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업 좀 검색해봤다고 인스타에서 계속 블로그 마케팅, 스마트스토어, 유튜브 등등으로 돈 버는 법 알려준다는 광고가 계속 뜨길래 속는셈 치고 하나를 끝까지 봤다. 구독자와 조회수를 다 합쳐서 10도 안 되는 유튜브 계정이 3주만에 구독자 1만 명을 찍었다고 한다. 난 유튜브 하지도 않는데도 존재하지도 않는 내 계정이 엄청 초라하게 느껴지고, 3주만에 구독자 1만 명은 가뿐하게 찍게 만들어주는 이 마법 같은 강의를 안 듣는 내가 바보가 아닐까?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런 성과를 이뤄낸 광고 속 인물도 대단했고 지나가는 인스타 이용자1을 이렇게 오래 붙잡아두는 마케팅 실력도 대단했다.
거기서 광고가 끝났다면 홀린듯 결제를 했을수도 있겠지만, 광고의 마지막 결론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주인공은 이제 그런 유튜브 계정을 10개 정도 운영한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계정의 분야가 다 다르다. 패션, 금융 등등... ’원래 관심도 없었고 잘 모르는 분야예요.‘
음... 그렇구나. 조용히 화면을 덮었다.
하는 일에 진심이 아니어도 돈을 벌 방법은 많다. 돈에만, 경제적 자유에만 진심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그때부터 돈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 메세지를 들을 때마다 내가 엄청 바보처럼 느껴진다. 난 그렇게 살기에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싫어하고 타협 불가능한 것들이 너무 많다. 어떤 것들은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 삶의 의미와 너무도 밀접해서 포기할 수 없다. 반면 정신건강과 같이,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발목을 붙잡는 요소들도 많다. 뭐가 되었든 난 나의 뾰족한 마음의 아주 좁은 틈새에 담기는 것들만 깊게 사랑하고 아낀다. 그것‘만’ 하다가 죽고 싶다는 고집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은 그저 조회수가 잘 나온다는 이유로 유튜브 계정을 10개 만들어서 공장처럼 돌리지 못하는 바보로 살아야 한다.
물론 좋아하고 진심인 일들로 한 달에 직장인 연봉을 버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부럽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고 싶다. 하지만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를 잡듯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막 강사로 초빙해서 성공 비결을 나눠달라고 하면 뒷통수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말할 것이다. “그냥... 대충 사세요... 전 운이 좋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대충 요행에 기대서 사는 사람에게 그런 재력도 강연 요청도 들어오지 않을테니 이건 어디까지나 멋진 상상에 불과하다.
나도 좀 전도유망하고 잘나가는 일에 진심이었으면. 인공지능. 초전도체. 계량경제학. 마케팅. 법. 이런거.
+ 사진은 어제 참여했던 2023 니트인베스트먼트에서 ‘내 일 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을 건너편에 앉은 분이 찍어주신 것. 거만하게 깔보는 듯한 표정이 꼭 ‘여러분도 월 1억 벌 수 있습니다!’ 강연하는 사람 같아서 넣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