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따스한 봄.
나는 누구보다 봄이 온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린다.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으로 예민한 나의 기관지가 가장 먼저 반응을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매년 봄을 이 지긋지긋한 알레르기와 함께 보내야만 한다.
추운 겨울이 가면 어느 순간 조용히 나에게 찾아와
밤잠까지 설치게 만드는 극심한 고통.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봄이지만 나는 매년 봄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따스한 봄날 거리에 만개한 봄꽃들을 보면 작은 낭만이 느껴지기에.
그렇기에 나는
봄날의 낭만을 즐기면서 동시에 비염으로 인한 고통도 함께 견뎌내야만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눈물, 콧물 게다가 두통까지 찾아오는 탓에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지만, 봄꽃의 낭만을 느끼면 고통도 금새 잊혀진다.
춥거나 혹은 덥거나,
단순하게 변한 봄날씨를 보며 한 친구가 나에게 건넨 말.
"요샌 무슨 날씨가 여름하고 겨울, 2계절인 거 같아 "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 드는 생각.
'만약 여름과 겨울만이 존재한다면 봄철마다 느끼는 고통도 사라지겠구나..'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드는 다른 생각.
'그렇다면 벚꽃의 낭만도 사라진다는 말은 아닐까?'
매년마다 극심한 고통을 받는 봄이지만
막상 봄이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는 나의 모습.
그런 나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어떤 시.
행복을 추구하면, 겸하여 불행도 오고
명예를 추구하면, 겸하여 비난도 오기에
세상 모든 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말
갑자기 이 구절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봄날은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계절이기 때문에 아닐까.
정말 나는 봄날이 마냥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어쩌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생도 나의 봄날처럼 행복하다고 아니면 불행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애매모호한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
옛말에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비록 지금은 춥고 힘들지만 머지않아 따스한 봄이 찾아와 나를 녹여줄거라는 조언. 그렇기에 힘든 순간을 조금만 버텨내라는 용기. 어릴 적엔 공감했지만 지금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행복도, 불행도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할 거 같다는 그런 생각.
행복과 우울의 감정선을 수없이 넘나 드는 어떤 날은 과연 행복한 날일까, 우울한 날일까? 감히 단정 짓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 있어 힘든 겨울이 지나면 과연 따스한 봄날만이 나를 반겨줄까.
아니,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따스한 봄날만을 기다리던 사람들,
머지않아 행복이 나를 반겨줄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으로 인해 더 큰 우울에 빠질지도 모른다.
행복과 낭만,
그리고 고통과 불행.
이 모든 것들은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다는 결론, 마치 나의 봄날처럼.
결국 우리 인생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이 오는게 아니라,
우울하고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지면 어느 정도의 불행도 웃어넘길 수 있고,
마찬가지로 불행하다고 느껴지면 행복도 크게 안 느껴지듯이,
우리 인생은 나의 봄날처럼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그런 표현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것 같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어쩌면 그 자체로 이미 나는 남들보다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