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상상하고 제안하는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

N개의 공론장⑨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는 어떻게...?」 살펴보기

by 청년허브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공공 일자리 정책 대상에는 예술 직군 종사자도 포함됩니다. 현대미술 아카이브 콜렉티브 아키비스트 코리아의 운영자인 김준혁 씨에 따르면,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대표적인 정부 사업으로 ‘서울형 뉴딜 일자리’,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서울청년예술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예술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으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행정안전부는 2021년까지 7만 명 이상의 지역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거대한 목표로 시·구 지역 주도형 일자리 사업을 만들어 신속하게 추진했습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8/05/23). 하지만 여기 참여하고 있는 김준혁 씨의 경험은 달랐습니다.


“일자리를 신청하는 단위가 민간이 아닌 구나 시로, 담당 공무원이 사업을 기획하고 상위에 보고해 만들어 기획이 탄탄하지 못합니다. 적합한 일은 없는데 ‘자리’만 만들어 지원자를 뽑는 일이 발생합니다. 지원자인 창작자가 그의 작업 경향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배치되기도 하고요.”


이와 같은 경험이 반복되자 김준혁 씨는 국가 권력하 국정 운영 체제를 시민 권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 국정 운영 체제’의 필요에 눈을 떴습니다. 신 국정 운영 체제란 국민, 시민 등 민간이 자원의 이용 권한을 분할해 운영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이 체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적 자원의 운용 권한을 공직자가 독단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것, 예술 영역 공직자가 가진 거대 자원의 운용 권한을 민간 예술가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아키비스트 코리아는 이를 시민 예술 운동의 차원으로 펼치고자 공론장을 열었습니다(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2018년 11월 22일 개최된 『N개의 공론장』의 아홉 번째 자리,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였습니다.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 만들기!


아키비스트 코리아는 정보 자원을 나누어 민·관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책 자료를 축적해 공유합니다. 아키비스트 코리아가 제시한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미술 부문 신설 제안 자료›는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의 미술 부문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 것을 요청합니다. 그 골자는 공공 기관의 레지던시 및 스튜디오 운영 방침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입니다.


요약하자면, 5-10평 내외 1개 활동 공간에 창작, 기획, 경영, 연구, 교육 직무자를 함께 구성해 서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되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입니다. 지원 기간은 최대 2년 내에서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제안의 최상위에는 예술 창작을 직무의 영역으로 인정하라는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공론장 참여자들은 이 제안에서 출발해 예술을 직업으로 인준하는 제도적인 조건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졸업 이후 취업이 막막한 창작 전공 대학생을 비롯해, 예술 분야 공공 사업 종사자,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작가, 예술학과 취업 진로 담당 교수, 지역 행정 공무원 등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이 나눈 주요 의제를 아래 싣습니다.


