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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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한국에는 2명의 JYP가 있었다."
한 명은 가수 박진영 씨와, 다른 한 명은 해설가 박진영 씨.
이들은 일찍이 본인의 길을 찾아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 농담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해설자의 삶을 살고 있는 청년 '박진영'님을 왕십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해설을 하고 있는 박진영입니다. 스타크래프트 1,2 프로 게이머를 하다가 현재 e스포츠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중학생 때까지는 친구들이랑 노는 거 좋아하고, 시험기간 때 바짝 벼락치기하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중3 겨울쯤에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되었어요. 게임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매력 있겠구나, 즐겁겠구나'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도 즐거웠나요.
"아니요(웃음). 물론 프로게이머가 되었을 때 잠시 행복함이란 건 존재했어요. 하지만 막상 성적 내는 시점이나 빛을 못 보던 시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해설자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직업입니다.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e스포츠라는 방송은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되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방송 99%가 생방송인데 크게 실수할뻔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순간적으로 비방 용어가 나올뻔한 적도 있고, 원하는 상황에 화장실을 갈 수도 없어요. 어느 날은 배가 너무 아파서 경기를 해설하는 도중에 화장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정말 아찔하네요. 결국엔 어떻게 하셨는지.
"하늘이 노래지고 얼굴도 창백해지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끝날 때까지 참았죠. 장난이지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 내가 화장실을 안 가고 실수하게 되면 앞으로 해설을 할 수 없을 거고,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게 되면 웃긴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여러모로 걱정을 많이 해서 찰나의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결국엔 참았고 그 덕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오늘날까지 오기에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나요.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딱히 없는데 동경하는 인물들은 언제나 있어요. 제가 게이머를 하려고 할 때, 해설하려고 할 때 분명히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특정 인물로 지정해놓고 '그 사람처럼 되겠어'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건 '자기다움'을 일찍 찾은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여전히 나라는 사람을 무엇인지 정의를 못 내렸고, 앞으로도 못 내릴 거 같다는 생각이에요. 다만 마음이 끌린 대로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들을 계속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럼 지금은 행복하신가요.
"행복지수로 따지면 높은 편이에요. 앞에 말씀 주셨듯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을 하다 보니 나름의 희귀성도 느끼고, 특히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을 만났을 때 정말 행복해서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10점은 제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게 제 머리를 아프게 하더라고요(웃음)."
기억에 남는 팬이나 순간이 있다면.
"처음으로 저를 좋아해 준 팬이 떠오르네요. 이외로 해외팀 생활도 하면서 미국에 수개월 체류한 기간도 있었는데, 당시 호주에서 살고 계신 팬 분이 소포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이런 걸 보면 '나라는 사람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게이머, 방송인이라 보이는 모습 덕분에 팬 분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어림짐작했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해외에는 얼마나 계셨나요.
"체류기간은 한 6개월 정도. 요새는 자잘하게 꾸준히 나가는 편이에요. 한 3년 동안 1년에 12번 정도 해외를 나갔어요."
일로 해외를 다니는 모습, 많이들 부러워할 거 같아요. 그래도 후회한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모든 일상이 후회인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자신감도 넘친다는 식으로 말은 하긴 했지만요. 결국 프로게이머로서 해외 대회, 결승 무대를 밟아보는 것, 팀리그 등 완벽히 정점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고 생각하고요. 언젠가 해설로서 할 수 있는 능력들이 완벽해지고, 팬분들도 인정을 해 주신다면 그때는 후회를 안 할거 같습니다. 아직까진 매 순간 후회하는 거 같아요."
오늘날 청년이 불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무래도 인생의 갈피를 못 잡는 게 큰 거 같아요. 도착지가 어딘지 정확히 알면 뭘 하더라도 불안하거나 걱정이 없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나라는 사람이 '이걸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맞나',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복합적으로 엮여있다 보니 1,20대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본인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민망하긴 한데 주위에서 '인싸다', '친화력이 좋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다 보니 여러 곳에서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요. 그런 면이 저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해서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가끔 목소리 칭찬을 받기도 하는데 해설로서 그것도 장점인 거 같고요. 단점은 군대 문제예요. 그 외에 단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건 당장에 없네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다면.
"게이머 할 땐 자기 계발서 같은 거도 10권 넘게 읽어보고 그랬는데 요새는 책을 잘 안 읽어요. 특히 자기 계발서를 보면 결국엔 '성공한 사람의 발자취'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나는 힘들었지만 결국 이렇게 성공했어' 이런 내용이 과연 나에게도 적용될까 생각해봤어요. 크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에요. 영화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어바웃 타임>이에요. 막바지 부분에 한 번 살았던 삶을 다시 사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결국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면 충분하고 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지금까지 전 되게 운이 좋은 사람이었어요. 모든 일들이 나쁘진 않았기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앞으로도 이런 운이 계속 따랐으면 좋겠어요. 원하는 일에 만족감을 얻고, 팬분들도 만족하실 수 있도록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뭔가요.
"최근에 정말 많은 분들이 '프로게이머', '1인 방송 BJ'를 꿈꾸시잖아요. 꿈꾸는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하지만 막상 그 일을 하게 되면 분명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내가 이걸 괜히 했나?', '나에겐 역량이 없나?', '재능이 부족한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분명 있을 거예요. 결국 그런 부분을 감내하고 견딜 수 있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 추천드리고 싶어요. 만약 '게임은 공부 안 하니까 좋아', '방송은 돈을 정말 많이 쉽게 버는 거 아냐?' 이런 생각으로 접근하신다면 제풀에 지칠 확률이 99%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박진영>
- 스타크래프트 1,2 프로게이머
- e스포츠 해설자
- 인스타그램 @__jypark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