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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Oct 13. 2020

로컬+청년+지역=과연 잘 살까?
공론장 미리보기

2020 N개의 공론장 ⑥ 「로컬+청년+지역=과연 잘 살까?」사전 인터뷰

일시: 2020년 10월 9일

인터뷰이: 조아라(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조아신(지리산이음)

인터뷰어: 김홍구(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서울에 사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곧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계획입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역시나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청년 지역살이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이후가 궁금해집니다. 청년은 과연 잘 살고 있을까요? 제목 그대로, 「로컬+청년+지원=과연 잘 살까?」 공론장은 평면적인 산술에 물음표를 던지며 ‘그 이후’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완연한 가을 지리산 자락에서 열릴 그 자리를 앞두고서, 공론장 공동 기획자 두 사람에게 길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Q. 두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조아신: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이음은 지리산권 5개 지역(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사람과 마을을 잇고, 지리산과 세상을 잇는다는 취지로 지리산에서 새로운 실험과 대안적 가치를 만드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입니다. 저는 2012년 문화 공간 ‘토닥’을 시작으로 지역 동료들과 함께 지리산이음을 창립했고, 현재는 전체 조직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이음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지리산권 공익 활동 지원을 통해 시민 사회의 성장과 지역 사회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마을에서 마을책방&카페 토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2015년부터 매년 가을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경험과 계획 등을 발표하는 『지리산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지리산에 모여 서로 교류하는 장입니다.


조아라: 청년허브 교류협력팀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서 맡은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청년의 미래, 도시 서울을 상상하는 대화의 장을 청년 개인 및 단체와 협업해 기획하는 『N개의 공론장』이 있고요. 또 하나는, 해보고 싶었던 일과 원하는 삶의 방식을 5곳의 지역(춘천, 옥천, 홍성, 영광, 상주)에서 실험해보는 국내 교류 프로그램 『별의별이주OO』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간간이 전북 남원의 시민 모임 도공디공회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부에 저를 소개할 때면, 경기도에 살며 도시 서울과 지역 남원을 오가며 사는, 반경 500km 생활권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씁니다.



Q. 『N개의 공론장』에 함께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아신: 서울 청년들의 지역살이를 지원하는 청년허브의 『별의별이주OO』 사업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농업, 언론 등 지역별로 특색 있는 주제를 정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다가 매년 지속적으로 운영해오더군요. 몇 년 전 청년허브와 지리산이음이 청년 지역살이를 위한 행사를 공동 진행한 경험도 있고요. 물론 직접적인 계기는 『지리산포럼』이죠. 올해 주제가 “로컬라이프”이고, 총 8개 섹션이 열리는데요. 그중 ‘청년들의 지역살이’를 주제로 발표하고 대화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N개의 공론장』과 연결이 된 셈입니다.


조아라: 작년과 올해 업무로서 『N개의 공론장』의 모든 공론장을 모니터링하며 참여하고 있는데요. 첫 참여는 2018년 12월에 열린 「돈과 일: 지역청년들의 일삼기, 일거리, 일자리」였어요. 협동조합 플랫폼510이 연락을 줘서, 그 당시 남원에 살던 저의 경험을 공유하는 발제를 맡았어요. 한 달에 얼마를 벌어먹고 사는지까지 얘기한 기억이 나네요. 생계 활동과 그 내역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해달라는 주최자의 요구에 부흥했죠. 실제 수치를 듣고 실망할까 봐 걱정했지만 참여자들과의 테이블 토론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발제를 준비하며 저의 지역살이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공론장을 기획하고 이렇게 사전 인터뷰까지 할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웃음)



Q. 「로컬+청년+지원=과연 잘 살까?」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나요?


조아신: 홍보물을 보면 아시겠지만 청년 지역살이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정책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지역살이 지원 정책과 사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그 사업의 당사자인 청년들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이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생활한 지 20년 가까이 됩니다. 내려올 땐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하고 불안했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관계와 경험이 있으니 지금은 괜찮습니다만 그 과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청년이었으니까요. 지금 지역살이를 하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불안감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저와는 다른 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공론장을 통해 청년 지역살이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고, 서로 간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교류 방법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아라: 앞서 말씀드린 2018년 공론장에서는 저의 지역살이 경험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지역에서도 이러저러하게(조금 적게 벌어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했다면, 이번에는 지역살이에 필요한 지원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싶습니다.


