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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희 Mar 16. 2024

새로운 식구를 맞아드리기 위한 체크리스트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다가 입양하게 된 이야기

"엄마~ 10분 후에 오실 거야!!"


토요일 아침, 소금이(임시보호 중인 유기견)를 둘째가 산책시키는 데 따라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큰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그냥 소금이 "산책시키러 나갔다 들어오는 길"이라고 말하지 않고 "산책시키는 데 따라 나갔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뒤어서 부연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오시는 손님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소금이를 우리 가족이 입양하겠다고 이야기하자, 우리 집이 강아지를 키우기에 결격사유가 없는지 보러 오시는 분이시거든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제시한 다양한 사전 체크리스트를 모두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 식구를 맞아드리는 것에 최종 합의를 했습니다.

이제 2년도 안 된 강아지니, 앞으로 우리가 책임져야 할 기간이 십수 년입니다.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어떤 점들을 사전에 고려했는지, 그리고 합의 후에 알게 된 미처 고려하지 못했지만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Q) 임시보호는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의 지방 자치단체는 유기견들을 발견하면 유기견 수용시설로 데려갑니다. 거기서 일정기간 보호 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합니다. 임시보호란 유기견이 안락사되지 않도록 입양이 될 때까지 임시로 키워주는 것입니다. 보통 2달 이상 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신청을 하게 됩니다.

Q) 임시보호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비영리단체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을 일단 자기들 시설로 데리고 옵니다. 여기서 임시보호자를 구하기 위해 SNS등을 통해 댕댕이들 사진을 올리면서 홍보를 합니다. 큰아이가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고 관심 있게 보고 있다가 신청하게 되었어요

Q) 임시보호 기간 동안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기본적으로 2달은 의무사항이라면, 이후에는 임시보호자의 사정에 따라 새로운 임시보호자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버림받은 아가들의 보호자가 자꾸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보니, 웬만하면 입양할 때까지는 임시보호를 계속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보통 3개월 정도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보호하곤 했습니다.


Q) 이번이 세 번째 임시보호라고 하셨는데, 앞의 두 번은 어떤 강아지들이었고 어디로 입양을 갔나요?

A) 처음 왔던 "율무"는 11세, 13kg의 아기 엄마였어요. 꽤 점잖고 순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살게 된 댕댕이라서 아이들, 특히 첫째가 많이 사랑해 주었어요.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두 번째 "수수"는 4개월 된 아기 강아지였고, 처음엔 구석에 얌전히 앉아만 있더니 점차 개구쟁이가 되어갔어요. 집안의 배변패드며 침대며 다 갉아대고(이가 나느라 간지러워서 그런답니다).. 이 아이는 둘째가 더 많이 정을 주었어요. 역시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보통 6킬로 이상 되는 강아지들은 한국에서 선호되지 않아서 미국으로 입양을 많이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있는 소금이도 7kg에 우리 집에 와서 지금은 거의 8kg에 가까이 몸무게가 나갑니다. 다들 믹스견이고요. 모두 하얀 털의 강아지들이었습니다.


Q) 입양을 위해 어떤 체크리스트를 만드셨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아이중 누가 소금이의 주양육자인지를 정하도록 했습니다. 즉, 결혼을 하거나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누가 소금 이를 데리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확정하라고 요구했어요.

처음 임시보호를 추진했던 큰아이가 주 양육자가 되어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Q) 또 어떤 것을 확인하셨나요?

A) 병원비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어요. 주위에 보면 강아지가 아프면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병원비가 몇백만 원씩 나오더라고요. 대학생인 아이들 입장에서 몇백만 원의 병원비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정 금액 이상의 병원비가 나오면 일부 부담해 주겠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구체적 금액은 아이들에게 먼저 제안해 보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기에 강아지 병원비를 검색해서 어떤 사람이 강아지 병원비로 1년간 쓴 돈에 대한 글을 읽어보게 했습니다. 그 글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강아지 기본 양육비 외로 한 달에 6만 원씩 병원비용 통장을 만들어서 적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적립금에서 모자라는 병원비는 제가 100만 원까지 지원해 주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나머지는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둘째가 한도를 늘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회당 100만 원 한도를 3년 3백으로 늘려주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1년 최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200에서 3년 300으로 줄어서 좋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끔 아플 때 300까지는 지원받을 수 있어 좋고, 윈윈 전략이 되었네요.

