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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Jun 05. 2018

[황희두 에세이] 달빛의 위로

두둥실 떠있는 저 달빛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환하게 반겨준다.

"오늘 달 봤어? 놀이터를 가로지르는데 너무 환해서 뒤를 딱 돌아봤더니 달빛이 보이더라고. 그 순간 바람이 확 부는데 내 온갖 피로가 다 녹더라. 그래서 5분간 그 자리에…."


몇 주 전, 어느 늦은 밤 친한 친구가 달빛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며 사진을 2장 보내줬다.

한 장은 달이 구름 뒤에 수줍게 숨어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의 순간, 다른 한 장은 달이 당당하게 등장해 환한 빛을 비추고 있는 모습. 비록 나는 실제로 바람을 느끼지도, 실물을 보지도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크게 힐링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환하게 비추는 달빛이 마치 희망을 담고 있는 거 같았기에.


그러고 보니 어른이 되고 달빛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거의 없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달을 바라보니 오래전 순수했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매일마다 모양을 바꾸며 나를 반겨주던, 그중에도 특히 보름달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

추석 명절 때마다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방아 찧는 토끼들이 살고 있을 거라 믿었던 순수했던 시절.

순간 그리워졌다. 그때 그 시절이.


너무나 오래 잊고 살았다. 고요한 밤, 하늘 높이 떠있는 저 달빛이 나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가 사진을 보내준 날 이후로 나는 힘들고 울적해질 때마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왜 다들 한 번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늦은 밤 귀갓길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지친 날,

그럴 때 문득 하늘을 바라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내려가는 느낌.


가끔 집 앞 한강에 나가 멍하니 앉아있으면 잔잔한 물소리와 차가운 바람만이 나를 스쳐갈 때,

따스하고 환하게 비치는 달빛만이 유일하게 나를 달래준다. 너무나도 정겹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만약 그대가 힘이 들 때면
밤하늘을 올려다봐요
나 언제나 그대 보는 곳
그곳으로 날아올라가고 싶어

저 빛을 따라가 더욱더 높이 저 하늘을 날아봐


오래전 즐겨 들었던 어떤 가수의 노래 가사말처럼

언제든 힘이 들 때면 그 친구처럼 밤하늘을 올려다 보길. 


혼자인듯한 느낌이 들 때에도 달빛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환하게 반겨준다는 사실과,

저 높은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 가슴이 미친 듯이 뛰며,

달도 차면 기운다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 쇠하기 마련이라는 교훈까지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나는,

당분간은 매일 밤하늘을 쳐다봐야겠다.

적어도 몇 달간은 그래야만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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