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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뷰 Jun 22. 2016

정치혐오를 넘어서서

[Viewpoint②] '정치발전소'의 청년 활동가 김형근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보통의 한국인은 정치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애착보다는 혐오, 관심보다는 무관심이 일반적인 것 같다. 정치를 충분히 접해보지 않은 탓일 수도 있고, 오히려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옳다고 교육받은 탓일 수도 있다. 


정치발전소 로고


정치발전소는 "유쾌한 정치실험공동체"라는 슬로건 아래 보다 좋은 정치를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정치공동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이는 정치혐오와 무관심이 팽배한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시도다. 정치발전소의 사무국장 김형근 씨를 만났다. 그는 청년들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창립 당시의 구성원이기도 했다.




정치발전소 김형근

Q. 처음 청년과 관련된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 대학 때 학생회나 동아리를 통해 학생운동을 했었다. 2008년도에 촛불집회가 크게 일어나면서 여러 평가들이 나왔다. 특히나 쌀 개방 반대나 통일운동과 같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운동권이 했던 시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를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니, 등록금이나 아르바이트, 취업과 같은 대학생 청년들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청년유니온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하게 되기도 했다.


Q. 정치발전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청년유니온에서의 활동과도 관련이 있나?

- 학생운동을 했지만 대학 때는 정치에 대한 고민이 없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청년유니온에서 법을 바꾸거나 제도를 고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들을 경험하게 됐다. 최저임금에 대해 문제제기, 피자배달 30분 제도 폐지 운동 등의 활동을 하면서 정치인들도 많이 만났다. 거리에 나가서 외쳐도 바뀌지 않던 것들이 제도 보완을 통해 더 많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운동의 힘이 거리에서 흩어지지 않으려면 정치 또는 제도를 잘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과 사회 변화의 중간고리를 더 알고 싶었다.


Q. 그렇다면 정치발전소는 어떤 단체인지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 좋은 정치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모토를 중심으로 2013년 2월에 처음 만든 단체다. 정치의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까지 고민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정당 혹은 정치가 가진 한계를 바꾸고자 했던 진보정치가 운동의 방식으로 정치에 접근해서 생긴 여러 문제들을 평가하기도 한다.


Q. 그렇다면 정치발전소가 주로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 메인사업은 시민교육이다. 단순히 무언가에 반대하는 안티테제(Antithese)가 아니라 사회가 운영되는 원리로서 정치와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정치에 대한 그러한 학습이 좋은 정치가나 시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은 아무래도 2~30대가 많이 들으러 오고, 40대도 있다. 직장인, 학생, 단체활동가, 은퇴 후 정치를 준비하시는 분, 정치인 보좌관 등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부재하고, 내용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정치인 혹은 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Q. 정치발전소가 청년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나?

- 조금 다르다. 정치발전소는 정책을 생산하는 곳은 아니다. 정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정책 생산은 자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청년유니온 같은 단체에서 많이 하는 것이고, 정치발전소는 정치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의 관점에서 청년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편향성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그 수많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를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단체의 구성원들이 지방의회 혹은 국회에서 정치인으로서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Q. 그렇다면 실제 의제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의 기반이 되는 관점이나 사상을 만드는 역할이라고 보면 되나?

- 그렇게 보는 게 맞다.


Q. 정치발전소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활동이 넓게 확산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의미한 집단으로서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성과를 내고 그 결과물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내고 하는 그런 과정 자체가 좋은 경험으로 남아야 한다. 한 순간에 변화가 생길 수는 없으니까 꾸준히 쌓아나가야 하는데, 어디에 무엇을 쌓고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혼자서가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적인 결과물을 꾸준히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출처 _ 서울잡스

Q. 한국사회의 경우, ‘정치’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 정치발전소에서 하고자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를 없애는 것이다. 정치가 왜 중요하고 우리 삶에서 어떤 순기능을 가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시민교육의 목표 중 하나다. 아무리 거리에 나가 많은 것을 외쳐도 의원 한 명, 시장 한 명 잘 뽑으면 바뀌는 것이 더 많지 않나. 시민사회와 운동의 역할이 분명 있지만,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은 분명하다. 정치발전소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인데, 정치에 대한 혐오는 결국 정치를 잘 알고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만든다.


Q. 정치혐오는 정치인들의 태도가 일관되게 실망스럽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닐까?

- 그런 부분을 바꾸고 싶다. 좋은 정치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정치적인 성과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정치인에게 그러한 역할을 요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가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판단을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비난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가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정치인은 시민의 투표에 의해 권력을 얻은 사람들인데, 시민의 역할이 정치가가 시민의 눈치를 보고 시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가에게 당신이 잘못하고 있으니 전부 다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정치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정치에 대한 이해부족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도 분명 있으니까.


