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공론장⑦ 「청년주거, 대안을 이야기하다」 살펴보기
곰팡이가 슬고 단열이 되지 않는 집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부동산 앱에서 다른 집을 구하는 것입니다. 광고가 알려주기론 그렇습니다. 부동산 광고는 안전을 흥정할 뿐, 청년을 주거 빈민으로 만든 이면을 들춰내지는 않습니다. ‘지옥고’를 용인하는 사회. 그곳에서 다른 집을 고르는 게 최선의 선택일 리 만무합니다.
『N개의 공론장』의 일곱 번째 자리 「청년주거, 대안을 이야기하다: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법」이 열린 날(2018/11/16)은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2018/11/09)가 벌어진 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고는 안전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가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무해한 공간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은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이날 두 발제자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대표 최지희
서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40%에 달합니다. 전국 청년 10명 중 3명이 주거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높은 실업률,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환경, 여기에 생활 부채 또한 늘어나는 현실입니다. 2013년 민달팽이유니온은 3.3 제곱미터당 고시원 방값이 타워팰리스보다 1.28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시사인, 제280호).
서울 거주 청년 중 방범 시설 하나 없는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청년이 36.7%나 됩니다.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둡고 이웃과 단절된 고독하고 외로운 곳. 지옥고 유형의 집들은 불법 건축물인 경우가 많아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습니다. 거주자는 방음, 단열, 해충 등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요. 이런 주거 환경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최지희 대표의 말에 참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투기 용도로만 사용하는 왜곡된 부동산 시장에서 청년을 보호하는 주거 모델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국가가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임대주택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삽니다. 최근 청년 역세권 임대주택지로 선정된 성내동에서는 임대업자인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부동산 수요가 임대주택으로 몰리면 집이 안 나가거나 월세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비즈한국, 2018/11/28).
민달팽이유니온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셰어하우스 달팽이집을 운영합니다. 조합원들이 입주민이 되어 살림을 도맡습니다. 최지희 대표는 이곳에 거주하는 한 청년의 말을 전했습니다. “사회에 내던져진 것 같은데 여기서는 매트리스가 깔린 것처럼 안정을 느껴요.” 집은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박탈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 내부로 연결되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청년 주거를 정책에 도입하기 위해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주거 실태를 조사하고 서울시에 연구 용역을 요청해 ‘표준 원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주택협동조합을 공급한 사례는 선례로 인정받아 정책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LH(한국주택도시공사)가 기획한 쉐어하우스형 공공 임대주택의 위탁 운영을 맡아 임대료와 월세 부담을 낮춰 청년들이 보금자리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는 중입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사무국장 오태석
오태석 사무국장 또한 ‘안식처’로서의 집 본래의 의미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건축의 원형인 ‘셸터(shelter)’는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주거지를 의미합니다. 40도 가까이 되는 더위도 영하 20도의 추위도 이겨내야 한다는 전제가 주거 시설 건축에서 중요합니다.
패시브하우스 건축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쾌적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주거를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설비 의존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건물인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두꺼운 단열재, 태양열, 온기, 가전제품, 조명 등의 열기만으로도 겨울철 실내 온도를 섭씨 20도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난방 설비의 도움 없이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상세한 발제 내용 및 패시브하우스 기술 관련 정보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자료실 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오태석 사무국장은 에너지 절감이라는 이슈 또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 청년주거 운동과 접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질을 확보하는 주거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중 하나인 ‘청년누리’는 국내 최초 철골 구조의 패시브하우스로 인정되어 2018년 7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부터는 모든 신축 건축물에 제로에너지 인증제 도입이 의무화된다고 합니다.
발제를 경청한 참가자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세입자로서의 경험에서부터 현행 주거 정책에 대한 의견까지 주고받았습니다. 각자가 궁리했던 대안적 주거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아래 그날의 대화를 재구성해봅니다.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았던 참가자들의 경우 임의로 가명을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정: 본 공론장 운영자.
현정: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활동 중이다.
한솔: 청년주거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한다.
태석: 앞서 발제를 맡았던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사무국장.
지희: 앞서 발제를 맡았던 민달팽이유니온 대표.
희연: 청년허브 커먼즈랩 교류파트에서 일한다. 『N개의 공론장』 프로젝트 매니저.
눌눌: 셰어하우스 달팽이집에서 살고 있다.
둥둥: 청년 지역살이 관련 협동조합 근무 중.
사사: 서울 거주 청년으로 셰어하우스 입주를 희망한다.
현철: 카페 보틀팩토리 공동 운영자.
담담: 건축가. 오랜 자취 경력 보유.
평화: 청년허브 커먼즈랩 교류파트. 국제 교류와 『N개의 공론장』을 함께 담당 중.
서울시 청년허브 세미나실.
