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번아웃
지난 10월에 글을 쓰고, 다시 글을 쓰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잠시 잠들었다가, 새벽에 다시 깨어 일을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해야 했다.
이 연휴를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뎠다.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매일 반드시 끝내야 하는 과업이 있었다. 곱씹어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자리인데도, 나는 버거워 내려놓고 싶었다. 의지가 약한 걸까.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했지만, 그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취미였다. 2~3일 치 숙박만 예약해 두고 열흘을 떠나기도 했었다. 설 연휴를 맞아 방콕 여행을 가려고 항공권을 결제했지만, 이번에는 도무지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출발 일주일을 남기고 취소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보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제주도 항공권을 다시 결제했지만, 결국 여행 전날 또 취소했다. 방콕과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취소하며 지불한 수수료만 236,000원이었다. 힘들게 번 돈을 참 쉽게도 써버렸다. 에어팟 하나를 그대로 버린 셈이었다.
항상 아무 준비 없이 떠나는 것을 잘해 왔는데, 이번에는 번아웃이 깊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이틀, 사흘을 누워 있었다. 나흘째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자다가 일어나 치킨을 시켜 먹고, 유튜브를 보다 다시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집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 깨는 일이 제일 행복하게 느껴졌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지금 하는 일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매 순간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내느라 고통스러울 뿐이다.
이직한 지 만으로 5개월이 되었다. 길었던 추석과 설 연휴를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4개월 정도일지도 모른다.
글을 다시 쓰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했다. 우울감이 깊었다. 금요일 퇴근 후 잠들어 월요일 아침까지 누워 있다가 겨우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거울을 보면 얼굴은 늘 부어 있었고, 치장을 하고 다닐 의미도 찾지 못해 퍼석한 얼굴로 회사를 다녔다. 이게 사람 사는 걸까,라는 생각을 두 달 정도 하다가 그만둘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돈 버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닌데, 커리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목을 매야 할까. 대기업에 다니든, 중견기업에 다니든, 사회적으로 딱히 무시받은 적은 없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지도 않고, 이걸로 나를 평가하는 사람도 없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명예일까. 명석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 하나만 버리면 모든 것이 편해질지도 모른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들 하지만, 지켜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