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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Apr 05. 2018

[황희두 에세이] 무모한 도전

그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뿐.

ⓒ MBC / 2005년 처음 시작한 '무(모)한도전'


국민 예능 <무한도전>이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무한’ 도전이라는 제목처럼 평생 질주하며

영원히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을 줄 믿었던 국민 예능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지막 방송 날,

수많은 청년들은 함께해온 세월의 추억들을

고이 접어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다들 기억하시는가?

무한도전의 전신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사실을.


무모한 도전은 평균 이하 남성들이 모여

과감하고 때로는 미련하게 미션을 수행했지만

처음부터 대중들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뻘에서 몸을 구르고,

목욕탕 물을 퍼 나르고,

황소와 줄다리기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만 한다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의 골수팬이 되었다.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아등바등 대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기에.

많은 대중들이 비난해도 끝까지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기에.


비슷할 무렵, 프로게이머를 꿈꾼다는 이유만으로

주위 친구들의 비아냥과 손가락질을 받아온 나.


이해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외로움 속을 걷던 나는

온갖 고통을 견뎌내며 끝까지 미션을 수행하는

평균 이하의 남자들에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 나에게 “철 좀 들어”라고 말해올 때,

의기소침해진 나를 달래주었던 유일한 안식처.

그런 나에게 있어 여섯 남자의 도전은 결코 무모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멈추지 않고 평생 달릴 줄만 알았던 멤버들은 잠시 도전을 멈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도전이 절대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잠시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는 중일뿐.


달콤한 휴식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열심히 달릴 것이다.


우리는 혹여 <무한도전2>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달릴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아주 가끔,

치열한 일상에 지쳐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은 두려움이 느껴질 때

그럴 땐 그들처럼 잠시 쉬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길을 잃으면 잠시 앉아 휴식도 취하고

넘어지면 잠시 누워 푸른 하늘도 바라보자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고 비난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멤버들의, 아니 우리들의 도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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