동그랗게 배치된 초록색 책상들에 사람들이 제각각 앉아 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기정. 숨을 한 번 고른 뒤,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기정: 저는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하우스 공동주택 단지에 살고 있어요.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가 28도로 유지되고, 24시간 환기 장치가 돌아가고,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죠. 행복주택으로 들어온 건데,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그동안 왜 몰랐을까 싶어요. 7년 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고 하지만, 관심이 안 따르면 실질적인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공론장을 열게 됐어요.
사실 저는 이전에 살았던 집들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참가 신청을 받아 보니, 많은 분들이 집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옥탑방이든 반지하든 제로에너지 하우스든 집이란 모두에게 휴식이 되는 소중한 공간이구나, 조금 더 좋아지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지금부터는 참가자분들의 소감을 간단히 들으면서 앞서 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주거 문제의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어요.
현정: 저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활동 중이고, 공유주택 달팽이집에 살고 있어요. 오늘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얼마 전 함께 사는 친구들 몇몇과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거든요. 저희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달팽이집에서 입주 신청 및 문의를 받는 일을 하는데, 앞서 얘기한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한솔: 신촌 청년주거 관련 사회적 기업인 만인의 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주거 문제와 관련해 연구도 하고 의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면, 저희는 조금 더 최전선에서 당장 내일 갈 곳이 없는 청년들을 모집하고 받아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꿈꾸는 둥지는 연령대가 낮아요. 20대 초중반 분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뛰다 보니 미처 할 수 없었던 고민들, 너무 열악하고 막막한 건 아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는 고민들이 많아서 사례를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참여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청년들이 주거 문제 관련해서 지식을 얻을 데가 별로 없어요. 정보의 턱이 높다 보니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당할 수밖에 없죠. 부동산이라는 영역 자체가 불평등한 느낌이에요.
집이라는 물건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에 대한 권리
태석: 건축 일을 하다 보니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요. 문제가 뭐냐면, 세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서 주거 환경을 개선해놓으면, 그 가치가 오롯이 건물주에게 가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월세가 올라 원래 있던 사람이 쫓겨나는 악순환이 벌어지죠. (지희를 보며) 민달팽이유니온 활동하면서는 세입자 권리 문제에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요?
지희: 선진국 사례로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은 쉽게 말해 그 집에 살고 있으면 계속 살게 해달라는 거예요. 한국에선 2년까진 보장되나, 그 이후 집 주인이 갱신해주지 않으면 계약을 새로 하죠. 원래 2년 안에는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하는 룰이 있는데, 2년마다 새 계약으로 가버리니까 해당이 안 돼요. 프랑스의 경우 기간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서 살던 집에 계속 살 수 있어요. 독일은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고요.
두 가지 법의 근간 자체가 ‘사람’에 있어요. 집이라는 물건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거죠.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싶다면 구구절절 증명해야 해요. 우리나라에선 10년 가까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계속 계류돼요. 너무 오래되고 거대한 문제이지만 그걸 최우선으로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는데요. 보유세 강화도 얘기 중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논의 중입니다.
희연: 민관 공조 협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청년 대상 공간 지원 사업을 많이 펼쳐요. 청년허브에도 민간 공간에 1년 동안 지원금을 주고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청년활력공간’이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공간 조성비,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이 꽤나 넓은 공간 지원 사업입니다. 다양한 루트로 지원했음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건물주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세입자분들은 이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는데, 실제 사업을 발의하고 준비하는 기관 차원에서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걸 설득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긴 합니다. 민간 공간과 공공 기관 운영자가 협의체를 만드는 방법도 논의된 적이 있었습니다. 매년 공간 사업의 효용성을 구분하고 확인해내는 작업을 밀도 높게 거치고 있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민관이 같이 협력하고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뺑뺑 도는 고민들이 있었어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솔솔: 달팽이집 거주 중입니다. 젊을 때 다양한 집의 형태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반지하와 옥탑방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공동 주거를 경험해보고자 들어간 거고요. 저 역시 앞서 얘기하신 그런 문제들을 느꼈어요.
둥둥: 저는 시골에서 살다가 올라왔는데 주거가 정말 어려워요. 서울에서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시골에도 노후된 집이 굉장히 많아요. 도시가스 배관이 없어서 난방비가 비싼 곳도 많고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집을 새로 지을 때 앞서 말씀하신 에너지제로 하우스로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사: 저는 그냥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이에요. 최대한 싸고 컨디션이 좋은 집을 찾다가 달팽이집을 알게 됐어요. 입주하고자 교육받으러 갔는데, 거기서 청년주거 문제를 알려줬어요. 제가 이 문제에 처해 있는 당사자인데도 그동안 부당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익숙해진 거예요. 이렇게 조직적으로 논의하는 분들이 있단 걸 처음 알게 돼서 이야기를 들으러 왔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자기 집 문제에 대해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런 게 좀 더 공유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정: 헌법 35조를 보면, (모두 웃음)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너무 체념하고 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곰팡이가 생겼을 때 월세를 깎아준다고 해요.
