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때 싸움 잘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by 진솔

사무직이란 교사일을 시작하던 24살부터 계속 꿈꿔오고 그려왔던 일이었다.

어떤 직종의 일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컴퓨터 앞에서 앉아있고 점심시간이 개별적으로 있는 직업이라면(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조건 하고싶었다.

AI가 그려준 사무직이 된 내모습..

교육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면 즐거웠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계속되는 야근, 스트레스에 진절머리가 나던 2024년 11월 결국 결심했다. 2025년에는 반드시 이직해서 다른 직종으로 가겠다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기관에서는 3월에 학기시작이기에 전년도 11월~12월 사이에 교사 재직 면담기간이 있다. 원장님과 함께 올해에는 어땠는지, 내년에는 어떤 반을 하고 싶은지, 근무 의사가 있는지 등을나누는 시간이다.


원장님이 주신 교사 면담지에 시원섭섭한 마음을 담아퇴사라고 적어 제출했다.


면담하던 날 원장님은 참으로 난감해 보였다.

“선생님 아이들 참 좋아하잖아요?”

“네...”

“근데 왜....”

하며 말 끝을 흐리는 원장님께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교사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고 이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다.


긴 설명을 들은 원장님은 자신도 교사 시절에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하시며 응원해 주셨다.

“그래요. 이왕 다른 일 해보려고 나가는 거면 선생님이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세요."


2월 말 퇴사를 앞둔 시점에 이직에 대한 생각을 한순간도 멈출 수가 없었다. 백수가 되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떻게든 빨리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이직을 위한 학원이라도 다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다행히 그무렵 이력서를 넣은 보육관련센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고 원장님께 부탁해서 평일 아침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2024년의 겨울은 매우 추웠고 면접보는날은 특히 추운 영하 10도의 날씨였다. 추운 날씨에도 뜨거운 열정으로 센터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나는 면접 장소에(쓸데없이)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지원자가 되었다.


긴장되는 대기의 시간을 지나 다대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의 면접이었지만 면접관들의 질문에 최대한 방긋방긋 웃으면서 대답하였고 면접관들도 긍정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이대로만.. 간신히 멘탈을 붙잡던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들어왔다. 부모의 민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면접관이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싸움을 잘하시나요?”

싸움이요..?? 싸아아움???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다. 정적의 시간 끝에 “아뇨.. 저는 싸움은 잘 못하지만 대신 블라 블라 어쩌고 저쩌고” 하며 별 의미 없는 대답을 끝으로 머쓱한 미소만 남겼다.


면접관은 나를 보며 ‘왠지 쟤는 못 싸우게 생겼더라’하는 미소를 지은 후 옆의 지원자에게 다시 질문했다.

“선생님은 싸움 잘하시나요?”


내 옆의 지원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저는 백전백승입니다!!!!!!!!!!!”


아... 망했다.... 순간 패배를 직감했다.

면접이 끝나고 영하 10도의 날씨를 뚫고 지하철역까지 걸으면서 투덜거렸다. 싸움 못하는 게 뭐 어떤가... 직장에서 싸울 일이 언제 있다구...


다음날 출근하여 아이들이랑 놀고 있을 때 핸드폰으로 띠링하며 문자가 왔다.


어제 면접을 본 센터에서 온 문자였다.

[저희 센터 채용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 불합격하셨음을 안내드립니다. 차후에 좋은 인연 기대하겠습니다.]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오늘은 조용하게 있고 싶어....”

선생님이 슬프든 말든 아이들은 말을 뒷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속상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났을까?


어린이집에서 정신없이 일하던 도중 익숙한 번호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었다. 바로 이전에 불합격 통보를 받은 센터였다. 궁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자 전화 속 누군가가 말했다.


“선생님 혹시 다른 곳에 채용되셨나요?”

“아니요..(힘없이)”

“이전에 채용되셨던 분이 갑자기 출근이 어려워지셔서요... 선생님 2순위인데 혹시 출근 가능하신가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불합격시킬 때는 언제고..’하는 서운함이 아주 잠시 들었지만) 넘쳐흐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당연하죠오오오옹” 하며 그 자리에서 점프를 연달아 5번이나 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은 격한 반응에 당황하고는 황급히 챙겨야 할 서류목록을 알려주고 끊었다.


그날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정말 우연히 내 생일날이었고, 착한 동료들과 원장님은 새로운 출발을 함께 기뻐해주었다. 힘들었던 교사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지금의 직장에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불합격할 뻔한 면접에서 배운 것은 있었으니
혹시라도 다음에 있을 면접에서
“싸움 잘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백전백승입니다!!!!”라고 대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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