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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Feb 20. 2018

당신은 '기본기'에 얼마나 충실한가요?

부실 공사는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군자는 기본 되는 일에 힘쓰거니와 기본이 서야 도가 생겨난다. – 유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운동선수를 꿈꾸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 공부를 잘하고 싶은 사람 등이 누군가를 찾아가는 경우 공통적으로 듣는 조언이 있다. 바로 ‘기초적인 동작이나 기술 등을 꾸준히 반복하라’는 말이다. 기본기부터 다지라는 뜻이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 


 때때로 기본기가 부실한 사람이 엄청난 운이 따라 성공을 맛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기본기를 쌓아가지 않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추락하고 말 것이다. 내실을 다지지 않은 성공은 언젠가 부실한 내면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완성시킬지라도 기초 공사가 부족하다면 작은 지진에도 쉽게 무너지듯 말이다.

ⓒ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배우던 시절 나는 ‘일꾼 나누기’‘인구수 안 막히는 연습’을 가장 먼저 배웠다. 한동안 미친 듯이 그것만 배웠다. 정말 그 순간은 미친 듯이 따분했다. 치열한 머리싸움과 화려한 전투를 기대했던 나는 그 시간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스승에게 이런 따분한 거 말고 유명한 선수들처럼 현란한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났다. 나의 스승은 그런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기본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라고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가르쳐주기 귀찮아서 그런 줄만 알았다. 나에게 그런 비법을 전수해주기 싫어서 혹은 본인도 잘 알지 못해서 해주는 달콤한 조언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어린 시절 아주 잠깐 복싱을 배웠던 시절이 떠오른다. 과거 나는 복싱의 현란함에 반해 학원을 다녔다. 바람을 가로지르는 주먹과 현란한 스텝, 그걸 민첩하게 피하는 복서들을 보면 참을 수 없는 열정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체육관 관장은 나에게 몇 달간 줄넘기와 기본적인 스텝만 가르쳤다. 내가 상상하던 세계와는 무척 달라 화가 났다. 결국 한 달 만에 복싱 학원을 때려치웠다.


 당시 나는 게임도, 복싱도 왜 자꾸 기초만 반복해서 가르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그들은 남을 가르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분노를 느꼈다. 나중에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게 된다면 절대 후배들에게 저런 따분한 것만큼은 가르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현란한 스킬을 가르쳐 주면 그로 인해 열정을 느낄 테고 자연스레 탄력을 받을 테니 말이다.


ⓒ JTBC / 냉장고를 부탁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도 어느덧 후배 선수들을 가르쳐주는 상황이 왔다. 물론 앞서 했던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나의 스승보다 더 심하게 기본기를 강조했던 거 같다. 그제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글쓰기, 운동, 공부, 게임 등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하나의 진리가 바로 기본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때 왜 그랬는지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이처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난해한 철학서를 완독 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기본기 없이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프로게이머 선수들은 대부분 디스크를 친구처럼 안고 살아갈 정도로 기본기를 다진다. 유명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매일 1,000번의 슈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정상을 찍고 나서도 기본에 소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도 기본기와의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을 견뎌왔다. 고독하고 험난한 기본기와의 싸움을 버텨낼지라도 고작 한 단계 성장하는 것뿐이다. 기본기만 다진다고 절대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를 외면하지 말고 기본기와의 따분한 시간을 준비해야만 한다.


 

ⓒ 화려해 보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아무리 화려해 보이는 건물이라 할지라도 전부 벽돌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야만 한다. 벽돌은 하나의 기본기와도 같다. 벽돌을 하나라도 잘못 쌓았다가는 작은 흔들림에도 무너지고 만다. 겉으로 아무리 높고 화려해 보인다 할지라도 부실 공사를 했다가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엔 초라해 보일지라도 내실이 튼튼하면 강한 지진에도 끄떡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기본을 무시한 채 겉모습만 치중하며 살아가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천천히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고 기본기를 다지며 근육을 키워나가듯 서서히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하기에 우리는 기본기를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길 바란다.

우리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하지만 그만큼 따분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 ‘기본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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