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는 불행한 순간에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친구가 많다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믿음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옛 속담인 '평생동안 진정한 친구 셋 만 사겨도 성공한 인생이다'는 말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딜가나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 중에서도 평생을 함께할 것만 같은 그런 소중한 친구들이 곁에 많았으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러나 요새 드는 생각.
도대체 친구가 뭘까. 최근들어 인간 관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자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연세가 꽤 있으신 어르신분들이나, 동나이대에서도 나름 철학적인 친구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살다보면 진짜 친구는 얼마 없는 거 같아.."
"아니 도대체 왜?"
나는 친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들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딜가나 주위에 친구들은 많았으니까. 그들이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내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 느낀 결론은 큰 오산이었다.
단순히 술 한잔 기울이는 친구말고,
나의 모든 것을 터놓으며 평생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친구. 지금 드는 생각은 젊은 시절에 그런 친구를 쉽게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친구, 아니 사람 자체를 너무 믿었다.
어차피 다같이 함께 사는 세상이니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진심을 다하면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내가 여유있게 살던 시절에는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갑작스레 인생이 힘들어지자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바쁘다는 말 뿐이었다.
심지어 힘든 내 모든 것을 터놓았던 친구에게 그걸 그대로 약점 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별에서 온 그대>에 나왔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 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기회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과거에 이 말을 봤을땐 그냥 흘러 넘겼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느껴진다. 이 말이 주는 교훈의 무게가.
사회는, 특히나 나름 사회적 명성이 높은 이들이 모인 사회일수록 절대 순수함만 가진 사람은 많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어린 시절 그토록 많았던 거 같은 친구라는 존재가,
요샌 왜 이렇게 없다고 느껴지는 걸까. 친구란 도대체 무엇일까.
무척이나 회의감이 들지만 다행히, 바닥을 치는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구가 적게나마 있다. 그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에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
아무런 조건없이도 토닥여주는 그런 든든한 친구.
이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친구.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기만한 인생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고마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