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A부터 Z까지
저는 이제 스타트업으로 옮긴 지 1년 반 가량이 되었어요. 대기업에서 있었던 시간의 30%도 채 안되는데도, 제가 체감하는 기간은 그보다 훨씬 길었어요. 예상보다 더 많은 일을 단기간에 경험해서인 것 같아요. 목표로 했던 것들 중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도 있고 부족함도 느끼지만, 스타트업에서 얻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여섯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저는 19년 올해의 앱으로 선정된 한 서비스의 사업운영팀에서 일 년간 직접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론칭 1년 만에 가입자 수 170만명, 이용자 평점 4.7을 달성했어요. 엄청난 경험이었죠. 대기업에 계속 있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에요.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 시장에 용기 있게 도전한 서비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이건 안될 거야’, ‘이걸 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하면 된다’, ‘해서 틀리면 바꿔서 다시 해보면 된다’는 경험과 믿음이 쌓였기 때문이에요.
대기업에 있을 때는 작은 거 하나도 시작하기 위한 형식과 절차가 복잡하기 그지없었어요. 의사결정도 Top에서 Bottom으로 꽂히는 구조였죠. 시도도 하기 전에 진이 빠졌어요. 잔뜩 준비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들도 너무 많았죠. 돌이켜보니 사업의 본질이 아닌 부수적인 것에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들였었죠.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제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스스로의 논리와 근거만 타당하면 시도할 수 있도록 회사와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이건 내 서비스다'라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사명감이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도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실행에 따른 결과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대기업에 비해 서비스 규모는 작지만, 결과 분석을 위한 데이터 및 모니터링 체계는 더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책임도 부담스럽게만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회고를 통해 더 나은 시도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이러한 경험은 제 일을 시작하기 위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해봤는데 못할 게 있겠어’ 싶은 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제가 항상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어요. 미국의 사업가이자 동기부여 강연가인 짐 론이 말한 '가장 많이 만나는 다섯 사람이 당신 인생을 결정한다'라는 거예요. 대기업에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만나는 사람들의 가치관 내지 성향이었어요. 역량은 뛰어날 수 있지만 제가 지향하는 가치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이나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웠어요.
계속 그런 무리에 있다 보니 저 역시 현실에 안주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저만 비현실적이고 몽상가인 것 같아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스타트업에 오면서 돈이나 안정보다는 배움과 경험, 성장을 추구하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타트업의 팀은 어벤저스 같아요. 각자 뛰어난 역량이 다 다르죠. 누구는 서비스 기획을 잘하고, 누구는 데이터 분석을 잘하고, 누구는 트렌드에 빠르고 굉장히 민첩해요. 혹자는 이런 사람들을 꼭 스타트업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맞아요, 회사 외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죠. 하지만 함께 일을 해봤기 때문에 나중에 제 사업을 할 때 서로의 역량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함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문제 해결과 극복이라는 힘든 과정을 이겨왔기 때문에 더 끈끈하기도 하고요.
“좋은 인연을 만들면 어느 순간 좋은 환경에 있게 될 것이고 좋은 환경에 있게 되면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 tvn 여름방학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예상치 못하게 얻게 된 깨달음이 있는데요. 바로 사업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크고 제대로, 완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작게 시작해보는 게 정답입니다.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규모를 키워가세요.
예를 들어 꽃과 관련된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볼게요. 보통 오프라인으로 플라워샵을 내거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렇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리스크가 크죠. 추천하는 방법은 SNS에 꽃을 오래 보관하는 법이라든지 꽃 시장에서 좋은 꽃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거예요.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몇 명만 생겨도, 꽃시장 탐방하기와 같은 소규모 모임이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겠죠. 또는 SNS을 통해 기념일 꽃다발, 결혼식 부케와 같은 주문을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노하우를 묶어 전자책을 쓰거나, 강의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할 수도 있고요.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게 시작하지 마세요. 수요 조사도 내가 할 수 있는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보는 겁니다.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바로 매장을 내거나 앱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구글 설문지, 이메일로도 충분히 수요를 검증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설문 조사를 위한 세련된 포맷과 분석 툴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Typeform 등)도 굉장히 많아요. 수요가 검증되고 수익이 발생하면 그때 오프라인 매장을 내거나 앱을 만들면 됩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히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이 이처럼 수요 검증에서 시작해 프로토 타입 제작을 거쳐 실제 제품 출시로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에요. 스타트업에 배운 것을 적용하는 거죠. 저 역시 그렇게 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아이디어 검증을 어떻게 작게, 리스크 없이 시작해볼 수 있을까 고민 중인 분들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을 강력 추천해드려요!