뉴 거버넌스와 건강한 스파이들

민정: 작업을 이어가는 데 ‘공간’이 중요한 자원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80만 원에서 작업실 임대료 20만 원을 제하니 생활이 너무 빠듯하다. 대학원에 간 이유도 안정된 작업 공간이 필요해서다. 최소한의 공간이면 된다. 6개월만이라도 임대료 걱정을 안 해봤으면 좋겠다.
승수: 창작자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신설안의 지원 기간인) 2년은 너무 짧은 것 같다. 창작자가 펼쳐나갈 수 있는 공간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진실: 아카이브 관련 웹 플랫폼 일을 하는데, 수치를 보니 거의 모든 아트 스페이스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친구들도 “서울에 있어야 작업 기회가 연결된다”고 한다. 지역에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면 좋겠다.
학부: 원래 쓰던 공간을 학교가 평생교육원으로 변용하는 바람에 복도에서 작업하게 됐다. 개선안에서 ‘5-10평’의 작업 공간을 제안했는데, 매체에 따라 작업하는 스타일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공간을 공정하게 배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가 필요하다.
민혜: 개선안 골자를 보고 공감했다. 지원 사업에 지원하려다가 예산안 쓰는 게 어려워 애를 먹었다. 여러 그룹이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편리할 듯하다. 한편, 지역에서 작업을 이어나가는 데 관한 고민에는 공공과 민간 조직 사이의 협업 사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임대 기간은 평균 2년으로 잡되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는데,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장르가 워낙에 다양하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구청이나 관 조직은 다소 경직돼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도 워낙 다르고.
성훈: 입주하는 예술인이 공간 측에 입주 기한을 제시하고, 공간 제공자는 이를 검토해 협의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준혁: 우리가 제안하지 않으면 공공 기관이 시민들에게 자원을 공유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거다. 뉴 거버넌스 체제라는 게 건강한 스파이들이 기관에 들어가 문을 여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학: 레지던시 입주에 선발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지원 프로세스를 이미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연거푸 받지 않고, 좀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면 좋겠다.
정호: 서울시 지원은 1년 단위이고, 성과를 내야 한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에서 봄에 창의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열 예정이다. 수상자는 1년간 창업 스튜디오를 제공받는 건데, 1년 후엔 나가야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이 대개 이런 식이다. 한 지인은 문화예술 사업 자체가 자생력이 없다고 하더라. 그 안에서 성공한 사람은 0.01% 정도라고. 어떠한 형태든 정부, 자치구, 민간 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준혁: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공공 지원금의 심사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최초예술지원’도 심사위원이 6명이다. 우리가 그 기준을 제안할 수도 있지 않겠나?
민혜: 왜 많은 돈을 창작자들에게 지원해줘야 할까? 나의 경우 자아실현이나 미적 표현을 위해 예술 활동을 하는데, 돈을 받으려면 공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사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돈을 받는 걸까 싶다.
준혁: 서울문화재단에서 ‘생활예술매개자’라는 역할을 공급한다. 국가의 역할에 문화예술을 지원할 의무가 있기에, 그것을 행하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의무도 있다.


작가라는 직업? 작가라는 작업?

