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산케이 신문에서 '한국에서 현자로 존경받는 101세 철학자'라며 김형석 교수를 치켜세웠습니다. 대일 정책을 비롯하여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강하게 비난하는 게 아마 크게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정부 정책은 얼마든 비판할 수 있습니다만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진리를 전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문득 얼마 전 돌아가신 채현국 할배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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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들 막상 내 나이만큼도 되지도 않는 놈들이 저래요. 칠십몇 살, 막 가고 뻔뻔해져서. 늙으면 지혜로워진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농경시대의 꿈같은 소리입니다. 늙으면 뻔뻔해집니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저 사람들 욕할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 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비틀비틀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또 비겁하게도 살아왔다. 어디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이다. 내가 뭘 이룬 게 있다면 그건 나 혼자서 한 게 아니다. 내 주변에 마치 자신이 몸뚱이인 것처럼 행세한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건 오만이다. 혹시라도 나를 영웅처럼 묘사하는 건 절대로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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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성공만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알았던 과거의 제가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채현국 할배를 만난 후였습니다. 저는 이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자이자 '현자'라고 생각합니다.
채현국 할배 말씀처럼 "늙으면 지혜로워진다"라고 믿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로 몰아가는 건 동의하지 않지만,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현자 취급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비록 제가 채현국 선생님 같은 현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그의 소중한 말씀은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