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삐걱거리던 테이블이 쓰러졌다. 위태롭긴 했지만 잘 세워두면 큰 문제가 없어서 방치하고 있었다. 결국 테이블은 무너진 채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거실 바닥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쓰러져있는 테이블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소명을 다한, 끝을 본 개운함이 있었다.
쏟아진 물건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아주 작지만 내 마음 어딘가에 있던 불안함도 함께 정리되었다고. 쓰러질 때까지 불안해하면서도 그대로 두는 것은 해결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 혹은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어떤 인연이든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습성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을 보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도저히 안 되겠다는 확신을 얻어야만 미련이 가시기 때문이라면 너무 계산적이고 방어적인 걸까.
지난 연애에서 나는 유독 맘고생을 많이 했다. 긴 시간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쉽게 잘라내지 못했다. 나의 마음을 어쩌지도 못하고 기우뚱거리는 테이블처럼 가만히 세워놓고 그 위에서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책도 읽으며 흔들거리는 다리 한쪽을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알아서 쓰러져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단 한 번의 강한 타격에 쓰러질 거라면 그 타격 전까지 버텨보자는 방관자적인 마음. 결국 나는 사랑하는 마음마저도 타격에 잘려 나갈 거라 믿고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결국 강한 타격에 우리는 헤어질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자주 원망했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일도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치사한 건 나였을 지도 모른다. 결국 자르지 못한 건 나였으니까. 나의 마음도, 그를 향한 사랑도, 우리의 관계도 삐걱대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했었다.
오랜만에 그때 당시 썼던 글을 뒤적이다가 짧은 글을 발견했다.
연락이 두절되고는 마음을 오리고 오렸습니다.
그대는 항상 거침없이 걸어 나가고 또 거침없이 돌아왔습니다.
익숙해지려야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오리고 오립니다.
사각사각 다 잘려 나가서
남아있는 자리가 없도록
그대의 빈자리를 밤새 오리고 또 오립니다.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이 오리고 오리느라 우리의 관계를 제대로 잘라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다. 허구한 날 쓸데없이 내 마음을 오리고, 그의 빈자리를 오리고 있었으니 마음이 그렇게 아렸구나. 계속 내 안을 후벼 파고 베어내고 있었구나. 이제는 제대로 잘 보고, 잘라내야 할 곳을 잘라내야겠다. 헛손질에 괜히 애꿎은 곳에 상처 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