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허브 Nov 18. 2020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까

[2020 N개의 공론장⑭] N개의 기후해법 사전인터뷰

인터뷰 일자: 2020년 11월 17일

인터뷰이: 1.5도 클럽

인터뷰어: 전소영


기후위기에 대해 얼마나 선명하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당장 코앞에 닥친 ‘위기' 같다가도, 뒤돌아서면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문제로 다루어야 할 영역이 워낙 넓고, 그것들이 모두 이어져 있는 탓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날카로워지지 못하고 두리뭉실하게 흐려지곤 합니다. ‘기후해법을 모으는 다학제 콜렉티브' 1.5도 클럽은 이번 공론장에서 ‘기후위기'라는 큰 범위의 문제 중 탄소흡수원 조성 및 생태계 보전에 집중하여 N개의 기후해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각각의 해법을 통해 모두가 기후위기를 보다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Q. '기후해법을 모으는 다학제 콜렉티브' 1.5도클럽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1.5도클럽은 네 명의 연구활동가로 이뤄진 프로젝트 팀입니다. 아시아 맥락에서 기후위기와 도시를 엮어 이해하고, 모호한 정부 계획을 선명하게 다듬기 위한 창의적인 활동들을 함께 기획해보고자 모였습니다. 이전에도 네 사람은 각자 생태, 도시, 미술 분야에서 연구자이자 기획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올해 연초에 (청년허브, 서울연구원, 청년재단이 주최한) 1회 아야프(AYARF,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배경이 다른 서로의 관점을 모아야만 시대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기후변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분이라면 ‘1.5도’라는 수치를 익히 들어보셨을 거예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1.5도 특별보고서가 2018년에 제시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목표치입니다. 즉,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서 1.5도 이상 더 뜨거워지게 되면, 우리가 예측하거나 손 쓰기 어려운 세계로 나아갈 확률이 높으니 그 이하로 유지하자는 거죠. 그런데 1.5도라는 말에 담긴 중대한 목표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직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기본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기후위기라는 말에 익숙해지는 것에서 나아가 조금 더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1.5도’를 콜렉티브의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1.5도클럽은 기후해법을 모읍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기후위기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역할보다는, 실제로 무엇을 해야 이 난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해결안을 만드는 과정에 주력하려 합니다. 그래서 1.5도라는 수치가 제시하는 시공간의 모습을 보다 고해상도로 그리고 싶어요.


 

Q. 공론장 기획안에 그동안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음을 지적해주셨는데, 이 문제에 있어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어느 정권할 것 없이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서 정부가 이미 일에 착수한 것처럼 국민들을 착각하게 만든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이소영 의원이 ‘그린뉴딜 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을 대표 발의하였는데, 10년 전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던 때에도 이미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감축 계획을 세웠다면 지금처럼 해결 불가능할 정도의 밀린 숙제가 쌓이진 않았을 거예요. 선출직 정치인은 시간상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고위 공무원은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인데 마치 남의 일인 양 아무도 책임 의식을 갖지 않았던 거겠죠.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비전과 방향, 우선순위가 없다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기후위기 논의가 한편에서 열띠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에서는 여전히 자전거 정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죠. 모든 정책을 ‘사업화’하다 보니 근본적인 고민과 철학이 부족한 것이 현 상태라고 봅니다.

항상 조금 도전적인 사회적 현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그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갈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그 문장 뒤로 정부가 숨는 것 같아서요. 물론 사회적 합의 없이 큰 규모의 정책을 밀고 나갈 수는 없겠지만, 기후위기라는 사안은 그 시급성과 불가역성 때문에라도 정부가 마중물을 대야 하는 입장입니다. 안 그러면 이 사회에 미래가 없으니까요.



Q. 기후변화 대응 목표 설정의 기준을 2050년이 아닌 2030년이나 2025년으로 잡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누구한테 질문하든, ‘당신의 2050년까지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아무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거예요. 개인이 계획하고 상상하기에 너무 큰 단위의 시간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경로를 막연하게 ‘30년 뒤까지’라고 단숨에 선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행하려면, 10년 주기의 중간 목표와 연도별 세부 계획이 세워져야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Q. 이번 공론장 주제에서 청년활동가 혹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보다 더 무게를 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세대 간 목소리에 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최종 발신되는 메시지는 큰 차이가 없을 수는 있지만, 기후위기를 더욱 ‘우리 일’로 느끼는 긴급성, 그리고 주장에 담긴 책임감에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는 같은 말을 해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시간이 더 길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진지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기후, 도시 담론 공론장에서 청년들의 관점이나 지식은 무게 있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뭇 국민토론회, 포럼 등에서 청년에게는 들러리 역할을 맡기거나 제대로 된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죠. 비단 청년세대에 대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남성 중심의 관료, 정책입안자, 전문가와 엘리트 집단 밖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의미 있는 연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담론을 확장시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신진 연구활동가를 소개함으로써 기성세대의 ‘연구자’ 혹은 ‘전문가’ 정의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연구활동가’의 새로운 지식 생산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실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기득권에 있던 지식인들이 소신 발언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이 이제까지 점잖게 제언해온 결과가 지금의 상태입니다. 그들이 큰 흐름을 바꾸지 못했기에 마이크를 젊은 세대에게 넘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Q. 참가자분들의 원활한 접근을 위해 온라인으로 공론장을 진행하게 되셨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이번 공론장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물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온라인 모임의 장점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많이 줄여준다는 데에 있죠.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 참석할 만큼 ‘여유로운’ 사람들로 편중될 수 있는 참가자 구성을 오히려 더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 과정에서 섭외라는 게 기존에 알던 사람들 위주로 흘러가기 쉽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네트워크가 없다시피 한 청년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에 만들어지지 않는 조합을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지점이 과감하고, 간결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얘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이야기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각자에게는 새롭지 않은 관점이 이 새로운 조합 안에서 재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전 인터뷰 끝)


2020 N개의 공론장⑭ 「N개의 기후해법」 공론장 보러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