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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Aug 07. 2020

금산에서, 잘 살 수 있을까? 그 이후

2020 N개의 공론장② 「금산에서, 잘 살 수 있을까?」사후 인터뷰

일시 : 2020년 7월 19일

인터뷰이 : 듣는연구소

인터뷰 및 편집 : 김미래(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특별한 환영이 아니라, 그저 배제하지 않는 환대로 시작하는 공동체적 삶

거대한 인삼 캐릭터 구조물이 곳곳에 보이고, 개구리가 울고 까치들이 내려앉은 금산에서 서른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열띤 이야기를 나누고 열흘이 지난 시점. 회고라는 딱딱한 이름을 벗고, 공론장 기획자분들의 마음속 여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역살이는 물론 지역살이에 대한 연구 역시 환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해준 듣는연구소. 우리가 기대하는, 우리 삶에 필수적인 ‘환대'의 구체적인 그림을 어떤 걸까요?


Q1. 이번 공론장은 기획의 주역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무척 풍성한 자리였는데요. 듣는연구소와 들락날락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나 지금 이 공론장을 꾸리신 거죠?

청년 문화예술 협동조합 들락날락은 지역에서 자립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산에 사는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금산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잘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고 있어요. 2015년부터 대도시가 아닌 금산에서 살려는 청년들이 있지만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하며 ‘배움의 환경 열악’, ‘주거의 어려움’, ‘단절된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를 주목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맥부족캠프’, ‘아랑곳데이’, ‘연말정산 워크숍’ 등 네트워킹 파티, 셰어하우스 ‘채비’와 게스트하우스 ‘연하다 여관’, 배움을 위한 ‘아랑곳 자립학교’를 만들었습니다. 배움과 주거, 네트워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되는데도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 생계문제에 있다고 판단하여 2018년에 보다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청년의 재능이 수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듣는연구소는 사회의 변화를 위한 연구와 활동을 하는 연구활동가 그룹입니다. 현장에서 자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습니다. 그런 연구방법론을 정립하고 알리며, 연구를 원하는 활동가들의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2016년에 두 독립연구자가 만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들락날락협동조합과 듣는연구소 두 곳이 함께 공론장을 기획한 계기는 이주 청년의 정착 기반을 찾는 한 연구보고서(작년 듣는연구소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의뢰로 진행한 지역교류형 청년일자리 사업모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현황 연구)에서 비롯하였습니다. 들락날락 멤버인 마고가 인터뷰이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연구가 끝나고 보고서를 모든 연구참여자(전국 10여 개 지역)에게 메일로 공유하면서 “이 내용으로 공론장을 만들어보고 싶은 지역이 있는지” 물었고, 유일하게 금산에서 화답하여 공론장이 성사되었습니다. 연구를 매개로 현장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듣는연구소로서는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변화에 함께하고 싶었고, 지역 청년이 잘 살기 위한 삶의 기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금산에서 얘기되고 실행될 기회가 조성된 거죠. 예산처를 찾던 중에, 마침 청년허브에서 N개의 공론장을 서울 외 지역에서도 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추진에 동력을 얻었습니다.


Q2. 듣는연구소의 '생계, 관계,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환대'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만큼 이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거나 주변을 향하여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주해온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거나 거꾸로 새로운 공간에 편입되어본 경험이 있으실까요?

생계, 관계, 공간은 이주 청년이 지역에서 잘 살기 위한 조건들을, 이주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청년들의 인터뷰를 분석해서 뽑은 요소들이에요. 그런데 묘하게도, 이 요소들은 비단 이주 청년에게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적용되더라고요. 그래서 공론장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이 묘하게 서울에서 연구활동가로 사는 저희들에게도 와 닿는 경험을 했습니다. 금산 청년들에게 관계와 공간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조달한 기반이지만, 생계가 가장 어려웠던 것처럼 듣는연구소도 똑같은 상황을 곧잘 마주해요. 관계를 통한 지지와 인정이 저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고, 공공의 공간지원사업을 통해 사무공간을 얻었지만(사업 초기에는 서울혁신센터의 코워킹스페이스에, 현재는 청년허브의 미닫이사무실에 입주해 있습니다.) 생계는 아주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죠. 많은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활동을 지속할 수만큼의 생계를 해결하는 것인데도요.


