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도 황희두 Jan 16. 2018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현실적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누군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치자. 


"저의 꿈은 대통령입니다."


 아마 이 말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콧방귀를 뀌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해.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야"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주장은 아니지 않나? 대통령은 5년에 한 번씩 반드시 뽑히니 말이다. 

이 얘긴 즉슨, 5년 후에도 누군가 새로운 대통령이 뽑힐 것이란 소리다. 당연히 누가 뽑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대통령의 꿈을 비현실적으로 생각한 사람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극단적으로 대통령이라는 예시를 들긴 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실적'이라는 말을 무척 자주 듣고 사용한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다.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 좀 해" 따위의 충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고,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러한 현실이 정확히 뭔지도 모른 채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고, 부모를 모시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믿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다음 세대 꿈나무들에게 같은 말을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려무나" 물론, 그 현실이 정확히 뭔지는 아무도 모른채 말이다.


 도대체 현실적이란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현실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현재 실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또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실현될 수 있는 것이란 말은 결국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지 않은 상황도 포함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나는 실제 존재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을 정확히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읽고 있는 여러분의 현실은 다르다. 분명 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자본이 다르고, 마음가짐이 다르다. 오죽하면 함께 사는 가족끼리도 현실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타인의 현실을 단정 짓는다. 더 놀라운 것은 명확히 규정 조차 불가능한 현실적이라는 말이 사회 보편적으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들은 누군가가 만든 '현실적'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누군가가 해주는 그러한 현실적인 조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오히려 그걸 거부하면 문제아,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저항적인 삶을 살아왔다. 영웅 심리, 반항심 이런 건 전혀 아니었고 뭔가 당연하고 평범한 게 싫었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성격을 가진 탓에 어린 시절부터 이상적인 꿈을 좇으며 살아왔다. 어느 순간 주위에서는 나를 두고 이상주의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했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나에겐 모든 상황이 실현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모든 꿈과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말하는 '비현실적'인 꿈을 꾼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스스로의 노력과 어느 정도의 운이 안 따랐을 뿐 절대 못 이룰 목표를 향해 비현실적으로 달려온 것은 아니란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나를 보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사람도 물론 있었겠지만 때로는 꿈을 짓밟기 위해 혹은 조언하는 본인이 나약한 인간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나를 오히려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타인이 나에게 '현실 불가능한 꿈'이라고 단정짓는 순간 나는 무척 비현실적이고 세상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정도로 말 한마디가 무섭다.

 

 남 부러울 정도로 성공한 사람 치고 현실에 안주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들이 수없이 비웃고, 무모하다고 손가락질하던 그 비아냥 속에서, 즉 타인이 만들어놓은 현실이라는 벽에 갇히지 않은 채 본인만 믿고 열심히 달렸기에 성공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사람들이 수없이 하는 뻔한 말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게 나름 성공을 향한 최소한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도 않는 현실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앞으로는 나도 주위에 현실적이라는 말을 최대한 자제하고 끊으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상황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남의 현실을 그리 잘 안다는 말인가? 


 만약 다수가 말하는 현실이 사실이었다면 주위에서 망했다던 페이스북으로 떼돈을 번 주커버그도, 중앙위원에도 못 들어가는 서열 151위에서 중국 실세가 된 시진핑도 오늘날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보여준 수많은 사람들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에 절대 기죽지 말자. 그렇다고 남의 말을 아예 듣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차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현실은 제각각이니 절대 타인에게 '현실적'이라는 말을 앞세우는 조언도, 충고도 하지 말자는 의미다. 세상 그 누구도 나의 현실적인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주위의 조언들은 참고하되 본인 스스로를 강하게 믿자.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기본기'에 얼마나 충실한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