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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희 Mar 09. 2024

나에게 건강함이란

내 삶의 주요 가치

지난 주말 내 삶의 주요 가치를 표현하는 2가지 단어를 만났습니다.

바로 건강함과 진정성이 그것입니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 "건강함"이 어떤 의미가 있고, 왜 내 삶의 주요 키워드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동지 2명을 만났다.

금융상품 판매를 위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이 아니라,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한 "재무설계"(돈 관리 계획 및 실천)에 대한 뜻을 같이한다는 인연으로 이어진 "동지".

그녀들과 꾸준한 만남을 통해 이제 친구가 되었다.

우린 "자신의 주요 가치"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리더의 용기"라는 책을 보면 담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자신만의 주요 가치를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치를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두 페이지에 걸쳐 알려준다. 우리는 그중 딱 2가지만 추려내기로 했다. 가족, 사랑, 신뢰 등 좋은 말들이 너무나 많아서 2가지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각자 두 가지 키워드를 찾아냈다. 

나의 주요 가치 단어는 건강과 진정성이었다. 

나와 내 동생이 모두 "건강"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우리 엄마의 건강 우선주의가 우리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크면서 "공부하라"는 이야기 보다 "빨리 자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고, 잠은 그 어떤 것으로도(그것이 공부라 할지라도) 방해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엄마가 태어났을 때 엄마의 엄마(나의 외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돌봄을 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젖도 못 얻어먹고 거의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본인이 태어나자마자 못 먹어서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어려서 알게 되었다면 어떨까? 음식이나 건강에 대한 집착이 무의식적으로 생겨났을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엄마는 늘 먹고 자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과 행동으로 가르쳤다. 동생이 늦잠 자서 밥을 못 먹고 학교에 갔던 날, 세상이 무너지는 듯 속상했다는 이야기도 엄마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아빠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동생은 특히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에 매우 주안점을 두고 건강관리를 한다. 아빠가 50대에 치매를 앓기 시작하셔서, 70대 중반에 요양원에서 하늘나라 가실 때까지 천천히 우리를 잊어가는 모습에 동생이 큰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도 이 경험은 매우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나는 조금 더 담담하게 이 상황을 지켜봤다. 사실, 이 담담함이 진짜 담담함인지 나를 속이고 감정을 거부하려는 담담함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나와 내 동생은 건강 정보에 매우 열심히 귀 기울이고, 건강한 습관 만들기에 열심히라는 사실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 중환자들과 같이 2달을 입원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내 외상은 머리 두 번 빡빡 밀고, 앞 두개골을 손오공의 머리띠처럼 잘라서, 부러진 이마뼈를 꺼내고, 다시 인공으로 바꾸는 큰 수술 2회로 완치가 되었다. 나에게는 학교를 두 달이나 정당하게 안 갈 수 있었고, 대신 좋아하는 만화책을 실컷 볼 수 있었으며, 당시 흠모했던 우리 반 반장의 안부전화를 받을 수 있었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문제는 같이 병실을 썼던 할머니와 예쁜 언니에 대한 기억이다. 


내 외상 상태가 꽤나 심각했던 터라, 같이 있었던 환자들이 꽤 중환자들이었다. 할머니는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었다. 어린 내가 너무나 끔찍하게 지켜보았던 장면은 할머니의 식사장면이었다. 할머니는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무슨 콩국 같은 주스를 코에 호스를 끼워서 들이부었다. 그 호스는 식사 때마다 코를 통해 식도까지 집어넣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할머니가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그 끔찍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 옆 침대의 언니도 마찬가지로 전신마비였는데, 그래도 언니는 이야기를 있어서 나의 말동무가 주었다. 그 언니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리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그날 이후 전신마비 상태가 되어 침대에만 누워있다. 언니가 산책을 할 때 내가 동행하곤 했는데, 내 역할은 언니의 다리 끝에 달랑달랑 달려 흔들리는 발을 휠체어 발판 위에 올려주는 것이었다.


어린 나는 2개월 후 퇴원을 했지만, 그 할머니와 언니는 치유의 희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난 건강을 해치면서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세상에 없다고 믿는다.

회계법인을 도망치듯 벗어난 것도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나는 요즘도 샤워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20여 년 전 회계법인에서의 그날을 떠올리며 안도하곤 한다. 그날은 **은행을 감사했던 우리 팀이 모두 회계법인에서 대기해야만 했던 어느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우리가 집에 못 가고 대기를 해야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유도 모른 채 집에 이틀간 못 갔다. 당연히 잠도 못 잤고, 씻지도 못했다. 요즘 같은 시절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 '인권침해' 등 여러 가지 말들을 붙여 항의할 수 도 있으려나? 그때는 그냥 '이런 게 회계법인 생활이라면 난 빨리 퇴사를 해야겠다' 고만 생각했다. 그 생각 덕분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외국인 상사와 영어로 인터뷰를 보고 외국계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고, (건강한 생활을 포함해서) 개인의 라이프를 중시하는 외국계 회사의 분위기는 나와 너무 잘 맞았다.


엄마가 된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많이 하는 이야기는 "일찍 자라", "운동해라", "근육 키워라", "좋은 음식 먹어라"이며, 건강을 해치면서 해야 할 일은 아예 하지 말라고도 종종 이야기한다. 


아침엔 건강을 위해 따뜻한 물과 유산균을 먹고, 요가(스트레칭)를 한다. 하루 6000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하고, 10시 이후에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아침엔 과일과 견과류만 먹고 커피는 특별한 순간에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올리브유와 찐 야채를 즐겨 먹으며, 좋은 고기와 계란을 먹고 설탕은 피한다. 내 나이 정도면 이 정도 건강관리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긴 하지만, 이렇게 건강한 습관을 지키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꽤 많다. 좋은 습관들은 몸 건강하고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우리 삶에서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건강과 돈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돈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재무코칭을 하면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돈이 많다면(재무적 제약이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자녀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 기회를 주기 위한 돈이 마련되었는데, 교육을 받을 만한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과 건강한 매일의 삶을 유지하는데 드는 돈 중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다행히 건강한 매일의 삶을 유지하는 데는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보내고, 편의점에서 밥을 사 먹게 하는 등 건강을 망치는 쪽으로 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한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 아이가 영어학원 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서 틱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냐?"며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너무 황당했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초등학생 아이가 지금 아픈데, 영어 학원을 왜 그렇게 꼭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요사이 학구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소아정신과나 심리센터가 학원들 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참 아이러니 하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회적 성공이나 성취보다 건강한 몸과 맘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성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목표이고 무엇이 수단인가 하는 부분이다.

돈 이야기로 돌아와서, 결국 내 가치관 하에서 돈은 건강보다 우선일 수 없다. 

내 돈을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내게 행복은 건강한 삶에서 비롯된다.

나이 들어서 힘든 일 하지 않기 위해서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투자도 마음이 편한 것이 수익률 좋은 것보다 우선이다. 

절세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여윳 돈'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여윳 돈의 마련은 어디서 쓰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돈 관리 목표는 "(나를 갈아 넣어) 100억 자산가 되기" 보다 "(건강한 삶을 통한)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이다.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 어려서 알아버린 모양이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면서 100억 부자 되는 법을 찾는 것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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