현철: 카페 보틀팩토리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활동을 한답니다. 공론장을 준비하고 있고요(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집에 있는 시간이 길고, 그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주거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만큼 부조리한 시장이 없는 듯해요. 보증금, 월세 구조를 보면 빈익빈 부익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당히 부조리한 구조예요. 월셋집에 살지만 창호가 맘에 안 들어서 뜯어 고치는데, 그러면서도 내 돈 써가며 바꾸는 게 맞나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 내 게 아니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문제겠죠.
담담: 저는 건축가로 일하고 있어요. 학교 다니면서 자취를 오래 했는데, 곰팡이가 안 난 데가 없었어요. 이 분야에서 공부도 좀 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어차피 그 집은 내 게 아니죠.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닌 듯해요. 여럿이 모여 목소리를 내야 성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타워팰리스보다 고시원이 더 비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뉴스에서 봤었는데, 선행 작업이 많았다는 얘기를 오늘 듣고는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사는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까 실내 환경 자체가 잘 통제되지 않을 거예요. 하다 못해 물건도 정리가 잘 안 되고요. 집에 꼭 온습도계 하니씩 두고, 통제하길 시도라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습기를 여름에 많이들 쓰시는데 오히려 겨울에 써야 해요. 실내 습도가 80%가 넘어가면 곰팡이가 생기거든요. 일단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현황 분석이 먼저니까, 그걸 위해 온습도계 사용을 권합니다.
희연: 주거 상담사 교육 과정 같아요. (모두 웃음)
평화: 저도 집에 단열이 너무 안 돼서 결국 창호 공사를 한 케이스예요. 교체만 했는데 효율이 달라지는 기적을 경험했고요. 있는 그대로 사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을 조금이라도 해야 되는구나, 관리해야 되는 게 집이구나, 관리는 건물주가 아니라 세입자가 해야 되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패시브 하우스에 대해서는 처음 알았어요. 오늘 얘기를 들으니 확실히 손에 잡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집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태석: 리모델링 관련해서 하나 말씀드리자면, 정부에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하고 있어요. 에너지 효율을 분석한 자료가 있으면 이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이에요. 주거 환경이 열악한 상황일 때 건물주를 설득해볼 만해요. 건물주 입장에서도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거니까.
일방향적 주거 지원 사업과 문제의식의 결핍 사이에 무엇이 필요할까?
희연: 건물주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적 부동산 같은 노력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청년주거, 함께 모여 대안을 이야기하다’라는 제목을 보고, 공공에서 수혜 형식으로 내리는 일방향적 주거 지원 사업과 내 집인데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세대 사이에 무엇이 있어야 이 소통 구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해요. 정책적 제안 이전에 이런 문제를 사회 문화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이 된 것 같아 오늘 모임이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어지는 질문을 지희 님께 드리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정책 제안을 하거나 관련 내용을 연구하는 주요 분야는 무엇인가요?
지희: 여러분들이 말씀해주신 내용 전반이 저희 단체에서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이 와닿았는데요. 최근에는 ‘관리비’ 이슈가 있었어요. 관리비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었지만, 아는 사람들이 한마디 언급이라도 하면서 더 올리려는 걸 막는 정도로 쓰일 뿐 확산되진 않았어요. 내년엔 서울시와 관리비 관련 논의를 더 해볼 듯하고요. 요즘은 보유세 강화, 세입자 권리 확대 등 부동산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요. 달팽이집을 운영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모든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구현해보자’ 하는 차원이고요.
오늘 대화 나누면서는 할 게 진짜 많다고 생각했어요. ‘중간 지점을 누가 어떻게 채워야 할까?’라는 질문에선 저희 단체 역할이 그런 거였나 생각도 들고요. 앞서 온습도계를 보면서 실내 환경을 컨트롤하는 시도라도 해봐야 된다는 말씀에 굉장히 공감했는데요. 달팽이집에서 하는 자치 용역 활동이 사실 그런 일들이에요. 많은 셰어하우스 업체가 “전구에 불이 안 들어와요” “배수구가 머리카락으로 막혔어요” 하는 요청에 스트레스를 받는대요. 앞서 세입자가 관리해야 된다고 말씀하신 건, 임대인의 의무를 대신 지는 게 아니라 내 집은 내가 가꿔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요. 선뜻 해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그 또한 애초에 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철: 해결 방안을 계속 고민 중이지만 결국 소유하지 않으면 투자를 안 하게 되고 악순환일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의 경우 전세가 8천 정도 하는데, 그런 사람 10명이 모이면 건물을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알아보니까 건물을 취득할 때 60% 정도 은행에서 빌리고 40% 정도만 있으면 되더라고요. 공동체 투자신탁 등으로 정부 소유 토지를 공동체에게 장기간 대여해주는 제도도 있고요. 이런 걸 잘 공부한다면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이 그 집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모델도 가능할 듯한데, 과연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인지 같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지희: 사실 그런 아이디어가 주택 협동조합의 시작이었죠.
