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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나다운 선택.

유스피드 네 번째 이야기, 세계지우,정지우.

by 유스보이스

허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나다운 선택


세계지우, 정지우.


#.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나다운 선택.

학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다. 피부병. 온몸이 가려워 온종일 긁어야 했고,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피부병은 학교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게 했고, 결국 자퇴까지 이어졌다. 공부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잘하고 있었기에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어쩔 수 없이 자퇴한 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며 짐을 꾸려 세계여행을 떠났다. 만 16살에 다가온 변수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나다운 선택을 하며 살아간 정지우(21)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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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지우입니다! 약 3년 전에 고등학교 자퇴 후, 세계여행을 했고, 여행 당시 ‘세계지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2. 고등학교 자퇴 후,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고 1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했던 학생이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모의고사에서도 최상위권 학생이었어요. 공부를 좋아해서, 연구원이나 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2 때 갑자기 피부병이 생겼어요.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일상생활도 어렵고, 학업도 어려웠어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서, 자퇴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조금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싶어서 여행을 선택하게 됐어요.


3. 학교 다닐 때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고1 때는 공부를 잘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려는 학생이었어요. 학교에 기숙사가 있었는데, 저는 기숙사생은 아니었어요. 보통 친구들이 7시에 짐을 교실에 놓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저는 애들이 오기 전부터 먼저 와서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7시 전에 가서. 기숙사생들이 저를 알고 있었고, 그 정도로 열심히 했고, 당연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싶다는 학생이었어요.


4.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했다면 자퇴 결정이 쉽지 않았겠어요.

너무 아쉬워서 정말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차라리 시간을 보내다가 후에 괜찮아지면, 다시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때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5. 자퇴 당시 반대가 심했을 것 같아요.

반대가 심했어요. 엄마랑 선생님 둘 다. 왜냐하면, 학교를 벗어나면 불안정해지는 거잖아요? 그런 걸 잘 알고 계셔서인지 끝까지 말리셨어요. 엄마가 하신 말씀이 "무단결석해도 되고, 무단 조퇴해도 되니까. (고2) 1학기까지 다녀봐라. 자퇴는 하지 마라."였어요.


선생님도 1학년 잘하다가, 갑자기 자퇴한다고 하니까 반대가 심하셨어요.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고, 싸우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어요. 하루는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몸이 안 좋아서 수업에 제대로 참여 못하고, 숙제도 잘 못 하고. 한번은 선생님이 "너 아픈 건 알겠는데, 해야할 건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셨어요. 이 말이 되게 상처였어요. 겉으로는 내가 힘든 걸 안다고 하지만, 속에선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참고 참다 고2 1학기까지 다니고 결국 자퇴를 했어요.


6. 여행 간다고 할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학교처럼 조금만 안 좋아지고, 못 버티겠으면 바로 돌아오자고 생각했어요. 200일 정도 여행을 다녔는데, 사실 이렇게 길게 다녀올지도 몰랐고요. 여행 가기 전에 대학병원 다니면서 약도 많이 받았어요. 쎈약으로. 여행 중에도 꾸준히 약을 먹고, 관리하면서 다녔어요.



7. 그런 어려움을 딛고, 처음 여행을 갔을 때는 어떠셨어요?

사실 처음 출발할 때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처음 여행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이였는데, 입국 심사할 때 실감이 나더라고요.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미성년자니까,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미성년자가 혼자 여행을 가려면 다양한 서류가 필요해요. 영문으로 된 등본, 부모님 여권 사본, 부모님 동의서, 가족관계 증명서 같은 서류들을 많이 준비해 갔어요. 그렇게 준비도 많이 하고, 떨면서 입국심사를 했는데, 그냥 보내주더라고요.(웃음). 하이, 이러고 도장 찍어주고. 허탈하더라고요.


8. 이후에는 어떤 여행을 했어요?

처음 여행을 할 때,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고, 내 앞의 선택지를 내가 정하고 책임지고 싶었어요. 카우치서핑도 그 일환이었어요. 내가 선택하고, 성장하는 경험. 처음 한 곳은 러시아 이르쿠츠크라는 곳인데, 좋은 분을 만났어요. 가족이었는데, 호스트 아저씨의 첫째 아들이 저랑 동갑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저씨가 저한테 "프렌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했어요. 잘 모르는 저에게 낯선 곳에서 차를 가지고 바이칼 호수 드라이브를 하고, 돗자리 깔고 놀고. 모르고 낯선 사람과 처음 해본 건데, 엄청 신기했어요.


9. 원래는 낯선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했나요?

처음에는 낯선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고. 영어도 익숙하지 않으니까, 떨기도 많이 떨었어요. 그런데 카우치서핑을 하고, 호스텔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자신감도 붙고.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쌓여서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호스텔이나 카우치서핑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쫄지 않고, 당당하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호스텔에 가도 혼자 누워있고, 돌아다니고 그랬는데. 뒤로 갈수록, 호스텔에서 다른 여행자 만나서 노는 것도 즐겁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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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새로운 시도나 낯선 경험을 하는 데 있어서, 카우치서핑 말고 다른 경험도 많았을 것 같아요.

히치하이킹도 여러 번 했어요. 이것도 처음엔 두려웠어요. 하려다가도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포기하게 되고. 차를 얻어 타려면 엄지를 들어야 되는데, 자신감이 없어서 손이 내려가더라고요. 또 엄지를 내밀었는데, 무시하고 가는 차를 보면 상처도 받고(웃음). 그랬는데 직접 부딪혀서 실패도 많이 해보고, 그런 과정이 제 내적으로 당당해지고 성장한 발판이 된 것 같아요.