주로 연구용역 의뢰가 오는 하반기가 아닌, 상반기에는 ‘보릿고개’를 감내하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버티며, 연중 안정적인 생계기반을 만드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흔히 ‘환대’는 무척 환영하는 것으로들 이해하지만, 저희가 이해하는 환대의 개념은 특별한 환영보다는 오히려 배제하지 않는 정도를 뜻해요. 문화인류학자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환대 받음으로써 한 존재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거죠. 고맙게도 저희의 존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개인이나 기관들로부터 ‘우정’의 관계를 맺고 거기서 힘을 얻은 경험들이 있어요. 우리를 특별히 알고 지지하는 우정의 관계 맺음과는 달리, 환대는 적어도 배제받지 않는 관계 맺음이에요. 예를 들어 ‘청년’이라서 돈을 적게 받는다거나, 박사학위가 없어서 계약이 곤란하다거나 했던 경험에선 사회적 배제를 느끼게 되잖아요. 질문을 받고 떠올려본 환대의 경험은, 저희가 제대로 작업하려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견적서를 제출하고 그 예산에 맞추어 포기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연구용역이었어요.


Q3. N개의공론장에서 나누려던 이야기와 실제 나누었던 이야기 간에는 불가피한 차이가 있었을 텐데요. 물론 기대 이상이었던 부분도 있으실 듯합니다.

금산에서 청년들이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청년뿐 아니라 다양한 금산의 주체가 모여서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랐어요. 특히 자원을 쥔 주체들이요. 공무원이라든지, 중간지원조직이라든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등이요.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인지 혹은 관심이 적어서인지 공무원분들이 오지 않아 주최했던 들락날락에도, 저희에게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참여자들끼리는 정말 열띤 토론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이런 주제에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안전한 장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금산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정말 진지한 자세로 토론에 임해주셨는데요. 지역에서 이런 주제로 연 첫 공론장인 만큼 이미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공적으로 이루었으니, 다음 공론장이 열린다면 한층 더 범위를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4. 들락날락협동조합과 또 한 번 만나게 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세요? 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있으신지요?

이 한 번의 공론장으로 직접 큰 변화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라든지, 생겨난 관계망들이 간접적으로 무언가 변화를 만드는 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는 있습니다. 저희가 재작년에 지역 청년들과 공무원들이 모인 공론장을 열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인연으로 무언가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건너 듣기도 했어요. 몇 년 후에 들락날락과 멤버들, 금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변화는 있는지 지속적으로 여쭤보고 싶어요. 저희가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삶이란 주제는 꾸준히 관심 갖고 있거든요. 관에서도 요즘 이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정책을 만든다거나 어떤 수요들이 있는데, 저희는 그것을 돕는 것도 좋지만 청년 당사자들이 삶의 기반을 만들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데 함께하고 싶어요. 올해 초에는 강화도에 사는 청년그룹 ‘협동조합 청풍’과 그런 프로젝트를 함께 도모했는데, 아쉽게도 공모사업에 떨어져서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Q5. 듣는연구소가 살고 싶은 도시, 살아나갈 지역사회의 풍경은 어떤 것인가요?

우성희: 안전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도시에서 익명성을 보장받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긴 후에는 밖에 나갔을 때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보다 아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삶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듣는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렇듯 어떤 질문에 절대적인 단일한 답이 있긴 어렵다는 거예요. 안전함의 조건이 개개인의 삶 맥락에 따라 다르거든요.


송하진: 연구를 하며 많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상투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백 명이면 백 명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고유한 존재, 사람들임을 느끼게 돼요. 도시라는 공간, 현대인의 삶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빡빡하고, 규격화되어 있고 서로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귀를 기울여보면 고유한 이야기들이 들리고, 문득 신기하고 아득하게 느껴져요. 바쁘고 신경 쓸 것도 많은 시대니까 이런 개개인의 맥락을 섬세하게 다뤄가면서 의사소통하고 어떤 결정들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해요.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에, 듣는연구소는 그 개개인의 고유한 삶의 맥락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알리고 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사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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