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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24. 2018

[황희두 에세이] 찌질한게 어때서

억지로 강한척 하는 삶보다, 찌질한 나를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찌질한게.. 어때서요?"


누군가가 대화 도중 나에게 건넨 말.

마음으로는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찌질한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과연 세상에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물론 얼마전까지 나 찌질하다는 말이 너무나도 었다.

구질구질한 연애를 할 때,
별것도 아닌 문제로 우울해 할 때,
이외에도 정말 많은 현실 속에서 드는 생각.

'아..나 정말 찌질하군.'

가끔 스스로도 찌질하다고 느껴질 때 답답하고 짜증났다.
SNS상에 보이는 지인들은 너무나 행복하고 대단해보였으니까. 그와중에 나만 이렇게 찌질한 거 같으니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구제불능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럴때마다 나는 우울을 달래기위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나마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나약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술자리를 가지면 나름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새벽 귀갓길의 쓸쓸함과, 다음날 아침 찾아오는 숙취, 그리고 감당 안 되는 술값은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런 일상을 매일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느껴졌다. 술자리가 스트레스의 본질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머리 아플 때 타이레놀 하나 먹은 느낌이랄까, 즉 잠시 고통을 잊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술자리에 대해서 서서히 회의감이  무렵,
어느 날 나는 우연히 한 작가의 에세이를 접했다.  

그 책에는 가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때로는 찌질하고, 때로는 행복한 모습들을 그대로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었다. 매일 솔직한 감정을 최대한 숨겨야한다고 생각해어던 나는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날 이후, 나도 다짐했다.
매일 평일 밤마다 에세이를 쓰고 공유하겠다고. 평범하고, 때로는 특별하기도 한 나의 일상 속 생각들을 정리하겠다는 각오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매일 글을 쓴다는 사실과, 나의 감정을 솔직히 담아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쉽지않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여러모로 힐링을 얻었다. 우선 억지로 감정을 속여오던 내가 솔직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 게다가 가끔 누군가가 어떤 글에 힘을 얻었다, 어떤 내용이 격하게 공감이 갔다고 말해줄때마다 힘이 났다.

화날 때, 우울할 때, 행복할 때 등 다양한 감정들을 글에 담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한 덕분에 더이상 술에 의존하지도 않게 되었다. 결국 나는 솔직한 심정이 담긴 글을 쓰며 항상 강하고 당당한 척해오던 과거의 나를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술에 의존하 않고, 억지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지 않아도 되기에 나는 행복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슬프고 우울하고 행복하고 당당한 나.
그런 나의 모든 모습들을 사랑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겁이 많으시네요."

기존의 나였다면 그 말을 듣고
아닌 척, 강한 척 했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맞아요. 그래서.. 어쩌라는거죠?"


억지로 강한 척 하면서 사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삶이 훨씬 더 편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눈물도 많고, 겁도 많은 찌질한 인간이다.

누가 뭐라할지라도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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