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①] '오늘공작소'의 청년활동가 신지예 - 2편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불안함이 오히려 적어졌다
'오늘의 행복을 그리는 단체' 오늘공작소의 신지예씨는 4년 정도 회사생활을 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하다 보면, 일이 고되고 적성이 고민되고 다른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아른거려도, 막상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다시 미취업 상태의 불안정한 삶으로 돌아가기가 겁난다는 이유로 그냥 회사에 붙어있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참고 회사에 다니는 것과, 회사를 뛰쳐 나오는 것. 둘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서 50만원 프로젝트(50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감을 직접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하며 '청년 활동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선택에 대해 조금 더 궁금증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다음 직장'이 어느 정도 정해지지 않고서야 쉽게 회사를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나 스스로 의지를 갖고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일이 생각보다 쉬워지고 편해진다"고 말한다.
"인류가 본업 하나만 가지고 먹고 산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에요. 그 전에는 대부분 한 사람이 수많은 일을 했죠. 예컨대 겨울이 되면 농사를 못 지으니까 옷을 짜입고 여름에는 농부가 되고 어떨 때는 나무꾼이 되고 어떨 때는 개울가에 가서 채집꾼의 역할을 하는 식이었죠. 지금은 한 가지 일에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일하면서 적당히 벌고 적절히 공부하고 적절히 친구들과 만나서 놀 수 있는 다른 식의 비즈니스들을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옛말이 되었다. 20대도 명예퇴직으로 회사에서 잘리는 현재의 사회에서 그는 '어떠한 직장에서 퇴직당하지 않기 위해서, 또 최대한 높이 승진하기 위해서 아등바등해야 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하나의 일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리스크를 줄여가고 있었다. 오늘공작소에서 50만원 프로젝트, 부흥주택 프로젝트뿐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와 축제 등의 마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월급을 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은 잃었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이 회사에 있을 때보다 '불안함이 적다'고 말한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력보다 기계가 비용 면에서 더 싸다면 인간을 해고할 것이 분명한 회사, 즉 기존 산업에 내 운명을 내맡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리스크를 낮춰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회사를 다닐 때는 누리지 못했던 '월급' 바깥의 행복과 만족감도 상당하다.
"시간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회사다닐 때는 여섯시에 퇴근하다보니까 끝나고 어디에 가기가 싫었어요. 저는 사회참여나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것, 취미를 갖는 것,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정말 독하지 않는 이상 하기가 힘들어요. 여유롭게 내 취미를 갖고 온전히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기 굉장히 힘들었는데, 오늘공작소에 몇 년동안 있으면서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좋은 동료들도 많이 만났다.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은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10~20년 일한 40대 분들도 있고, 망원동 지역 주민들도 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도 좋은 동료들이 있었지만, 업무 외의 다른 것을 그들과는 공유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공작소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계획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서로를 도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자신의 리스크를 자신이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경험을 함께 하고 있다.
"오늘공작소를 통해 제 스스로 힐링이 많이 되었어요. 그 전까지 집이라는 공간은 자고 가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어요. 집 밖의 사람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상태였는데 오늘공작소에서 지역 활동을 하면서 망원동 주민들과 알게 되었고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들과는 이웃을 넘어 함께 일을 하는 파트너가 되기도 해요."
우리의 삶은 게임이 아니다
오늘공작소의 '청년 활동가'인 그는,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녹색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입후보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사회참여적인 사람이 된 계기에 대해 묻자, 그는 그가 스스로 '계속 아웃사이더로 살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중학교 때 두발자유운동을 하고, 고등학교는 대안학교로 진학하고,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적 기업에 입사했던 그의 경력은 한국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특수한 정상성'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삶의 노선들이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사회는 다양성을 묵살하고 있다고 생각하다보니 좀 더 그런 쪽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다양성을 묵살하고 있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그의 활동에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녹색당을 통해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도,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힘과 정치에서의 영향력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늘공작소가 청년들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성장한 청년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기를 희망했다. 일단 오늘공작소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그 자신의 삶이 많은 부분 바뀌었다고 말한다.
"저는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예요. 하루는 제가 했던 게임들에 대해 생각해보니 레벨을 올리고 점수를 높여 더 나은 직업, 더 좋은 무기를 구하는 게 목표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제 삶도 그렇게 바라봤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 현실은 게임과 다르게 저장도 되지 않으며, 이어서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게임처럼 효율성을 따지며 스펙을 쌓고 최고의 직업, 높은 연봉을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활동 경험을 통해서,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행복한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VIEWPOINT-청년활동가] 공통질문
1. 활동가가 아니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이전에 다른 직업적 꿈은 없었나요?
- 저는 하고싶은게 되게 많아서 이것저것 다 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최근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라스트 어스'를 했는데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2.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법을 만들 것인가요?
- 사회제도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산업을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거든요. 에너지 산업을 통해 더욱 환경친화적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정책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또한, 시혜자와 수혜자가 다른 복지정책 대신 기본소득과 같이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보장을 해주는 법도 입법하고 싶고요.
"저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바보거나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20년 뒤에 다른 사회를 꿈꿀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회를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고' 말하는 '바보나 사기꾼'의 역할을 자임한다. 세상에는 아직 다양한 방식들로 살 수 있는 기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무엇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를 잡아내는 힘이 필요하고 자신만의 삶을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한 힘을 함께 얻기 위한 오늘공작소의 다음 프로젝트는 6-7월에 예정된 '미래워크숍(가칭)'이다.
"청년들과 같이 동거동락 프로젝트를 하려고 해요. 아침에는 책을 읽고, 점심에는 기술을 공유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미래의 변화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예요. 자본론, 3D프린터 등을 같이 배워보면서 앞으로의 기술과 자본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대처할지 여러 단체들과 함께 공유해보는 시간이 될듯해요." (끝)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VIEWPOINT-청년활동가] 인터뷰 연재
글/사진. 이성우 기자 (swoo4446@daum.net), 홍단비 기자 (danbee4763@naver.com)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문의. 이성휘 (seoulyouth20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