지역에 살고 싶은 의지와 마음이 생겨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꽤 많은 단계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세상살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쉬운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요.(웃음) 그렇기에 지원 정책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예요. 과거 10년 사이 인구 소멸을 위기로 말미암아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 정부 부처에서 청년 지역살이 지원 정책을 절실하게 펼치고 있어요. 돈도 주고, 땅도 주고, 이자도 주고. 그러나 청년들에게 지역에게 장기적으로 이로운 정책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직간접적으로 여러 지원 사업을 활용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각자의 지역살이 경험도 나누고, 도움되는 사업을 공유하면서 앞으로의 지역살이 지원 사업을 당사자 입장에서 구상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대화를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한다면 정책 수립에 꼭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지역살이 지원 정책에 대한 의제를 다루는 자리로 ‘공론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아신: 로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에 대한 지원 정책과 사업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고요. 한편 코로나19 상황이 이런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로컬과 청년, 두 가지 의제가 결합되면서 이후에는 더 많은 지원 정책과 사업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는 묻히고, 지원받는 청년의 수, 로컬에 지원한 예산의 크기, 일부 성공 사례만을 성과로 내세우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소멸을 막는다는 취지로 수많은 정책과 예산이 투입됐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정책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런 공론장은 필요합니다.


지역 곳곳에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지역의 미래에 대한 담론에서부터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 번 결정된 정책은 설령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책 실패나 예산 낭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정책과 사업은 한 개인의 삶의 방식 전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로컬-청년 지원 정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아라: 앞서 언급한 『별의별이주OO』 이야기도 함께 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문턱이 굉장히 낮은 탐색 단계의 사업으로, 좋은 ‘지역살이 맛보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착을 강요하지도 않고 내가 나답게 사는 방식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거든요. 『N개의 공론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이슈와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에 참여하는 경험 역시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죠. 그런 맥락에서, 저희 팀이 진행하는 두 개 사업의 연결점을 기획하는 일이 필요해 ‘지역형 공론장’을 신설한 것입니다. 환경 문제를 비롯해 이미 많은 지역의 이슈가 서울의 이슈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지난 7월 충남 금산에서 지역에서 잘 살기 위한 기반과 지역 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공론장을 통해 풀었는데요(리뷰 읽기). 이번 공론장을 통해서도 지역에서 잘 살기 위한 지원 사업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Q. 바람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아신: 저는 서울도 지역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바깥으로서 낙후되고 소멸해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로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컬에 젊은 사람을 채우기 위해서 지역살이를 권장해서도 안 됩니다. 스스로 인식하는 지역의 범위는 다들 다르겠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 삶의 터전을 재구성하는 문제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정부 정책과 사업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로컬과 그 로컬 안의 공간들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각자 고립된 채 지역에 살면서 디지털 방식으로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역의 경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경쟁하듯이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이 옳은가 질문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기후 위기 등 재난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삶의 가치와 방식을 새롭게 전환하는 데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 바로 지역입니다. 참가자들이 이런 공감대를 얻고 가면 좋겠습니다. 덤으로 지리산의 아름답고 넉넉한 자연과 가을의 신선한 공기도 만끽하시면 좋겠네요.


조아라: 이번 공론장을 준비하면서 여러 참고 자료를 읽었지만 2018년 공론장 리뷰가 가장 도움이 됐어요. 그렇기에 과거에 했던 일의 기록과 공유는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리뷰의 마지막 두 문단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지역에 더 많은 청년들이 유입되어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지역은 청년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농사를 짓는 청년에 대한 정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강력한 편이지만, 그 외 다른 일거리를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지원 정책은 부실한 실정입니다. 


반대로 청년에게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역이 환경의 혜택을 줄 순 있지만, 지출 규모를 조정하고 적합한 일을 찾는 등 스스로 삶의 방식을 조정해나가야 합니다. 나다운 삶, 나다운 지역살이에 정답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이날처럼, 도시와 지역의 청년들이 만나 서로의 환경에서 공통 조건을 살피고 차이를 발견한다면, 더 나은 바탕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과 도시의 청년이 교류하는 대화의 자리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8년에는 서울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는 지역에서 열리니 공간적으로 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정보도 공유하고 대화의 근육도 함께 키우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고 싶네요. 대화하고 교류하는 자리가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사전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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