Q. 한국 정치인들의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금의 정치인들은 모두 개개인으로 존재한다. 정치적인 비전도, 임기 내의 성과도 정치인 개인에게 종속된다. 그렇다 보니 의원 개개인이 각자 성과를 내야하는 조급함이 생기지 않나 싶다.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도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법안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 지에 대해 질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치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의정보고서에 숫자 하나 올릴 생각을 하면서 법안을 만드니까 양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에 정책이 결정되어 집행되는 데에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해나가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는 하나 만들면 1년도 안 되어서 평가하기 바쁘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기도 전에 뜯어 고치는 것을 반복하지 않나. 성과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한, 그래서 정당이 강해져야 한다. 성과와 잘못을 정당에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정책에 있어서도 정당의 방향에 맞는 정책을 정치인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면 지금 당장 실패하더라도 정당의 입장에서 계속 길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우리나라의 정당정치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다소 왜곡되어 있는 점이 많은데.

- 우리가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알고 지낼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일상을 사는 시민을 대표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당이라는 결사체가 시민들의 목적과 요구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한계가 많았다. 정당정치 초기에 정권의 당위성 창출을 위해 정당이라는 틀이 활용되었고 이것이 현재 제1,2당의 기원이 되었다. 진보 정당들의 도전은 이런 정당정치의 현실에 도전한다는 면에서 유의미했던 것이고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들만의 리그인 우리나라의 정당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야기 아닌가.

- 정치인도 정당을 그저 공천 받는 간판으로 여길 뿐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부정적인 면모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국민의 실망감이 더욱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아닐까. 정당이 정책적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데, 정당으로서 정치적 비전 없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까 어떤 정책이든 가져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는 여기서 해도 저기서 해도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이 사회적으로 강해지지 못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사진출처 _ 서울잡스

Q. 청년들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당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큰 투자고 희생이다. 일상에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촛불을 들고 나가는 '깨시민'의 방식은 아니었으면 한다. 실제로 시민교육이 잘 되어 있고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당적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스터디도 하고 내가 속한 사회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여가가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 있다. 투표가 소극적 참여고 당 활동이 적극적 참여라는 식으로 양분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데, 다만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그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청년에게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사회적 폭력이지 않은가? 10대에는 도전을 가로막고 20대에는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해준 적도 없으면서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말해준 적도 없으면서 지적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는 것이라고 본다. 창업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외의 창업사례를 빌려와서 도전해 성공한 모델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나라들은 실패하는 결과까지 책임을 져주지 않나. 우리나라는 성과만 사회적으로 가져갈 뿐,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된다. 누구도 그 빚을 감당해주지 않고, 재창업의 기회도 없다. 물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장치도 필요하지만, 청년의 도전을 부추기기만 하고 책임은 져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누가 도전을 하고 싶어할까.


Q. 도전을 하고 싶은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 도전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직업에 따른 소득격차가 줄어야 하고, 대학을 오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소득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주어야 사회가 조금 더 여유라는 다른 가치에 중점을 둘 수 있지 않을까.



[VIEWPOINT-청년활동가] 공통질문

1. 활동가가 아니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이전에 다른 직업적 꿈은 없었나요?

- 꿈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황우석 박사의 성과가 한창 나오던 시절이라 막연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살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2.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법을 만들 것인가요?

-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에서 공교육에 시민교육과 노동교육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 청소년기의 의무교육에서부터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평생교육원이나 시민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면 항상 말하기, 글쓰기, 토론하기가 들어가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했어야 할 활동들이 교육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것이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발전소에서 하는 강의를 많이 들으러 와줬으면 좋겠다. (웃음) 자부심 같은 게 있다. 정치를 공부할 수 있는, 한국에 이전에는 없었던 공간이니까.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가 생소할 수도 있고, 정치에 관련된 주제가 낯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서로의 생각을 알아야 하니까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관계를 많이 맺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치발전소 김형근님의 취미는 모델조립이다.

정답은 없다.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미 정해진 '해답'을 찾으려 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까. 정치라는 것 자체가 의견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발전소가 추구하는 방향은 한국사회에서는 새로운 주장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해보자고, 서로 많은 토론을 하자고 하는 정치발전소의 주장이 어쩌면 가장 정치적인 주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말이 옳다고 우겨서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승부사의 마인드보다, 함께 터놓고 의견을 주고 받아 보자는 정치발전소의 작지만 중심있는 이야기가 가슴을 잔잔하게 건드렸다. 어쩌면 우리는 정치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한 건 아닐까. 지금 이 인터뷰를 쓰는 나도, 읽고 있는 당신도 정치(政治) 아닌 정치(情致)를 하고 있는 것인데.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VIEWPOINT-청년활동가] 인터뷰 연재
글/사진. 강효상 기자 (derek077@sogang.ac.kr)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문의. 이성휘 (seoulyout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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