참고할만한 사례_다노(여성 피트니스 다이어트 토털 케어)
다노샵, 다노언니, 마이다노 등 2030 여성분들이라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한 번쯤은 봤을 텐데요. 일명 ‘습관 성형 다이어트’와 관련된 콘텐츠 및 상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다노의 이지수 대표는 본인이 힘겹게 살을 뺐던 경험을 토대로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자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첫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홈트’(홈 트레이닝)라는 말도 없던 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집에서 할만한 운동 영상을 올렸던 거죠. 영양성분표 읽는 법과 식단 짜는 법도 공유했고요. 물론 처음부터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한 결과 1주일 만에 좋아요 3만 명을 기록하는 콘텐츠가 생겨나기도 했어요.
이처럼 SNS를 통해 수요를 판단한 후 2013년 7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Dano TV’ 유튜브는 구독자 61만명, 다노 관련 SNS을 팔로우하는 사람이 200만명, 온라인 쇼핑몰 다노샵에서 120여 개가 넘는 다이어트 관련 식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사업을 시작하는데 작게는 몇 십만 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필요할 수 있어요. 적은 금액은 자비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월급을 넘어서는 금액은 부담스럽겠죠. 스타트업에서 와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업을 반드시 내 돈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외부 자금을 활용하면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죠.
추천드리는 방법은 정부 기관이나 스타트업의 창업과 육성을 돕는 창업 지원센터들의 제도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거예요. 사업 자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창업을 위한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기도 해요. 또는 인사, 노무, 재무, 법률과 같은 사업을 운영하는데 꼭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해 주기도 해요.
도움이 되는 사이트들을 소개해드릴게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원 대상과 절차,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있으니 따라 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일반 회사에 있으면 개인이 조직에 대해 고민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팀장을 달지 않는다면 말이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작은 조직으로 매우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또한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직의 규모와 구성이 빠르게 변화해요. 제가 속해있던 팀도 매달 한 명씩 입사해, 제가 퇴사할 때는 인원이 2배로 성장해있었습니다. 일반 회사에 있다면 상상도 못 할 속도이죠.
일반 회사가 잘 설계된 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대형 선박이라면, 스타트업은 모두 손발을 맞춰 노를 저어야 하는 작은 돛단배 같아요. 혼자만 잘해서는 원하는 곳에 무사히 도달할 수 없죠. 힘을 합쳐 목적지로 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팀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지, 팀과 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갑니다. 사업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과 팀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미래에 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큰 자산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모으고 일을 분담하게 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생택쥐베리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괴롭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 일이 당신과 맞지 않는 거예요. 마치 손에 맞지 않는 반지 같아요. 맞지 않는 반지를 자꾸 끼려고 하니까 힘이 드는 거죠. 우리에겐 각기 다른 굵기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처럼,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어요.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만,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해 맞지 않는 일을 반복할 때 사람이 가장 무력해진다고 생각해요.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 역시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5년 넘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참 힘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찾아낼 거다’라는 각오로 퇴사하고 스타트업으로 왔습니다. 스타트업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었고 그 길을 향한 하나의 단계였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맡고 있는 서비스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어요.
지난 일 년의 경험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제가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는 거예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서비스를 들여다봤고, 주말이면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까 공부를 했어요. 우리 서비스에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우리의 마음이 닿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었어요.
이러한 경험이 비롯 저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것은 아닐 겁니다. 저보다 훌륭한 많은 분들께 적용될 수 있는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믿는 위대한 일을 하라.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내 사업을 위해 필요한 6가지를 경험하고 획득하자
1.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하는 자세
2. 무슨 일을 하든 함께 할 검증된 동료들
3.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장 수요 조사부터 시작하는 자세
4. 정부 및 창업지원센터의 금전적, 운영적 지원
5. 혼자가 아닌 팀과 조직으로 일하는 법
6.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이 글을 마치며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2년 전 저와 같은 고민을 할 분들께 작은 희망이 되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부디 건승하세요.
"자신이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주변 환경이 그 삶을 결정하게 된다." -코르니 S. 워렌(Coryney S. Warren) 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