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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29. 2018

[황희두 에세이] 불행 끝, 행복 시작

행복한 순간에는 불행이, 불행한 순간에는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하잖아. 살다 보면 누구나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지. 인간은 모 불행한 존재 같아.  
   

얼마 전, 친한 형이 슬럼프를 겪으며 나에게 건넨 말.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맞는 말이죠. 그런데 그 모습 때문에 모든 인간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모든 인간이 행복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사랑을 하거나,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달성하거나 하면 행복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마 현재 우울한 상황이라면 모두가 불행하다던 형의 말이, 반대로 즐겁다면 행복하다는 나의 말이 더 깊이 와 닿을 것이란 사실을. 어릴 적부터 나는 힘들고 우울할 때마다 주위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어왔다.

      

"힘들지? 어떻게든 참고 견뎌. 언젠가 불행이 끝, 행복한 날이 오기 마련이야. 마치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듯이."     


이처럼 살면서 한 번쯤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을 들어본다. 특히나 힘들고 지치는 우울이 오래갈수록, 그 말을 더 부여잡게 된다. 그래야 지금 나의 고통을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과 상처로 얼룩진 나의 일상이 막을 내리고 언젠가 찬란한 빛을 볼 거란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불행과 행복을 딱 잘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과거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당시의 고통이 무뎌진 탓에 행복한 순간만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
     

결국 행복과 불행은 항상 우리 곁에 공존하지만

행복이 더 큰 순간에는 불행이 보이지 않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령 짝사랑하던 사람과의 연애가 시작되고,
간절히 바라던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하고,
꿈에 그리던 순간들이 나를 반겨 행복하다고 느낄지라도 이면에는 어떤 이유로든 불행도 존재한다. 

다만 행복이 크면 클수록 '이 정도 불행쯤이야'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뿐이다.     

     

살다 보면 행복하고 불행한 순간들이 갑작스레 찾아온다.


특히나 아무리 막으려 애써도, 

절대 막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불행'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그때그때의 불행을 막는다고 평생 동안 모든 불행을 막아낼 수는 없다.    


이를 보면 불행을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행복의 씨앗을 키우며 불행을 잠재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한 순간과 행복한 순간을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행과 행복이 당신 곁에 있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당신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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