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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Mar 31. 2023

대통령의 무한한 MZ 사랑에 드리는 답변.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시라."

MZ세대를 향한 대통령의 사랑은 유별나다. 후보 시절에는 “야,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 번 좀 해보자!”라는 ‘민지(MZ)야 부탁해’ 캠페인을 진행했고, 양대 노총에는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최근 새로 생긴 MZ노조에는 친화적이다. 급기야 윤 정부에서 밀어붙이던 주 69시간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한발 물러섰다. 그만큼 MZ세대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하다. 대통령이 청년세대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대통령의 관심이 MZ세대가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친 점이 있다.  

    

필자는 93년생으로 MZ세대다. MZ세대인 필자가 보기에 대통령의 정치는 한 마디로 ‘후지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은 색깔론에 재미를 들인 듯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의원이 과거 고 신영복 교수에게 존경한다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종북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단일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 의원에게 씌워진 색깔론에 동조했다. 또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북한의 지령문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이태원 참사 추모집회에서 사용된 ‘퇴진이 추모다’라는 구호도 이 지령문에 담겨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 후 국민의힘은 민주노총을 종북노조로 몰기 시작했다.      


MZ세대인 필자에게 솔직히 색깔론은 황당무계하다. 필자가 태어난 1993년 즈음 세상은 굉장히 어수선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비슷한 시기에 많은 동유럽 국가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졌고, 1990년에는 급기야 독일이 통일됐다. 이듬해에는 고르바초프가 모든 소비에트 공화국의 독립을 허용했고, 1992년에는 마침내 소련이 해체됐다.      


세계의 절반이었던 공산 진영이 무너지면서 세상은 어수선했을지 모르겠으나 93년생인 필자를 비롯한 MZ세대에게 세상은 명쾌했다. MZ세대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이념 논쟁은 이미 끝나 있었다. 길 가는 MZ세대 아무나 붙잡고 이념 논쟁에 대해 묻는다면 MZ세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그 정도로 이념 논쟁에 대해 MZ세대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이다. 메시 대 호날두 시대도 저물고, 음바페 대 홀란드 시대인 요즘에 펠레랑 마라도나 중 누가 축구를 더 잘하는 것 같냐고 물어보는 거랑 같다. 태어나고 보니 이미 끝난 체제 싸움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 싸움도 신기술 싸움이거늘, 철 지난 이념 논쟁이 눈에 들어올까.      


윤석열 대통령은 고 신영복 교수를 사회주의자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MZ세대는 오늘도 고 신영복 교수가 쓰신 ‘처음처럼’ 문구가 새겨진 소주를 챙겨 신학기 MT를 간다. 대통령실 주장대로라면 처음처럼을 마시는 MZ세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은 사회주의자의 추종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MZ세대를 추모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던 수많은 청년들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사람이 된다. 그런 MZ세대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은 그럼 무엇인가? 5일 연속으로 애도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사회주의자가 쓴 문구면 어떻고, 민주주의자가 쓴 문구면 어떤가. 소주 맛만 좋으면 되지 않나. 대통령은 어떤 마음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애도하는 마음이지 않은가. 필자도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문구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문구에 다시 색깔론을 씌운 것도 지나치다.    

  

수십 년 전에 종지부 난 이념 논쟁을, 오늘날 미국·중국·러시아도 하지 않는 체제 논쟁을 하고있는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후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여당은 아직도 자신감이 없는 걸까? 지금도 북한에서 한국으로 지령이 내려온다면 한국의 체제가 전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당당함과 자신감은 MZ세대의 장점으로 꼽힌다. 요즘 MZ세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대통령과 여당에게 MZ세대의 한 사람으로써 조언을 한다면 세계 국력 6위에 오른 대한민국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아무도 안 하는 색깔론을 2023년에도 유별나게 하는 건 좀 후지지 않나. 자신감과 당당함을 갖고 MZ세대가 매료될 만한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 청탁, 섭외는 이메일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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