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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13. 2018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프롤로그)

어이가 없어서 시작한 정치

오늘날 대한민국 청소년과 청년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는 게 힘든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죠. 청소년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직업을 위해 피터지게 공부하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아 청년이 되면 온갖 빚을 떠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팍팍한 삶에 결국 아이 낳지 않기를 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청년의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은 말 그대로 ‘생존’ 그 자체를 거부당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나 이는 청년의 잘못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청소년의 잘못은 더 아니겠지요. 학교 다닐 땐 선생님을 포함한 많은 어른들이“앞만 보고 공부하면 희망이 보이고 성공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린 경주마처럼 더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요구받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우리들 앞엔 최악의 청년실업, 평생을 벌어도 장만할 수 없는 내 집, 육아와 일 사이의 갈림길 같은 것들이 서 있네요.

 사는 게 더 고달파져서일까요? 고등학교 2학년인 제 사촌 동생은 제가 고등학교에 다녔던 10년 전보다도 더 앞을 보고 달릴 것을 선생님들이, 어른들이, 사회가 요구하더군요.     


 산업 자체가 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가던 때보다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거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지 고작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도 세상에 많은 변화를 미치고 있는데,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혀 다른 시대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교육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다음 산업을 준비할 수 없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아직도 학교와 학원에서 무작정영어 단어를 외우고, 아름다운 시를 기계적으로 외우기 바쁩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엔 창의력·협업·의사소통 능력을 겸비한사람이 인재라는데, 우린 여전히 오지선다 중 하나의 정답만을 골라내야 하는 시험과 무한경쟁 궤도에서 친구를 밟고 내가 올라가는 교육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입시 지옥에서 살아남아 사회로 진출한 청년들의 삶은 어떨까요? 대다수가 경험하고 있듯 공부하고 일할수록 빚을 지고, 사랑할수록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헬조선에서는 탈조선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각기 다른 방법으로 탈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옥 같은 이 나라에서 탈출하지 못한 청년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포기하는 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습니다. 출산을 포기하더니, 결혼을 포기하고, 이젠 연애까지 포기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이 세 가지만 포기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어찌 된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해야 할 것들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기만 합니다.

 결코 원해서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동물도 사랑을 포기하진 않습니다. 본능이니까요. 이게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의 삶입니다. 우리의 삶은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독재정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은 27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국가 부도 위기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경제 강국이 되었고, K-POP 열풍은 전 세계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우리가 들었던 촛불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시작한 이래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경제·문화·사회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중 딱 한 가지 바뀐 것이 없다면 아마도 청년들의 삶일 것입니다. 적어도 청년의 삶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 2030세대의 투표율을 봐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은 건 그간 정치에관심 없던 우리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습니다.

지난 촛불 혁명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그 관심과 참여로 국정을 농단한 세력을 끌어내렸지만 청소년과 청년의 삶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 반값등록금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또 촛불을 들어야 할 판입니다. 정치적 관심만으로는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습니다. 관심을 넘어선 무언가가 더 필요하죠.      


청소년들이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직업을 위해 지나친 시간을 할애하며 공부하는 이유, 십 년이 넘도록 거의 모든 정당이 대학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도 약 7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은 허리가 휘어져라 일하고, 대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간보다 알바 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를 저는 청년 정치인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입시를 본 지 30년이 넘는 사람들, 한 달 월급이면 자녀들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데 어떻게 청소년과 청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2008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마을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아시냐는 질문에 “70원”이라고 대답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평균연령 55.5세인 국회의원들이 2030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을까요? 임기 말에 국회에서 단체로 환갑잔치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하는 한 청년의 삶은 단 1도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청년정치를 주제로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구독자분들도 보실 수 있도록 미리보기를 5회정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서구매는 교보문고(https://bit.ly/2JZ3pvG), 예스24(https://bit.ly/2z9xVi7), 알라딘(https://bit.ly/2T7Nz67), 인터파크(https://bit.ly/2qK24Qr)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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