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지 못했다는 헛헛함에 대하여
창문은 열려 있는데 문이 닫혀 있다. 공기는 통하는데 들어갈 수는 없다.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외모가 부족한 건 아닐까. 외형이 조금 더 빼어났다면 나를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적어도 외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자존감이 낮아지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조금씩 초라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사회적 지위는 올라갔지만 여자로서의 평가는 조금 뒤로 밀려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감이 사라지니까 피부과 사이트에 들어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고가의 리프팅 시술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걸 하면 조금 나아질까.
매월 기분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쇼핑을 한다. 이런 소재의 옷은 없었고, 이런 카라가 달린 옷도 없었다는 핑계를 만든다. 장바구니에는 이유를 붙인 물건들이 쌓여간다. 뭘 해야 무엇을 사야 이 허전함이 채워질까.
일을 할 때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그런데 휴일이 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밀린 잔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바쁠 때도, 한가할 때도 결국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점점 일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이 열리면 이 헛헛함이 채워질 것 같은데, 주인은 열어줄 생각이 없다. 분명 선을 긋고 있는데도, 나는 자꾸 창을 통해 안을 기웃거린다. 창문이라도 닫혀 있다면 모를까. 공기가 통하니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