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국민의힘, 이준석 그리고 민주당의 수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이의 텔레그램 메시지, 파장은 컸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의 메시지가 26일 언론에 포착된 뒤 정치권은 '문자 사태'를 맞았다.
반응은 세 부류로 갈린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방어, 이준석 대표는 태세전환,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으로. 이 지점에서 세 단위의 동상이몽이 포착된다.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했다. 허리도 숙였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방어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적인 (대화인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될까요"(성일종) "대통령도 사람입니다"(홍준표) 같은 논리다.
누구나 사적 대화는 얼마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핵심은 그동안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말과 달리 실제로는 '당무에 관심이 많았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의 징계가 결정되기 전엔 "(대통령이) 당의 수장도 아니고, 당 문제는 저는 그렇게 지켜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6월 10일)"라고, 징계 후에는 "당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7월 8일)"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되레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의심만 증폭시켰다. 방어하면 방어할 수록 의심만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신이 난 건 이준석 대표인 듯하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후 그는 재심 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언급하는 등 공개 반격에 나설 것을 시사했지만 돌연 전국투어를 떠났다. 그의 소셜미디어는 당원가입 독려 게시물 말고는 특별히 여권에 비판각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문자 사태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 27일 이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팝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의도 정치권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양두구육'에 빗댔다.
언론에도 메시지를 냈다. 27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준석 대표님 같은 분도 당대표까지 지내신 분이고 정치를 하신 분인데 전후 상황을 충분히 미뤄 짐작할 테고, 특별히 이 대표가 오해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수습성 발언을 내놨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공개적으로 맞받았다.
필자는 이 대표가 스스로 '계획적으로 제거됐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반박은 보이지 않는다. "내부 총질" 같은 단어 때문에 흐릿해졌지만, 명확히 하자. 그가 중징계를 받은 사유는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여 공세의 기회를 잡았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의 표를 구걸하더니, 이제는 내부 총질을 한다며 바로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대통령과 윤핵관의 위선을 보며 정치가 잔인하다고 느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과연 우상호 위원장이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위선'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다소 의문이다. 민주당은 입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박지현씨에게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맡기고 지방선거에 치르게 했다. 대선 막판 2030 여성의 민주당 지지세를 기대했던 것.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엔 박지현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주지하다시피 박지현씨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출마도 등록요건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상호 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에서 나온 단어는 '원칙'이었다.
그러나 시계를 돌려 2021년 4.7 재보궐선거로 돌아가보자.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스스로 고쳐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를 냈다. 우상호 위원장은 그때 서울시장을 노리고 당내 경선에 참가했다. 대선을 앞둔 재보궐선거라 중요하니까 만들어진 '예외'의 수혜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예외 인정 사유가 없다"고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걸까.
문자 사태 동상이몽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어느 쪽의 꿈이 실현 되든 간에 뒷맛이 씁쓸한 건 매한가지다.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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