희연: (현철에게) 만약 실제로 그런 커뮤니티 조직이나 지원 정책이 만들어지는 단계가 온다면 참여하실 의향이 있나요? 친구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현철: 고민해서 사례를 하나 만들고, 그 과정을 책으로 엮으면 누구든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네요. 찾아보니까 공동체토지신탁(CLT; Community Land Trust)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해외 사례인데,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이 사랑한 카페가 외부 논리에 의해 없어지니까 그걸 지키기 위해 공동체를 만든 거예요. 청년이 다섯 명만 모이면 공동체가 되는데, 그런 식의 모델이라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다른 식으로 할 수도 있는지 궁금하고요. 임대주택도 좋은 모델이지만, 한순간에 건물이 확 늘어날 수는 없잖아요.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경쟁률이 엄청 치열하더라고요. 청년들의 욕망이 동일한 게 아니라 다양하니까 대안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희: 공동체토지신탁 모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같이 얘길 해보면, 저희도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거든요. 사실 하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문제 지점들이 많았어요. 주택협동조합이라는 게 굉장히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요. 저희는 조합원이 굉장히 많은데 다 들어가서 살진 않거든요. 애초 운동의 관점에서 시작한 형태예요. 내가 이 집에 못 들어가더라도 이런 모델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자했던 거죠. 다행스럽게 공공위탁을 받아서 원래 80명 조합원 중 3명이 들어와서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200-300명 정도의 조합원 중 120-150명 정도가 들어와 살 수 있게 됐어요. 다만 소유한 게 없으니 싸움 날 일이 없는 거고요. 다른 주택협동조합의 경우, 소유를 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 변동 시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말씀하신 토지신탁은 다른 개념인 것 같은데, 맞나요?
현철: 맞아요. 거기 입주하는 사람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공동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입주하는 사람은 부동산으로 이득 볼 생각을 안 가지고 가고,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에요.
청년들의 욕망은 동일한 게 아니니까 대안이 많아져야 한다
지희: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민자산화’라는 개념이 사회적 주택과 연계해 여기저기서 시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아까 패시브하우스에 3년 살면서 테스트 모니터링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달팽이집도 6개월로 받고 있는데요. 공동체가 안정되려면, 뭔가 해보려면 6개월 1년 걸리는 거죠. 저희 모델도 지금은 7호가 생겼지만, 1호가 나올 때 언론에서 “청년들의 시도” “모험” “도전” 막 이랬어요. 망하는 순간 반례가 되니까 어쨌든 생존해야 했고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현정: 짧게 덧붙이자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4년 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공급을 시작할 때와 달라진 게, 몇 년 동안 달팽이집에서 같이 살았던 친구들끼리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모였어요. 그러면 주택 모델을 하나 만들어서 SH나 LH에 제안할 수도 있으니, 조합원을 모으고 있는 현황이에요. 청년들이 정주할 수 있게끔 5년보다 길게 제안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해도, 한 2억 정도가 필요하더라고요. 청년이 10명 모인다 해도 2억을 만들기는 어려우니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철: 저희 카페에 오신 어떤 분이 남가좌동 쪽에 코어하우징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몇 분이 모여 공동 소유하는 식이래요. 그렇게 공동 소유 집이 하나 생기니까 그 주변이 공동체처럼 됐다고 들었어요.
기정: 시간이 금방 가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여러 가지 사이트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청년주거 정책이 궁금하다면 청년주거포털, 역세권 청년주택을 참고해보시고요. 사회적 주택이 궁금하다면 사회주택플랫폼, 청년창업꿈터를 찾아보셔요. 집에 관한 다양한 의제가 모이는 서울하우징랩과 패시브 건축의 방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도 추천합니다. 이런저런 정책들을 알아두면 공모가 나왔을 때 바로바로 넣어볼 수 있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오늘 이 자리가 의미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태양광주택 만들기 키트를 선물로 준비했어요. 집에 가서 한번 만들어보세요. 감사합니다.
김기정 님이 참가자 모두에게 증정한 태양광주택 만들기 키트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학습 도구였습니다.
제로에너지 건축이 공공 건축물에 의무화될 2025년. 안전하고 건강한 집을 보장받고, 수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미래가 어서 손에 닿으면 좋겠습니다. 참가자들의 고민은 이미 시계를 껑충 뛰어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중이었습니다.
N개의 공론장⑦
「청년 주거, 대안을 이야기하다」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법
일시: 2018년 11월 16일 오후 7시 - 9시 30분
장소: 서울시 청년허브 세미나실
주관: 김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