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앨빈 토플러는 10년 전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이 말이 요즘은 현실이 되는 듯합니다. 10년 전 우리가 좋은 직업이라던 직장들이 하나 둘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고 지식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죠.
그러나 우리는 교육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따라야 했습니다. 다른 선택권은 없었습니다. 싫어서 나가면 그 순간 제도권 밖의 학생이 되니까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했습니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그렇게 맘에 안 들면 “악착같이 붙어 있다가 나중에 성공해서 바꾸라”는 말로 어쨌든 지금은 닥치고 이 제도권 안에 있으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하셨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했지만 학생들에겐 지금의 교육제도로부터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대안도 선택권도 없는 이유가 투표와도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는 엄연히 국민이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처럼 주권자인 우리는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합니다. 물론 권력이라고 해도 선거 때 투표하는 게 전부이기는 하나 어쨌든 우린 투표를 함으로써 나라의 정책과 방향 등을 정하죠.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선거를 통해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정치인을 뽑아 그들에게 정치를 위임합니다. 위임받은 정치인들이 국가를 잘못 운영할 경우 끌어내리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모든 결정권들이 청소년에겐 없습니다. 청소년들이야말로 교육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이지만 이들에겐 교육제도의 방향이나 정책을 결정할 방도가 없죠. 그저 어른들이 정해주는 길을 따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학생들의 인권이나 학습권 문제가 계속 답보 상태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에게 표가 없으니 정치인은 학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학생의 어려움을 한 귀로 듣고 흘리거나, 앞에서만 듣는 척하고 지나가도 아무런 부담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청소년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교육제도와 더 이상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지난날 겪었던 문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투표권이 있는 청년들의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 선거 때마다 등록금 얘기가 나오고, 청년실업 문제, 청년 주거 문제 등 청년 이슈가 부각되는 건 청년에겐 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청년 공약을 제일 많이 내거는 이유도 청년에게 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 단 한 번이라도 청소년 이슈가 부각된 적이 있었던가요? 일제 강점기 때의 학교 모습과 지금의 학교 모습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이유, 하루 15시간을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직업을 위해 목숨을 맞바꿔가면서 공부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에겐 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메이휴는 “모든 정치인은 재선을 목표로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정치인들이 재선 외의 다른 목표는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당장 지역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언제 지지를 철회할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있는 가운데 표도 없는 청소년을 위해 헌신할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요? 재선을 위해 청소년의 삶 따윈 쳐다도 보지 않는 정치인이 미우신가요? 저는 그런 정치인을 미워할 게 아니라 정치인이 청소년도 고려할 수밖에 없도록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자꾸 청소년들에게 “맘에 안 들면 네가 성공해서 제도를 바꾸라”고만합니까?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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