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

코스피가 미국 증시를 선행한다는 오래된 관념에 대해

by 유시모어


유튜브를 보다 보면 전문가라는 말도 아까운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비트코인은 미국 증시를 선행합니다." "코스피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단언한다. 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고 말하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먼저 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정보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어떤 악재가 있다고 해보자. 그러한 악재와 관련된 정보는 빠르게 확산되며 각종 자산 시장에 빠르게 반영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렸으며 오늘날에는 정보의 확산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졌기에 특정 자산에서의 가격 부진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하기는 어렵다. 악재에 대한 정보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며 특정 자산의 가격과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거의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도 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필자에게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코스피를 봐. 과거부터 코스피는 미국 증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어" 그런데 필자는 이들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코스피가 정말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하는 것이라면, 왜 2010년대에 이어진 코스피의 장기 횡보 이후에 미국 증시는 장기 횡보하지 않았을까? 미국 증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코스피의 장기 부진 이후에도 잘만 상승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코스피의 장기 부진 이후에도 꾸준히 잘만 상승했고,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코스피의 장기 부진 이후에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코스피가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에 속한 기업들은 제조업 중심이며 미국 증시에 속한 기업들에 비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침체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코스피가 미국 증시보다 먼저 아래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그러나, 코스피는 제조업 중심이기에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을 탈 수밖에 없다. 만약 코스피를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하는 무언가라고 믿는다면, 투자자는 코스피의 부진에 놀라 '기술 혁신' 성장주 위주로 되어있는 미국 증시 포지션을 정리해 버릴 수도 있다.


cf)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글로벌 경기 변동은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이클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코스피를 미국 증시의 선행지표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무효하다. 필자는 이것에 대해 <올 댓 아메리카>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한다는 말은 거의 대체로 개소리이다. 악재에 대한 정보는 매우 빠르게 퍼져 거의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코스피와 미국 증시의 과거 사례를 조금만 확인해 봐도 특정 자산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선행하는 것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정 자산의 가격 변동은 미국 증시의 앞날이 아니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미국 증시에 대한 희망사항을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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