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말
“오후에 잠시 방문 가능하신가요?”
어제 차량을 입고시킨 정비소에서 연락이 왔다. 수리를 하던 도중 추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며 안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차도 없고 비도 오는 날씨였지만 설렁설렁 나가보았다.
성동일을 닮은 정비소 대표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차량 내부의 이곳저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동차 엔진부터 내부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하시며 그에 비해 내 차의 상태가 어떤지를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한 절반쯤 이해할 수밖에 없었지만 뭔가 차량 정비에 진심이 느껴졌고, 고객에게 최대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고 정비를 하다는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결론 어제 진단받은 배기가스 배출 부분과 연결된 엔진룸 쪽에도 문제가 있어 함께 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추가 견적 120만 원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그렇지만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으며, 불안한 주머니 사정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보자는 마음으로 추가 작업을 요청드리고 견적서를 갱신하였다.
한 번에 명확한 진단을 하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인지 정비소 대표님의 표정에는 약간의 자존심 상함과 미안함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리고는 견적서를 새로 받아 들고 돌아서는 나를 향해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비가 많이 오는데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집까지 차로 태워드릴까요?”
고객을 향한 서비스 혹은 인사치레였을 수 있겠지만 그 말씀은 너무 따뜻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한 말씀에 괜찮다는 인사를 드리며, 작업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돌아왔다.
말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이 소통되는 창구라고 한다. 요즘은 작은 인사라도 내가 느낀 마음을 담아 표현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객센터에서 상담원과의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기 전에는 “친절한 안내 감사드립니다.”라고 하고, 식당에서 결제를 마치고는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해보기도 했다. 이런 인사는 상대방을 위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기분이 더 좋아지는 말들이다.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을 담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말은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며, 타인을 판단하는 최고의 도구가 된다. 특히 마음이 담긴 말은 쉽게 드러난다. 그것이 좋은 마음이든 나쁜 마음이든, 그렇게 말은 나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