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녹색이다.
스케치 없이 생각나는 만큼만 그려야지 하고 선홍과 연지 사이의 색을 찾아 노을을 그리던 손으로 녹색을 잡았다.
산을 그릴 때에도 녹색을 제외한 관용색으로만 그렸던 내가 생각 나는 만큼 녹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문맥 없는 이 그림은 어쩌면 답장 없는 일기 또는 편지일듯하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첫 잎사귀를 완성하고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방향 잃은 나침반보다 어지럽게 초록으로 범벅되어 있다.
생각보다 추웠던 봄 때문일까 돌아오지 못할 봄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