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도 황희두 Jul 09. 2018

감옥에서 온 한통의 편지

비록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정신만은 영원히 머물러있길. 

안녕하십니까. 저는 29살의 건장한 청년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드린 연유는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고자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00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용자입니다.

(…)

어느 날 황태영 작가의 “사슴의 몸속에는 똥이 있고 누에의 몸속에는 비단이 있다”라는 제목을 신문에서 보는 순간 이 책이다 싶어 주체할 것도 없이 구입하여 보게 되었습니다. 단락단락 짧은 내용이지만 화려하게 장식된 다른 책들보다 더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

생명력 강한 소나무가 절벽 끝 어느 조금의 돌 틈 사이에 남은 흙에 의지해 꿋꿋이 살아가 듯, 어느 하나 보고 배울 게 없는 이곳에서 책 한 권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못난 놈을 욕하고 손가락질 마시고,, 다시는 그러지 말고,, 새 사람이 되어 살아가라는 뜻으로 “풀이받은 상처는 향기가 된다”라는 책이 출판사에 있다면 한권만 받아 보고 싶습니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 아마 그 책이 지금 제가 원하는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절한 청년의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1초가 일 년처럼,, 기다리겠습니다. 바쁘신 업무에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 10. 23


오래전, 아버지에게 온 장문의 편지.

감옥에서 중형을 받은 한 청년이 아버지의 글을 접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로부터 무려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쯤 그 수용자는 죄를 씻고 나와 사회로 진출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주었다는 아버지께선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과연 그는 아직까지 아버지를 그리워할까? 아니, 아버지를 기억이라도 할까?

그가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접하면 어떤 기분일까?


비록 아버지의 육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정신만큼은 그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저 사연의 주인공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가 아버지의 일부 정신과 함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게다가 당시 손편지를 받고 무척 행복해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아버지께선 그에게 이런 답장을 보내셨다.


OO님의 편지를 받았을 때가 책을 낸 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빛나지 않는 별은 없고 빛나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좋은 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11. 10. 31 황태영 드림


이런 것만 보더라도,

삶의 행복이 절대 돈과 명예뿐만은 아닌 거 같다.


과연 나도 누군가에게,

아버지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반드시 되어야겠다.


누군가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나의 글과 말로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그런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와의 이별 그리고 교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