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썸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20년 연말에 하려 했던 공연들을 아직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올해 하려던 계획도 더 뒤로 미뤄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죠. 해야 하는 일들은 못하고, 하고 싶은 일들도 뒤로 미뤄야 합니다. 길거리의 단골 가게들이 문을 닫고, 거래처가 폐업 신고를 합니다. 코로나 19가 사회 전반의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닉 하게도 업계 사람들은 전에 없이 돈독해졌습니다. 그건 좋은 것 같아요. 서로서로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여러 자구책들을 준비하고 실행합니다. 품앗이하듯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이 시대의 모두가 그렇듯이요.
주말에도 공연장에서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금요일 밤부터 시작되어 일요일 밤으로 끝나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싶더군요. 평일보다 더 바쁜 게 주말이었는데, 잠도 자고 뒹굴뒹굴해도 시간이 남아돌아요.
갑자기 찾아온 강제된 휴식이 어색하여 괜히 이런저런 취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괜히 시작했나.. 싶기는 합니다만.)
그중 제일 재미있는 것은 '꽃'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유리잔에 담을 꽃 한 송이만 사야지.. 하고 동네 꽃집에 들렀답니다. 거의 주문 배송만 하고, 가게에 손님이 드나드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지, 한창 꽃 손질을 하던 사장님이 황급히 마스크를 끼며 눈이 둥그레집니다. 저는 꽃을 사본 적이 별로 없어서 쭈뼛대었고요. 작업대 뒤쪽의 냉장고를 가리키며 저기서 꽃을 고르면 된다고 합니다. 한참을 둘러봐도 다 예쁘고 다 똑같고, 유리잔과 어울리는 꽃이 무엇인지 모르겠더군요. 간신히 백합 한 송이를 골라 들고 가게 문을 나오는데, 사장님이 인사를 합니다.
즐겁게 잘 보세요~
아..
‘감사합니다’도 ‘또 오세요’도 아닌.. “잘 보세요.”
저는 단번에 그 인사에 중독이 되어 매주 주말 꽃집을 찾고 있습니다. 잘 보고 싶어서. 이번 주 내내 볼 꽃을 고르고 싶어서. 색색의 꽃잎이 햇살에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서. 참으로 꽃만큼이나 예쁜 말이었어요.
우리들이 했던 일들이, 만들었던 공연이, 전했던 음악이, 한 문장의 소개 글이.. 많은 분들에게 즐겁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져 '볼 일'이 많이 줄었지만요. 잘 본다는 일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더군요. 그래서 더욱 잘 보고 싶어 졌고요.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들은 더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만나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면 되니까요. 그렇게 유썸의 스태프들이 밤늦게까지 여러 생각을 모아 "잘 전달하고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을 조금만 정리해도 더 가깝게 전할 수 있겠죠.
우리가 본 시간들을 더 많은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할 수 있겠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꼼꼼하게 소개해서 같이 즐길 수 있겠죠.
브런치에는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여러 현장을 담을게요.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유썸의 스태프들이 번갈아 업데이트합니다.
아주 바쁘지만 않다면 꾸준히 소식 전하겠습니다.
즐겁게 보아주세요.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세요.
그러면 더 많은 비하인드를 들려 드리고 보여 드리겠습니다.
by 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