친구: 개선안이 시행된다면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 작업에 대해 어떤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하나? 그 지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청년은 그 자체로 미성숙하고, 그래서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고 지원 사업에 신청하지 않나. 그런데 지원하려면 경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서, 그것을 보충할 직업이 따로 생길 것만 같다.
명희: 좋은 작업과 나쁜 작업을 굳이 나눌 이유도 없고, 나눠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계는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른 정책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면 안 된다. 작가들에게 계속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주혜: 공무원들이 문화계 문제를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공공 기관에 건강한 스파이로 들어가 문을 여는 게 맞다고 본다. 학교에서는 공무 시스템에 대한 교육 과정이 없다. 그런 접근법을 제시하는 교과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음악 계통에서는 무조건 실기로 전업한다고 전제하기에 일자리 관련해서 정보가 없다. 연주자로 전업하지 않으면 실력이 부족해 도태됐다고 암묵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지인: 음반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에 신청했는데 국악은 음악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국악원에 알아보란다. 취업 연계 수업을 들어서 취업 수당을 받으려고 신청했으나, 음악 활동은 취업으로 치지 않고 취미 활동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취업 수당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학교에 예술인 인식 개선 위원회를 꾸렸다. 비단 음악 계통의 문제만은 아닐 거다. 예술인끼리 자주 하는 말이, “하나밖에 없는 파이를 쪼개기만 하고 늘릴 생각은 않는다”. 공공 기관에서도 뽑는 기준이 노후화되어 있다. 순수예술을 위한 공공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준혁: 국내 스튜디오 혹은 레지던시 중 월급을 주는 데는 없다. 창작 지원금이 있지만 30만 원 수준이다. 두산 레지던시가 유일하게 큰 돈을 준다.
성훈: “작가를 직업화하자”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으로 가치 창출을 하고 임금을 받는 걸 보통 직업이라고 하는데,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은 작가를 직업으로 하는 풀을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공간 운영주는 작가에게 월급을 주면서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알리며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해줘야 한다. 그런 기회를 제공해 창작으로 돈을 벌게 하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을 만들어주는 방식이 아닐까? 지원은 2년 동안 하되, 그 기간이 끝나도 자생할 수 있도록 방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준: 작가를 직업화하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그러려면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 거다. 민간 레지던시에 정부 지원이 많이 가는 방식은 어떨까? 작품 판매로만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는 쪽으로. 그러면 미술관에서 작가에게 요구하는 틀에 박힌 방향성도 자유롭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대카드는 해외 뮤지션 섭외 시 세금을 면제받는데, 사회적 기여를 높게 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영: 공공 기관을 오너, 예술가를 임노동자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갑의 입맛대로 작업을 해줘야하는 건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예술가를 위한 스타트업 기업도 많이 생겼는데, 마케터 등과 협력하는 방안으로 지원 사업을 구성하는 건 어떨까? 작가의 브랜딩 작업에 지원금이 갈 수 있게 해도 좋겠다.
문학: 나는 글 작업을 한다. 올해 초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받았다. 충분하진 않았는데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다. 지원이 끝나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에 떨어지게 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2년이라는 시간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완벽하진 않다 하더라도 괜찮다.
성진: 나는 공공에서 청년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따지자면 두 부류의 예술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대한 순수성을 지키고 싶어서 아르바이트하며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아트워크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경우.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누가 맞고 틀린지 말할 수 없다. 또한, 앞서 ‘공공에서 일자리 창출을 해야 되나?’와 ‘작업이 공공에 기여해야 하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작가 개인이 작업을 열심히 하도록 돕는 자리여야 할지, 아니면 작가 개인의 작업이 공공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자리여야 할지, 작가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고민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산: 예술인 증명의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 공적인 자원을 나누기 위한 새로운 기준 자체가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창작물이 왜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당위를 내세우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조차 못 하면서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이들도 많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얘기하는 것이다.
경북: 나는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의성에 ‘이웃사촌 시범마을’이라는 청년 마을을 만든다. 이에 앞서 청년 예술가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 참석했다. 지역에는 청년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지역에서도 여러분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수 있게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이 만들어지면 전달해주면 좋겠다.
성호: 기독교대학에서는 윤리실천위원회 등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게 많다. 문화예술인이 많은 나라에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문화예술 단체가 하나도 없다는 게 놀랍다.
규리: 민간 단체 등에서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공 기관에 사업 기획, 정산 등을 알려주는 컨설턴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새로운 분야를 볼 수 있을 테니. 한편, 원로 작가에 대한 복지 지원은 있지만 청년 작가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경력 10년’, ‘전시 몇 번’ 같은 자격은 청년 예술가에게 쉽지 않다. 우리가 제대로 된 룰을 만들어서 제시하면 어떨까?
준혁: 정보를 나누는 일, 우리끼리 접점을 만드는 일, 이렇게 두 가지 축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공론장 이후, 계속되는 정보 공유의 장


이날의 공론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키비스트 코리아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2019년 1월 17일 기준 115명이 참여 중입니다. 청년 미술가를 포함해 연구자, 교육자, 기획자, 경영자들이 함께합니다.


공론장 운영자 김준혁 씨는 예술가로서의 직업 활동의 수준을 사업적으로 높이기 위해 전시, 출판, 판매, 교육, 촬영, 광고 등의 안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정책을 제안하는 방법 또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사업적 실험을 통해 확인한 가능성에 기초해서 근거 법령을 입법하고, 적절한 공공 행정 사업을 신설하거나 수정하는 안을 만들어 관계 부처에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김준혁 씨는 구체적인 해법을 설계하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관련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면 좀 더 수월해지리라 기대합니다.


“매달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내용이 다소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요하고 또 필요한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졸업 이후 모일 만한 접점이 마땅치 않아 이런 활동을 계기로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업 관련 모임이나 정책 관련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함께하신 분들에게 연락드릴 생각입니다.”


오픈 채팅방에 참여를 희망하는 분은 누구든지 접속할 수 있습니다. 단, 아래 링크를 통해 개설 취지와 내용을 먼저 살피고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정보적 격차 해소›

http://archivist.kr/newgovernance/infobalance.php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운영 규정›

http://archivist.kr/newgovernance/openkakao.php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https://open.kakao.com/o/gwPcZm4







N개의 공론장⑨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신 국정 운영 체제와 시민 예술 운동


일시: 2018년 11월 23일 오후 6시 - 9시

장소: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주관: 아키비스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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