처럼 볼 수도 있겠으나 나와 상관없는 평균의 ‘모두’보다는 직접 당사자이고 직접 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조금은 유난스럽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7월 한 달간 휴가를 갖기로 했고, 오늘이 그 첫날이다.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많이 생각해 보았고, 크고 작은 계획들도 세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생각과 활동들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7월 31일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기대해 보고 싶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출퇴근 외에는 그 어떤 삶의 재미와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무너져 버린 일상을 회복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밀도 높게, 보람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7월을 보내는 나의 모습과 생각에 집중을 해보며 흐르는 생각을 기억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글도 꾸준히 써보고 싶다. 직장생활을 한 뒤 처음으로 가져보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내게 소중한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Oh My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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