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①] '오늘공작소'의 청년활동가 신지예 - 1편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마시멜로 이야기>, 이 자기계발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다.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는 실험을 다루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보면 정작 마시멜로를 먹어야하는 시기나 잘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지금을 인내하여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으면 과연 그것은 더 성공한 삶일까? 마시멜로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눈앞에 놓여있는 마시멜로를 맛있게 먹는 것도 잘 사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공작소는 '오늘의 행복'을 찾아나선 이들이 만든 공간이다. '지금 우리가 행복한 일들을 동료와 가족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오늘 맛있게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한다. 또 그것을 직접 실현함으로써, 청년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성공 기준을 세우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증명해나가고 있는 오늘공작소 대표 신지예씨를 만나 오늘공작소와 그의 시도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행복을 찾아나서는 여정
행복을 찾아나서는 여정에 선 <오늘공작소>의 첫 시작은 50만원 프로젝트이다. 50만원 프로젝트란 일감을 직접 만들어서 50만원의 소득을 버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놀자는 고민에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회사에 다닐 때 제 삶은 쳇바퀴 구르듯이 굴러갔어요.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고, 월급을 최대한 높여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죠. 그런데 얼마만큼의 월급을 받아야 충분한 건지, 그 월급을 받아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더 큰 집, 더 많은 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더 훌륭한 일들을 하는 것이 내 인생의 최대 목표인 것처럼 살아왔고, 이런 삶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어요."
50만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감을 찾아서 일한다. 어떤 사람은 번역을 잘 해서 번역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요리를 잘해서 식당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50만원 프로젝트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일감이 될 수 있다. 50만원을 버는 일감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쉽게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해보는 거예요. 이십대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쌓지 못하면 도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고민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사실 50만원 프로젝트는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들이는 자본이 없으니까 잃을 것도 없죠.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 경험이 중요해요. 오늘공작소에서는 청년들이 하나의 기술을 갖고 새로운 일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술과 인문학 워크숍을 일 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어요."
50만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태도에 맞춰서 돈을 번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고, 200만원을 버는 것을 목표로 몇 가지 일감을 더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목표치를 정하고 그것에 맞춰 일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교통비를 줄이면, 나는 그만큼 돈을 벌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다양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50만원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50만원을 버는 것이 아니다. 이 경험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만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도모해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50만원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란 청년들에게 굉장히 어렵다. 사회의 성공기준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내 삶을 바꿔보겠다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이 50만원 프로젝트의 가장 큰 한계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각자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감을 만들어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그러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진행할 수도 있고, 다른 청년들이 진입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공동으로 일하는 일감에 함께 참여해서 기술을 배우고 익히다보면 또 자신의 50만원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쳐쓰는 우리의 공간
오늘공작소는 이글루망원이라는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50만원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만 해도 이 공간은 없었다.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공동의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청년들이 동료를 만나고 지역주민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망원동의 활력소와 같은 곳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추운 겨울과 같아요. 겨울을 잘 버틸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글루를 지었어요. 샤워실, 부엌, 이층침대도 있고,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여러 자재들을 모아놓은 잡다한 공간이에요. 청년들도 많이 오고 워크숍이 있으면 주민 분들도 많이 오셔서 같이 밥도 먹고 서로 배우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사실 청년들에게는 공간이 부족하다. 밖에서 만남이나 모임을 가지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고 카페와 같은 곳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월세가 오르면 떠나야 하는 청년들에게 집도 더 이상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글루망원은 마음 놓고 쉴 곳 없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 만나 사회체제 밖에서의 새로운 실험들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변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글루망원의 옆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낡은 부흥주택이 있다. 부흥주택은 1950년대에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보급한 공영주택단지이다. 망원동의 부흥주택은 1976년에 지어졌으며 40년이 지난 지금엔 실제로 영화 촬영을 하러올 정도로 허름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하다.
"서울에서도 활력이 넘치는 지역인 마포구에 저런 공간이 버려진 채로 있다는 게 아까웠어요. 그러다가 '저 공간에 청년들이 들어가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죠. 사실, 청년들에게 제일 없는 것이 공간이거든요. 자신의 꿈을 표현할 공간이 부족하고 빌리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꿈을 펼치기가 어려워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부흥주택 프로젝트이다. 부흥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 재생한 뒤 재임대하는 아이디어였다. 처음에는 주거용으로 작업했으나 공동화장실, 연탄난방 등의 문제로 주거에는 부적합하다는 고민 끝에 지금은 작업실로 꾸미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집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꿈을 키우는 작업실로,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현재 4채가 이용되고 있다. 월세가 8~10만원밖에 하지 않기에 높은 월세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부흥주택에는 '재난위험 시설'이란 표시판이 붙어있다. 목조지붕의 나무가 오래되어 썩어버린 것, 발코니가 오래되어 위험한 것 등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제외한 실제 주거공간에서는 10~2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에 능숙하지 보존하는 것에는 관심을 주지 않아요. 내가 살았던 고향에 가면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개발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죠. 저는 부흥주택과 같은 공간들이 보전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주거 분양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주거 문제는 집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생각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기성세대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높은 집값이다.
"현재의 주거정책은 좁은 땅에 집을 최대한 높여 지어서 공공임대를 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죠. 앞으로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요."
신지예씨는 이제는 기존에 있던 집들을 고쳐 쓰고 나눠 쓰며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공작소에서 청년들을 위해 부흥주택을 고쳤듯이 버려진 공간을 페인트칠을 하고 뼈대를 세우고 새로 지붕을 씌운다면 공간들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다.
"부흥주택 프로젝트가 청년주거 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일종의 사례는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낡은 집도 고쳐서 살아야한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거예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9179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VIEWPOINT-청년활동가] 인터뷰 연재
글/사진. 이성우 기자 (swoo4446@daum.net), 홍단비 기자 (danbee4763@naver.com)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문의. 이성휘 (seoulyouth20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