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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Dec 22. 2022

가슴 뛰는 일을 위해, 자율적으로 일하기

<아르테바> 팀 인터뷰

2022년 청년허브에서는 청년들이 변화하는 기술, 기후, 노동 환경을 자기 삶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주도적 일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 솔루션랩>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마주하는 난제를 공동의 노력을 통해 해결 과정을 탐색하여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실험실이 되고자 하였는데요. 조직 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어 <문제해결 솔루션랩>의 문을 두드린 7개 팀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요? 일in연구소의 황세원 대표님이 한 팀 한 팀을 만나 본 인터뷰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일을 연구하는’ 일을 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봤다고 자부해 왔다. 대기업부터 1인기업까지, 영리부터 비영리까지, 제조업 노동자부터 로컬 크리에이터, 플랫폼 종사자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기에 누가 어떤 일을 한다고 대략 말하기만 해도 척척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너무 자만했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아르테바’라는 문화예술 분야 기업 대표인 최유주씨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지난 12월 2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회의 공간에서 만났을 때, 사실 인터뷰가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날 때까지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대화 중에 너무 많은 키워드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기후변화, 지방소멸, 도시재생, 예술치유 등 수많은 주제들에다 메타버스, 하이퍼로컬 지도, 미디어 아트, 국제교류, 토크 콘서트 등 수많은 실행 방법들이 지나갔다. 이런 가운데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에는 ‘이 인터뷰를 글로 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까지 들었었다. 


아르테바 최유주 대표


다행히, 인터뷰를 마칠 때쯤에는 알 수 있었다. 유주씨가 뭘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일하는 데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를 말이다. 왜 그리 많은 키워드들이 홍수처럼 등장했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홍수 위에서 파도를 타듯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이 유주씨가 지금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르테바는 서울시 청년허브의 ‘문제해결 솔루션랩’ 지원사업에 선정된 7개 팀 중 하나다. 유주씨는 아르테바를 “국제 예술 교류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면서, 지역 문화 홍보 사업을 부 사업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먼저 읽고 간 간략한 소개서에는 30대 중반, 30대 초인 두 사람이 운영자라고 돼 있었다. 유주씨가 그중에서 젊은 쪽이고, 다른 한 명은 비즈니스 전략을 담당하는 동료인데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고 있다고 했다. 행정 업무와 번역을 담당하는 직원 1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무는 유주씨가 거의 혼자 하고 있다. 심지어 유주씨는 올해 중반까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2020년 아르테바 사업자등록을 낸 이후 2년가량 두 개의 일을 병행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르테바가 해온 일들의 이력은 간단치 않다. 2020년 4월 서초구 ‘사회적경제 청년문화예술 창업지원 프로젝트’, 5월 동작구 ‘사회적경제 청년창업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숭실대학교 ‘지역문제해결 해커톤’에서 대상을, 12월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사회적경제 혁신 성장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 내용은 수많은 수상 및 선정 이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021년 1월에는 ‘메타버스 미디어아트전 ‘스태츄 가든’(갤러리 테바)을 열었고, 2022년 3월에는 경남도립미술관에 ‘동시대 미술기획전 온라이프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제작, 공급했다. 10월에는 서울국제음악제 부대행사를 운영했고, 11월에는 영국 아티스트들과의 협력 프로젝트인 ‘기후변화 미디어아트전 ‘데일리 리츄얼즈: 네 개의 지구’(DDP 아트홀1)을 주최했다.  


이런 이력에다가 공들여 지원했으나 선정되지 않은 프로젝트들까지 듣고 있자니 혼란스러웠다. 전략을 같이 짜는 동료가 있다지만 각각의 일마다 수많은 문서 작업, 행정 업무, 회의 등이 있었을 것을 감안하니 눈앞의 여성 혼자서 그 일을 다 했다고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유주씨는 “지금은 지향하는 가치를 사업화 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서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자본금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공모 사업, 지자체 지원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검증해 왔고 비슷한 가치 지향과 역량을 가진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소개받으면서 전시회 등 예술 행사를 열어왔다는 것이다.


유주씨와 비슷한 나이의, 홍보 등 경력이 비슷한 프리랜서나 일인사업자들이 떠올라서 “꽉 짜인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어서 독립한 것이냐”고도 질문해 봤다. 의외로 그는 “조직에서 일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고 평가도 잘 받았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일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했다.


일을 줄이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면서 유주씨는 “일에서 ‘자율’을 선택한 사람의 숙명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지나온 다리를 불태우는 심정으로” 사표를 내고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대체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유주씨는 “저에게는 그 점도 중요하다”고 했다. 출퇴근에 시간을 쓰기보다 집에서 일하고 싶고,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자율’의 의미가 있다. 조직이 정한 대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정한 가치관과 방향에 따라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점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조건과 환경이 있다 해도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돈을 못 벌어 한두 달 굶는 건 두렵지 않아도
 아무 의미도 없이 회사 다니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스스로 정한 가치관과 방향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예술로 사람을, 그리고 지역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큰 이야기처럼 들려서 더 설명해 달라고 했을 때 유주씨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사진 예술을 접하고 자아상을 회복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안정적인 회사 다니고 소비하며 사는 삶에서 의미를 느낄 수 없더라고요.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주위에서는 다들 말렸죠.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때여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겁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돈을 못 벌어 한두 달 굶는 건 두렵지 않아도 아무 의미도 없이 회사 다니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유주씨가 생각하는 가슴 뛰는 일이란 예술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이다. 언젠가는 창작자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창작자들의 예술 작업과 작품들이 세상과 더 만날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예술을 통해서 쇠락해 가는 지역을 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점 하나는, 이전 직장에 다닐 때보다 돈을 적게 벌 수 있다는 데 대한 각오도 돼 있는지다. 들어보니 아르테바는 생각보다 괜찮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최소한  직장 다닐 때 만큼은 벌자”고 다짐했다는데, 그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일을 해온 데에는 이 다짐의 영향도 있었다. 아직은 1이라는 수입을 올리려면 2나 3 만큼의 일을 해야 하는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주씨는 이제부터 좀 포기하고, 버리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덜 일하고, 덜 소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혼자 모든 일을 해내려는 방식도 바꿔보려고 한다. 이번에 청년허브 ‘문제해결 솔루션랩’에 지원한 것도 전시 홍보에 있어서 디테일까지 혼자 감당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지원을 통해서 지난 11월 20일에 행사 홍보를 위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홍보 웹사이트를 만들고 보니 혼자 애쓸 때보다 한결 효과적이었다고.


https://youtu.be/ob3ZZGcDfI0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2022 문제해결 솔루션랩 <아르테바>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직원을 더 뽑거나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다. 아직은 이 사업이 가져야 할 메시지를 더 분명히 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시점까지도, 이런 이야기들을 다 듣고 나서도 사실 아르테바가 내년, 내후년에 어떤 기업이 돼 있을지 잘 그려지지는 않았다. 아직은 유주씨의 머릿속에만 있고 드러나지 않은 점이 더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그려지는 것이 있기는 했다. 유주씨가 일하는 모습이다. 계속 바쁘게 종종거리면서도 가슴 뛰는 일을 위해서 에너지를 쏟으며 일할 거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어떤 변곡점을 지나게 되더라도, 유주씨가 ‘일은 그저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자조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라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일로써 연구를 하고 있는 독립 연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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