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호랑이입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질문과 그때 답이라 생각한 것들을 적고 있습니다. 비록 나중에 틀릴지라도요.
13살 차이 나는 사촌오빠가 끄적거려 봅니다.
내 글을 야금야금 보는 쩡은이에게 혹은 수능이 끝난 분들께.
1. 독립
저도 처음 나와서 살았던 건 25살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만 해도 아무 걱정 없이 잘 살다가 막상 나와보니 세상 사는 게 쉽지 않음이 바로 느껴지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그 흔한 설거지도 제대로 한 적 없고, 빨래도 제대로 해 본 적 없고, 밥 한번 제대로 지어본 적도 없더라고요. 그랬던 저도 혼자 살게 되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많이 깨우쳤던 것 같아요.
능력이랄 것도 없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요. 공과금도 직접 내보고 가스비를 걱정해 보기도 하고, 밥값 고민도 해보고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류나 절차를 혼자 살면 참 많이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일찍 독립을 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여건이 안 되면 할 수 없지만 6개월 만이라도 혼자 살아보면 세상 보는 눈이 정말 많이 달라지고 시야가 넓어져요.
2. 독서
책 읽으란 말 지겹게도 들었겠지만 잘 안되죠. 저도 편식 독서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긴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실 경험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한두 번의 가벼운 체험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도 깊이 있는 경험은 많이 못 해요. 어떤 식으로든 자기 전공을 결정했으면 그 큰 울타리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에 생각보다 새로운 길을 가기를 많이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특히나 익숙하고 안정적인 것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랬을 때 간접 경험이 중요한데 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저는 책이라 생각해요. 별로인 책도 많지만 좋은 책들은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이 많아서 간접 경험을 최대한 많이 시켜주더라고요. 뭐 요즘은 유튜브가 워낙 성장해서 각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유튜버들도 많죠. 그런 것도 물론 도움이 많이 되고요. 처음부터 그런 책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관심 가는 분야 책을 한 두 권 읽는 것부터 시작하면 자연스레 책 읽는 습관도 들 거예요.
3. 경제
우리나라가 참 금융 문맹이 심한데요, 돌이켜보면 중고등학생 때 정말 필요한 경제 교육을 거의 안 해요. 교육 문제 이야기하면 끝도 없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경제 공부는 정말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데 대부분 늦게 깨닫죠. 우리가 어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게임을 어떻게 돌아가는지 룰을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서 경제를 이해하는 건 게임의 룰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워낙 돈, 돈, 돈이라는 키워드가 만연해져서 너도 나도 주식을 하고 부동산에 관심 갖고 하는데 저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 수능을 끝나고 20살이 된 분들도 뭐가 됐든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너무 길어질테니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다큐 하나를 소개 할게요.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1부-5부를 추천해요.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 이 다섯 시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룰이 만들어진 과정을 잘 알려줄 거예요.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4. 조언
이제 여러분이 성인이 되면 대학을 가든 가지 않든 어느 곳에서든 비슷한 또래들을 많이 만나겠죠. 특히 1~2년 나이 많은 형, 누나, 오빠, 언니들과도 자주 만나게 될 건데 그 사람들 말 너무 믿지 마세요. 조언이랍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해줄 건데 지들 삶 챙기기도 버거워요. 조언 다운 조언을 구하려거든 1-2살 많은 사람들한테 구하지 말고 고민이 되는 분야의 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한테 찾아가세요.
그게 훨씬 더 많이 도움 될 거예요. 어떻게 찾냐고요?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책을 찾아보세요. 책을 찾다 보면 저자 이메일이 나올 텐데 거기에 고민을 써서 보내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대답해 줄 거예요. 작가들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ㅎㅎ
5. 여행
여행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지 마세요. 여행 갔다 온다 해서 자신을 찾지는 못해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느끼고 여행지를 온전히 즐기고 오는 게 좋아요. 그리고 여행하다 보면 느끼지만 돈을 때려붓지 않는 이상 불편함은 무조건 겪고 문제는 항상 일어나요. 그러니 지나친 환상은 버리는 게 좋아요. 수단이 되는 게 아니라 목적이 되는 여행이 가장 좋더라고요.
6. 관계
앞으로 여러분은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갈등도 생기게 될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할 순 없어요. 나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은 웃기게도 호감이 가면 그 상대가 내가 싫어하는 짓을 해도 좋게 보고, 호감이 없으면 좋은 짓을 해도 나쁘게 판단해요. 사람이 그래요. 그래서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마세요. 여러분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놔둬요. 그리고 너도 누군가에게 그러고 있을 거예요.
7. 불평
인생의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앞으로 무얼 하든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을 거고, 행복한 일보다는 불행한 일이 더 많을 거고, 기쁜 일이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이 생길 거예요. 어디서 무얼하든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불평을 하는 일이 더 많을 거예요. 사는 게 그래요. 그냥 받아들여요. 또 다른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행복이나 기쁨 같은 감정들은 나쁜 감정들보다 훨씬 더 빨리 무뎌져요. 무뎌지는 순간이 자주 올 텐데 내가 불행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큰 불행을 만나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행운이에요.
8. 정답
앞으로 수십수백 번은 더 들을 말일 텐데 여러분이 뭘 하든 정답은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정답이 있으면 그 정답만 찾아가면 되는데 정답이 없으니까 다들 방황하고 사는 거예요. 간혹 사람들은 정답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정답만을 찾고 있죠. 정답은 없는데도요.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정답이 있어서 그 정답을 찾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내 선택을 믿고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후회 없는 선택을 해라하는데 인간은 무슨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합니다. 아무리 잘 되어도, 아무리 못 되어도요.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면 돼요.
9. 마지막
끝으로 '수능이 끝난 사촌동생에게' 이런 글 쓰는 사람 말 믿지 마세요. 지도 지가 글 쓴 만큼 못 살았어요. 어차피 여러분은 1분 정도의 '오' 하는 감탄을 끝으로 절대 따르지 않을 거고 글 쓴 사람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