Q) 오, 이런 것들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필요하겠네요.

A) 이러한 지출에 대한 사전 고려는 다른 중요한 결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집을 살 때나 자동차를 살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해 봐야겠죠. 집을 살 때는 재산세, 관리비, 이자비용 등을 부담할 여력이 되는지, 자동차를 살 때는 사고 날 때를 위한 보험가입 비용, 유류비, 자동차세, 수리비 등 이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죠. 


Q) 입양을 위한 또 다른 체크리스트는 무엇이 있나요?

A) 1. 주양육자의 결정(따로 나가서 살게 되면 누가 데리고 갈 것인지 결정함)

2. 병원비에 대한 준비(월 6만 원씩 적립하기로 하고, 추가 비용은 엄마의 지원을 받기로 함)

3. 산책은 누가 책임지고 할 것인지(주7일 중 큰아이가 4일, 작은 아이가 3일 맡아서 하기로 합의)

4. 가족 여행을 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여행 갈 때 맡아줄 친구를 구했음)

위의 4가지였습니다. 물론 배변 후 치우는 것, 먹이 주는 것 등 모든 케어는 아이들이 책임지고 관련 비용도 모두 아이들이 부담하기로 한 것은 임시보호때와 마찬가지입니다.


Q)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뭔가요?

A) 강아지털로 인한 문제입니다. 여기저기 강아지털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일반 청소기로 청소하니 청소기에서도 냄새가 나더군요. 인터넷 찾아보니 원래 강아지털을 청소기로 청소하면 그런 냄새가 계속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건 몰랐어요. 사실 그전 임시보호 시기에는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셨거든요. 그 아주머니가 팔이 다치셔서 못 오시게 되면서부터, 제가 청소를 하게 되다 보니 "청소 문제"를 놓쳤습니다.

지금은 부직포 막대기를 매일 끌고 다니면서 바닥을 쓸어대고 있는데, 이 털 날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청소에, 산책에, 병원비까지 해야 할 일들과 신경 쓸 일들이 정말 많아지는군요. 그럼에도 아이들의 강아지 입양을 허락하신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아이들이 원하니까요. 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아지가 집에 있으니까 아이들 웃음소리가 많아졌어요.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죠. 

하나 요즘 제가 즐기는 일이 생겼는데, 바로 소금이 산책할 따라나가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금이 산책은 아이들 책임이고, 저는 강아지를 만지지도 못하고, 똥을 치우는 것도 못하기 때문에(안 하고 싶고) 그냥 따라만 갑니다. 강아지가 뛰면 같이 뛰곤 하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재밌네요. 얼마 전엔 강아지들 목줄 풀고 있는 야외 정원 같은 곳에 갔었어요. 거기서 소금이 가 목줄 풀고 신나게 뛰는 것을 보는데 가슴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제가 달리기도 느리고 쓰는 것이 둔한데, 소금이가 신나게 달리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강아지를 입양하는 절차에 대해 조금 더 알려주세요.

A) 일반적인 입양 절차는 잘 모르겠어요. 임시 보호 후 저희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만 말씀드릴게요.

임시보호를 주선했던 단체에다가 입양의사를 밝히니,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왜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등등 관련정보를 아이가 썼더니 가정방문을 온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가정방문에서 별말씀이 없었으니, 입양심사는 통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후원금 30만 원을 내면 무슨 계약서를 쓴다고 하는데, 법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후원금은 몰랐던 비용이라 아이들이 좀 당황해 하긴 했어요. 저도 "입양 후원금"이란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신 단체에 대한 후원이니까 아이들이 좋은 마음으로 내길 기대하며 저는 조용히 있었습니다. (자율적으로 후원하라는 후원금인데 30만 원 "이상"으로 정해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보이긴 하네요^^;;)

이상으로 새로운 식구를 맞아드리기 전에 우리 가족이 고려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어 봤습니다. 강아지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우리 집에서 살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을 나누고 싶어요. 

그것은 "감사함"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다면 평생 해보지 못했을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우다니!!) 

제가 경험하는 세상의 폭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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