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남기는 사람』, 정지우, 마름모, 2025
명절 연휴 동안 TV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은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었다. 노래, 요리, 게임 등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홍수이다. 심지어 드라마의 소재로도 쓰인다. 매일매일 서바이벌 프로그램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TV를 켰는데, 거기서조차 현실이 투영된 서바이벌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할까? 저변에 깔린 비교의식과 서열의식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되는 것은 극히 꺼려하면서도, 누군가를 양손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저울질하며 비교하고 판단하고 또 그 결과로 서열화하고 싶어 한다. 마치 내가 심사위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전지전능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남몰래 드러낸다.
능력이든, 성적이든, 스펙이나 지위 모든 것들은 비교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 타인에게 있는 사람은 내가 남보다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화가 나고, 남보다 뒤처질 때 자신을 책망한다. 무엇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때부터 삶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꼬이기 시작한다.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삶이 복합해지는 건 자신의 기준을 잃고 타인들에게 휩쓸릴 때이다. 그리고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자기만의 시간과 경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것을 쌓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나는 나로 살기 위하여 심플해진다.”
정지우 작가의 신간『사람을 남기는 사람』의 한 구절이다. 그에게는 ‘비교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비교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준이 바로 ‘나’ 자신이다. 출발점도 ‘나’이다.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도 나에게서 출발하면 만족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다. 남을 탓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누구 덕분에가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자존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자존감이라는 건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힘이다. 정지우가 말하는 자기만의 ‘힘이 있는 마음’이 바로 그런 마음 아닐까.
저자는 자신이 세상을 바꿀 만한 사람이 아니기에, 자신의 삶과 그 삶이 발 딛고 있는 문화를 바꾸려 하는데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보통의 일상에서 경쟁한다고 느낄 만한 상대, 즉 경쟁 상대라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한다. 경쟁 상대가 없으니 누구를 이기겠다는 생각도 없고, 져도 분할일이 없다는 그에게는 그저 감사할 일과 조금 더 감사할 일이 남았다.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지만 이 책은 관계를 말하기에 앞서 '나'에게 집중한다. 관계를 시작하고 깊이 있게 지속시켜 나가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바로 섰을 때 바른 관계를 지을 수 있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저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