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지음, 나무사이, 2024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나 위시리스트 하다못해 먹킷리스트 등 무언가 리스트 업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당장은 못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나면, 여윳돈이 생기면, 나중에 여건이 되면 해야겠다고 미리 적어 두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원하는 것이 있지만 생각만큼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목록을 적지 않는 것보다야 적어 놓는 것이 훨씬 낫지만 대부분 적는 것에서 끝나기 십상이다. 심지어 하고 싶은 일을 적어두지 않는 사람도 많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버킷리스트나 위시리스트를 적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거니까 적는 것이 별 의미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그걸 적는 사람도 나고 이루는 사람도 나인데 뭣 하러 에너지를 낭비하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슬프면서도 충격적인 대답은 몰라서, 다시 말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적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인생인데 자신이 모르면 대체 누가 알까.
교수와 상담가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이서원 작가는 30년 동안 3만 명의 인생을 만나며 배운 것들을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에 풀어놓았다.
“오십은 남이 아닌 나로 나에게 다가서는 때다. 남의 삶을 숙제하듯 살던 일상에서 나의 삶을 축제하듯 사는 황금기다.”
‘오십’이라고 해서 꼭 오십 대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십에 또는 삼십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비밀들이 숨어있다. 그는 인생은 몸과 마음이 하는 이어달리기이며, 오십이 되면 여태껏 열심히 달린 몸이 마음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세월 몸이 주인이고 마음이 시중을 드는 시간이었다면 오십 대는 마음이 주인이고 몸이 시중을 드는 시간인데,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감정은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부모로 또는 어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허다한 즐거움을 모른 체하고 사는 것 같다. 돈이나 명예를 얻을 수 없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폄하하는 사회에서 자란 우리는 세상이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 매달려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이 들어 중년이 되고, 몸도 마음도 늙어 이제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데 주춤하게 된다. 능력 있고 힘이 있을 때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르고, 이제 겨우 알만하니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져 오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야만 한다.
“재미있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저자가 말하는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 위에서 무엇도 통제받지 않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자기가 흔쾌해지는 일상을 사는 것을 말한다. 즐거움이라는 말과 재미라는 말의 공통점은 바로 ‘흔쾌하다’라는 의미가 아닐까.
즐거움이나 재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삶의 목표나 인생의 지향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얼굴과 생각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타인을 부러워할 시간에 자기의 마음에게 물어야 한다. 이제 To do list가 아닌 My favorite list를 써야 할 때라고 이서원 저자가 마지막까지 힘 있게 말하는 내용도 바로 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