11. 여행하며 나 자신을 알고 싶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성장하고 싶다고 하셨더라고요. 여행 중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제 경우는 특별한 사건이 트리거가 돼서, 성장했다고 느낀 건 없었어요. 하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면 쌓이잖아요? 처음엔 자신감도 없고, 영어도 어려웠는데, 그런 것에 익숙해지고 새롭게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진 것 같아요. 여행하면 모든 걸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돼요.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니까, 조금 더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몰랐는데, 한 번은 러시아 호스텔에서 만난 리투아니아인이 있었어요. 독일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연락이 계속돼서 나중에 독일 가서 그 친구 집에서 머물었거든요. 그때 들었던 말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고 하더라고요. 여행하면서 했던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제 모습에서 나타난 것 같아요.


12. 어린 나이에 그런 여행을 했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부담감이 없다는 점이요. 당시 만 16살이었는데, 사실 잃을 게 없잖아요?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책임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서, 내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나이 같아요. 여행을 1~2년 해도,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물론 어린 나이여서 제약도 있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해도 위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 같아요.


13. 유튜브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강조하던 게 있었어요. "기록해야 한다. 기록이 정말 중요한 거다." 농담으로 적자생존이라고, 적는 자가 생존한다고 하더라고요. 기록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인생에 다시 하지 못할 좋은 경험을 할 건데, 그걸 안 남기면 다 사라진다고 하셔서 여행 갈 때 내 여행의 기록으로 유튜브를 해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더 생생하고, 재밌을 것 같은 게 영상이라 '세계지우'라는 유튜브를 오픈했어요.




14. 내 여행을 기록하고, 편집하고, 보여줄 때, 반응을 볼 때 기분은 어땠어요?

과정은 힘들었어요. 왜냐면 그전에 영상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편집해본 적도 없었어요. 컷 편집도 몰랐는데, 기초 하나하나 인터넷에서 검색하면서 했거든요. 그런 과정이 힘들었지만, 내 영상이 만들어지고, 올리고, 다시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요. 마치 내가 아직 거기 있는 것처럼 기억나고. 그런 점이 아주 좋아요. 저로 인해 동기부여 받는 분도 계셨고, 친구들도 응원하는 댓글을 달아줬어요. 그런 점이 소통도 되고, 그냥 유튜브 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 조금 더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5. 나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어떤 모습을 말하는 건가요?

영어를 못하거나 쫄아있는 모습이요(웃음) 지금 보면 되게 놀라요. ‘아, 내가 이렇게 영어를 못했나?’부터 시작해서, 낯선 상황에서 힘들고 쫄아 있는 모습들이 있어요. 이런 모습은 제가 미디어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놓쳤을 모습이에요. 물론 내가 활동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 제가 느끼는 내 모습과 객관적으로 보는 내 모습은 다르잖아요? 그런 모습이 잘 담겨 있어서, 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16. 학교 자퇴나 여행을 떠난 시작점이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을 때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아쉬운 점은 고등학교 생활을 1년밖에 못했으니까, 남들보다 학창 시절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워요. 물론 안 아팠으면 지금보다 좋은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후회는 절대 없어요. 몸이 아팠든 안 아팠든,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좋은 점은 남들과 다른 경험을 했다는 거예요. 어린 나이에 세계여행을 하면서 값진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17. 귀국 후 검정고시냐 재입학이냐를 고민하셨어요. 어떤 점이 가장 고민이셨어요?

검정고시냐 재입학이냐 전에, 대학을 가느냐 안 가느냐도 고민이었어요. 대학을 가서 공부할 것이냐, 다른 삶을 살아볼 것이냐였는데, 원래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간다는 걸 선택했고, 그 후 검정고시냐 재입학이냐를 고민했어요.


검정고시냐, 재입학이냐를 고민할 때는, 재입학을 하면 제 친구들보다 1년이 늦는 거예요. 거기다 2학년 1학기 때, 몸이 안 좋아서 결석하고 조퇴했던 게 쌓여있었어요. 재입학을 해도 그때 생활기록부는 남아 있는 거니까. 그럴 바에야 검정고시를 보자 싶어서 검정고시를 봤어요. 그때도 몸이 완전히 나은 게 아니어서, ‘내 현재 몸 상태에 맞춰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슬슬하자.’ 싶어서 검정고시 보고 대학교 입학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대학교별 수시 전형에서도 검정고시 점수를 활용할 수 있는 게 있어서, 그 부분을 노리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입학했어요.


18. 지금 전공이 뭐예요?

소프트웨어 학과예요. 고등학교 때는 자연과학 쪽을 하고 싶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자유전공학부에 있었어요. 전공 수업을 이것저것 다 들어볼 수 있는 거예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고, 2학년 때 내가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는 건데. 여러 수업을 듣다 보니까,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하는 게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소프트웨어 학과를 선택했어요.



19. 지우님 요즘의 관심사는 뭐예요?

대학교 2학년으로 소프트웨어 학과에 재학 중이니까. 컴퓨터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은 파이썬에 꽂혔어요. 거의 온종일 파이썬 코딩 공부만 하는 것 같아요. 주식 관련 책도 보고. 가끔 나가서 놀고, 운전 연습도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20. 파이썬은 같은 언어나 코딩은 학교에서 배운 걸 따로 공부하는 건가요?

사실 학교에서 파이썬은 배우지 않아요. C언어를 배우고.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다른 언어도 궁금하더라고요. 따로 독학해보자 싶어서, 공부하고 그걸로 혼자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름 재밌어요. 주식이나 코인이 특정 가격대가 되면 자동으로 사고, 팔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재미있었어요.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하고(웃음)



21. 안 좋은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지우님만의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지금도 지우님만의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런 편이죠. 물론 지금 대학교라는 사이클 안에 와 있고, 그 틀 안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한 거고, 제가 좋아하는 걸 배운 거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물론 힘들긴 하지만 그 안에서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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