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흐른다

『어부의 무덤』, 존 오닐, 혜윰터, 2020

by 북칼럼니스트 윤정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교황 레오 14세가 즉위했다. 지난 3월에 개봉된 영화 『콘클라베』의 영향일까? 아니면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각별한 애정 때문일까? 새로운 교황을 뽑는 비밀투표인 콘클라베에 유례없이 관심이 쏟아졌다.


예수의 첫 번째 제자는 시몬이라는 어부였다. 예수는 그에게 ‘이제 너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리라’라고 말하며 반석이라는 뜻의 베드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훗날 그에게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의 열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예수가 죽은 뒤 베드로는 초대 지도자로 뽑혔고, 그를 시작으로 267번째 교황이 바로 레오 14세다. 가톨릭 신자들이 신으로 믿는 예수가 실존 인물인지를 따질 때, 교황의 정통성을 들어 현재의 교황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현재의 교황이 어느 날 갑자기 150대부터 시작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들에게 복이 있다는 성경 구절과는 달리 사람들은 눈으로 직접 봐야 믿고,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증거들을 원한다.


1939년 작고한 교황 비오 11세의 무덤을 마련하기 위해 바티칸의 발굴팀은 성베드로 성당 밑을 파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래로 파 내려가던 중 1~2세기경 유행하던 로마의 장례용 벽화를 발견하였고, 이 경이로운 발견은 교황 비오 12세로 하여금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무덤을 찾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오래된 기독교 전승에 따르면 사도 베드로는 로마에 갔고, 66년경 네로황제에게 처형당한 후 바티칸 언덕에 묻혔다. 베드로 사후 250년이 되던 해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베드로를 추모하기 위해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도 베드로의 무덤을 찾지는 못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실패도 있었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지만 비오 12세는 2,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가로질러 베드로의 무덤을 찾아내고자 했다. 베드로의 무덤이 누군가에게는 경건한 전승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존 오닐의 『어부의 무덤』은 익명의 후원자였던 조지 스트레이크와 뛰어난 고고학자 마르게리타 과르두치 그리고 비오 12세와 그의 동료 사제들이 베드로의 무덤을 찾아내기 위해 바티칸 지하와 지상의 전쟁에서 고군분투한 탐사의 기록이다.

존 오닐은 이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죽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적어도 이 위대한 이야기에 관한 사실을 집필할 정도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책으로 남지 못하고 자신과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죽기 전에 남겨두어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지운 존 오닐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남성이 지배하는 시대와 분야에서 놀라운 전기를 마련한 과르두치는 오래된 명문을 해석하고, 기독교 비문을 조사하고 암호를 해독했다. 과르두치는 애초에 일주일 정도만 그곳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하려고 했으나 그 일주일은 결국 몇십 년이 되었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결국 숨겨진 베드로의 무덤을 찾아냈다. 예수의 첫 번째 제자 베드로는 죽었고 그곳에 묻혔음을, 과학에 근거해 진실을 밝혀냈다. 그녀의 고집과 신념의 승리였다.


“그녀는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과거에 살았다.”


과르두치는 미래에도 살고 있다. 그녀가 찾아 놓은 과거는 시간의 영속성 위에 미래가 되고, 그 미래는 곧 우리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존 오닐은 어부 베드로의 무덤을 찾는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영속성과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우리가 무덤으로 걸어가는 여정에서 무수히 흐르고 멈추는 것들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알리고 싶었던 것을 아닐까.


성베드로 성당 지하 무덤의 시간은 멈춰 있었지만 땅 위 사람들의 시간은 흐른다. 어부 프란치스코는 죽었고, 어부 레오 14세는 오늘을 산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은 살다가 죽어 무덤에 묻힌다. 2,000년 전의 베드로의 무덤이 존재 자체로 증거가 되었다면 오늘은 사는 우리는 어떤 증거로 남아야 하는지 또 우리가 남겨두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어부의 무덤 표지.jpeg 『어부의 무덤』, 존 오닐, 혜윰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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